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천, 취재 조영준 기자/영상 송승민 김동현 기자] "제가 (배구를) 그만둘 때까지 새로운 목표가 계속 생길 것 같습니다. 선수 시절에는 몰랐는데 지도자가 더 힘든 거 같네요. 현장을 떠날 때까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선수 시절 그는 '코트의 여우'로 불렸다. 광주여상 시절 청소년 국가 대표 팀에서 괄목할 활약을 펼친 박미희(56) 흥국생명 감독은 한 시대를 풍미한 '배구 스타'였다.

80년대 여자 배구 명문 구단인 미도파에 입단한 박 감독은 1984년 대통령배대회에서 초대 MVP를 차지했다. 박 감독은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모두 해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사이드 공격은 물론 미들 블로커로도 나섰고 세터로도 활약했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배구'에 뛰어났던 그는 '코트의 여우'란 별명을 얻었다.

▲ 도드람 2018~2019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한 뒤 코칭스태프들과 하이파이브하는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왼쪽) ⓒ KOVO 제공

1984년 LA 올림픽에서 처음 올림픽을 경험했던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수비상을 받았다. 은퇴 전에 출전했던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코트를 떠난 뒤 박 감독은 배구 해설가로 활약했다. 명쾌한 해설 솜씨로 배구 팬들의 관심을 받은 그는 2014년 흥국생명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감독직을 거절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도자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고 배구 인생에 새 길을 걷기 시작했다.

흥국생명은 2016~2017 시즌 정규 리그에서 우승했다.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한 흥국생명은 2008~2009 시즌 우승 이후 8년 만에 정상에 도전했다. 그러나 '신흥 강호' IBK기업은행에 무릎을 꿇었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박 감독에게 힘든 시련기는 2017~2018 시즌이었다. 팀은 1년 만에 정규 리그 우승에서 최하위로 떨어졌다. 나름 명문 구단을 자처했던 흥국생명에게는 충격적인 성적표였다. 그러나 박 감독은 힘든 시련기를 발전을 토대로 삼았다. 팀의 기둥인 이재영은 나날이 성장했다. 여기에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이 있었던 점도 박 감독에게는 큰 위안이었다.

기존 멤버에 외국인 선수 톰시아와 김미연이 올 시즌을 앞두고 가세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가능성이 풍부한 미들 블로커 이주아를 영입했다. 흥국생명은 시즌이 개막하기 전에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다른 팀들의 견제 속에 흥국생명은 시즌 내내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냈다. 연패가 없을 정도로 기복이 없었고 상위권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21승 9패 승점 62점을 기록한 흥국생명은 2년 만에 정규 시즌 정상을 탈환했다. 그리고 2년 전 챔피언 결정전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팀을 정상으로 이끈 첫 번째 여성 지도자가 됐다.

박 감독은 "제 기사 가운데 '그녀가 가는 길은 역사가 된다'라고 적어주신 것이 있었다"며 "내가 큰 사람은 아니지만 여성 감독으로 책임감이 컸던 것 같다. 다시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한 뒤 이재영과 포옹하는 박미희 감독(오른쪽) ⓒ KOVO 제공

흥국생명의 리베로인 김해란(35)은 박 감독에 대해 "엄마 같다. 배구에 대한 이야기말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똑바로 하자, 야식을 먹어도 괜찮지만 밥을 꼭 챙겨먹자는 말씀을 하신다"고 밝혔다.

이재영은 "(선수들을) 혼내야할 때는 혼내시고 관리할 때는 그렇게 하신다"고 말했다.

애정이 깃든 박 감독의 엄마 리더십은 지휘봉을 잡은 지 5년 만에 열매를 맺었다. 

박 감독은 ""제가 (배구를) 그만둘 때까지는 새로운 목표가 계속 생길 거 같다. 선수 시절에는 몰랐는데 지도자가 더 힘든 거 같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어 "현장을 떠날 때까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노력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장미빛 배구 인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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