[스포티비뉴스=김천, 취재 조영준 기자/영상 송승민 김동현 기자] "제가 칭찬에 인색한 편인데 이번만큼은 (이재영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네요. 칭찬을 잘 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분들이 (이)재영이를 많이 칭찬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정말 잘했지만 본인 나름대로 새로운 목표가 생겨야 (좋은 기량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박미희(56) 흥국생명 감독은 팀이 우승하던 날, 제자 이재영(23, 흥국생명)을 마음껏 칭찬했다. 올 시즌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은 이재영의 독무대였다. '배구 여제' 김연경(31, 터키 엑자시바쉬)이 해외 리그로 떠난 뒤 국내 V리그 여자부에서 이재영 만큼 독보적인 선수는 그동안 드물었다.

▲ 이재영 ⓒ KOVO 제공

그는 챔피언 결정전 1차전부터 4차전까지 4경기에서 무려 107점을 올렸다. 팀의 주포로 나선 것은 물론 수비와 리시브도 책임졌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한 이재영은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시리즈 내내 그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위력적인 스파이크로 상대 탄탄한 수비벽을 뚫는 것은 물론 탄탄한 리시브와 수비로 도로공사 공격을 봉쇄했다.

이재영은 선명여고 시절부터 한국 여자 배구의 미래로 평가받았다. 2014년 1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은 그는 매해 성장했다. 2017년에는 정규 리그 MVP를 거머쥐었고 올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기자단 만장일치로 MVP로 선정됐다.

▲ 챔피언 결정전 4차전에서 스파이크하는 이재영 ⓒ KOVO 제공

여자 국가 대표 출신인 한 관계자는 "이재영은 타고난 것이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 운동 능력과 배구에 대한 재능이 매우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이재영은 재능도 뛰어나지만 배구 욕심이 매우 많다"며 재능과 노력을 모두 겸비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흥국생명이 2016~2017 시즌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이재영의 대한 값어치도 높아졌다. 그러나 2017~2018 시즌 흥국생명은 최하위로 떨어졌다. 프로 입단 이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팀 성적 부진은 오히려 그를 자극했다. 이재영은 프로 리그 경험은 물론 올림픽 같은 굵직한 국제 대회에 출전하며 배구에 눈을 떴다. 그리고 올 시즌 V리그를 대표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도약했다.

박미희 감독은 "이재영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근력이 다르다"고 밝혔다. 공격수로는 다소 작인 키(178cm)가 단점이지만 타고난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점프력이 이재영의 장점이다.

올 시즌 이재영은 강타 일변도에서 벗어나 상대 코트를 읽는 눈이 한층 발전했다. 여기에 상대 블로킹을 활용한 기교까지 좋아져 공격 패턴이 다양해졌다.

수비와 리시브에 힘을 쏟은 점도 이재영의 성장에 좋은 밑거름이 됐다. 올 시즌 정규 리그에서 이재영은 득점 2위(624점) 공격성공률 7위(38,61%) 퀵오픈 1위(47.12%)에 올랐다. 비득점 부분에서도 디그 7위, 수비 7위에 이름을 올리며 올라운드 플레이어 다운 경기력을 펼쳤다.

챔피언 결정전 4경기에서 이재영은 총 107득점을 올렸다. 무수히 많은 볼을 때렸지만 공격성공률 37.79%를 기록했고 리시브와 디그 그리고 수비에서 모두 4위에 이름을 올렸다.

▲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뒤 박미희 감독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는 이재영(왼쪽) ⓒ KOVO 제공

이재영의 기록을 보면 국내 V리그 선수 가운데 가장 압도적이다. 이재영은 어느덧 조혜정, 박미희, 지경희, 장윤희 그리고 김연경의 뒤를 이어 한국 여자 배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이재영은 팀 동료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모든 선수가 잘해서 우승했다. 그런데 제가 이 상을 받아 미안하다. 선수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자체를 즐길 줄도 아는 그는 "힘든 것보다 재미있었다. 지난해 팀이 최하위에 그쳐서 힘들었는데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다"며 활짝 웃었다.

주목할 점은 1996년생인 이재영은 앞으로 뛸 경기가 더 많다는 점이다. 이재영은 V리그는 물론 굵직한 국제 대회 등 도전할 무대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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