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인천 무비체육관 김동균 관장은 죽다 살아난 표정이었다. 부산 홍진체육관과 맞선 3대 3 단체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고 "앞으로 이런 대결은 피하고 싶다. 심리적 압박이 상당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9일 익산체육관에서 열린 우리나라 입식격투기 메이저 이벤트 MAX FC(대표 이용복)의 첫 번째 대회. 여기서 펼쳐진 무비와 홍진의 단체전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살 떨리는 승부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명문의 기세 싸움은 대회 전날 계체 때부터 스파크가 튀었다. 무비의 이찬형이 "무비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체육관이다. 우리가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홍진의 손준오는 "무비는 미디어에 자주 노출돼 우수한 선수들이 많이 알려졌다. 실력은 인정하지만 아직 우리 홍진과 맞붙은 적이 없어 누가 더 강한 지 모른다"고 받아쳤다. 이에 질세라 이찬형은 "실력이 있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관심을 가져 주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격했다.

실전(實戰)도 설전(舌戰)처럼 엎치락뒤치락이었다. 첫 대결 63kg급 경기는 홍진 원용성의 판정승이었다. 저돌적으로 전진하는 원용성에게 고인수가 밀리는 양상이었다. 60kg급에서 펼쳐진 두 번째 대결에선 사우스포 정상진이 엇박자로 김현철의 리듬을 흐트러뜨려 판정승을 거두고 균형을 맞췄다.

운명의 대장전(大將戰), 화려한 콤비네이션을 앞세운 이찬형이 손준오에게 스탠딩 다운을 빼앗는 등 점수에서 크게 앞서 전원 일치 판정승을 따냈다. 첫 판을 내준 무비의 역전승이었다.

김동균 관장은 "첫 경기를 패하니 벼랑 끝에 몰리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남은 두 경기에서 승리해 역전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이제는 정말 단체전 요청을 받지 않을 것이냐'고 묻자 "그래도 승부는 계속돼야 하지 않겠나. 외줄타기 같아 속은 타지만, 좋은 팀과 경쟁할 수 있다면 또 나설 것"이라며 희미하게 웃었다.

위험 부담은 있지만, 짜릿하다. 입식격투기 관계자들은 MAX FC의 단체전 도입을 대체로 신선한 시도라고 평가한다. 팀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라 피를 말리지만, 이런 실험적인 매치업이 아니라면 침체된 입식격투기를 향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릴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MAX FC는 한국 입식격투기 부활이라는 기치를 걸고 출범한 입식격투기 단체다. 연 4회 이상 대회를 개최하고, 스타 파이터를 발굴하며, 눈길을 끄는 매치업으로 대중의 시선을 모으는 우리나라 메이저 단체를 꿈꾼다.

MAX FC의 회심의 카드가 바로 단체전이다. 올해 시범적으로 대표적인 팀들의 대항전을 갖고 내년에는 지역별 리그전으로 확대한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이용복 대표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내년엔 지역 대표 선발전을 거친 강자들이 지역과 팀의 명예를 걸고 펼치는 대항전을 대회마다 실시할 계획"이라며 "팀들의 교류로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선사하고, 선수들의 기량과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AX FC는 어떤 종목의 파이터들이라도 받아들인다고 한다. 무에타이, 킥복싱, 격투기 등 다양한 입식격투기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다. 팔꿈치 허용 여부를 사전에 조율할 수 있다. 무에타이 빰클린치에서 무릎차기는 2회로 한정하는 등 대중적인 시각을 고려했다.

MAX FC는 채점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3명이 아닌 5명의 부심을 배치했다. 5심제는 세계 최대 입식격투기 대회 '글로리(GLORY)'가 도입한 적이 있다.

이재훈 총괄본부장은 첫 대회를 마친 후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MAX FC의 실질적인 준비는 1년 전부터 이뤄졌다. K-1이 기울면서 우리나라 입식격투기도 침체기가 찾아왔다. 오늘을 부활의 신호탄을 쏜 날이라고 생각한다"며 감격해 했다.

이어 "오는 11월이나 12월에 수도권에서 두 번째 대회를 열 계획이다. 국내 최고의 대회가 되기 위해 그에 걸맞은 매치업도 실현하겠다. 팬들과 함께하는 이벤트가 되겠다"고 말했다.

■ MAX FC 1 결과

[56kg급] 김상재(정의회관) vs 나카무라 카즈요시(오키나와 마키체육관)
김상재 5라운드 종료 5-0 판정승

[65kg급] 이찬형(인천 무비) vs 손준오(부산 홍진)
이찬형 3라운드 종료 5-0 판정승

[60kg급] 정상진(인천 무비) vs 김현철(부산 홍진)
정상진 3라운드 종료 5-0 판정승

[63kg급] 고인수(인천 무비) vs 원용성(부산 홍진)
원용성 3라운드 종료 5- 0 판정승

[67kg급] 강민석(부산 팀JU) vs 김진국(수원 타이혼)
강민석 2라운드 1분 26초 하이킥 KO승

[73kg급] 이지훈(인천 정우관) vs 추정훈(김해 JY)
추정훈 3라운드 종료 5-0 판정승

[65kg급] 정지수(안산 투혼) vs 김훈재(포항훈련원)
정지수 3라운드 종료 5-0 판정승

[51kg급] 김민지(엑스짐 펀짐) vs 전슬기(대구 무인관)
김민지 3라운드 종료 5-0 판정승

[사진] 정성욱 랭크5(rank5.kr) 기자 (mr.sung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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