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방이동, 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매년 4월 10일은 '세계 도핑 방지의 날(Play True Day)'이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World Anti-Doping Agency)에 가입된 국가도핑방지기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Korea Anti-Doping Agency)는 이날을 기념해 10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2019년 도핑 방지의 날 기념식 및 포럼'을 열었다.
같은 날 태평양 건너 미국에선 도핑 때문에 고개를 숙인 세계 톱클래스 파이터가 나왔다. 전 UFC 밴텀급 챔피언 TJ 딜라쇼(33, 미국)였다.
딜라쇼는 2010년 프로 데뷔 후 듀앤 루드윅 코치와 타격 기술을 급향상시켜 UFC 밴텀급 정상에 오른 파이터다. 전적 16승 4패로, 3년 전부터 전성기를 열었다.
지난 1월 UFC 파이트 나이트 143에서 플라이급 챔피언 헨리 세후도에게 도전했다가 1라운드 32초 만에 KO패 했지만 밴텀급에서 그의 위상이 확 깎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약물검사 양성반응은 다른 얘기다.
미국반도핑기구(USADA·US Anti-Doping Agency)는 10일 "딜라쇼의 지난 1월 19일 경기 기간 중 약물검사에서 EPO 양성반응이 나온 것을 확인했다. 딜라쇼에게 2년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린다"고 발표했다.
딜라쇼는 2021년 1월 18일까지 옥타곤에 오를 수 없다.
'2019년 도핑 방지의 날 기념식 및 포럼'에서 딜라쇼가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EPO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EPO는 에리스로포이에틴(Erythropoietin)의 준말로, 적혈구생성촉진인자를 가리킨다. 적혈구 생산을 자극하는 당단백질호르몬으로, 신장에서 생산되는데 혈액 내 산소량을 증가시키는 일을 한다. 주로 심각한 신장 질환 환자의 빈혈 치료에 쓰인다.
포럼에서 '금지 약물 오남용과 부작용'을 주제로 여러 금지 약물을 소개한 이종하 경희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EPO는 적혈구를 늘려 근육에 운반되는 산소의 양을 올린다. 산소의 양이 늘어나면 운동 피로를 줄이고 지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회복 시간을 단축하고 근력을 올린다.
모든 금지 약물 성분이 그렇듯, 부작용이 있다. 이종하 교수는 "고혈압·고칼슘혈증이 올 수 있다. 고점도증후군으로 심근경색·간질·뇌졸중·혈액색전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딜라쇼가 의도적으로 EPO를 썼는지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약물검사 샘플에서도 EPO가 검출되면서 비난을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ESPN 브렛 오카모토 기자는 "미국반도핑기구가 지난해 12월 29일 샘플도 다시 검사해 봤더니 거기서도 EPO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음성반응이 나오고 아무 문제없이 넘어갔던 이유는 EPO가 특별한 검사 방법을 써야 발견할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딜라쇼가 상습범일 가능성이 커진 상태에서 딜라쇼에게 두 번이나 진 코디 가브란트는 목소리를 높인다. "과거 받아 놓은 그의 혈액과 소변 샘플 전부를 검사해 봐라. EPO가 더 튀어나올 것"이라고 확신하는 중이다.
딜라쇼는 여러 강자들을 꺾어 오면서 승부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결국 마음의 적은 꺾지 못한 것일까. 더 강해지고 싶은 욕심에 금지 약물에 손을 댄 것이라면 그가 쌓아 온 업적에 커다란 오점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는 '2019년 도핑 방지의 날 기념식 및 포럼'에서 양궁 선수 기보배의 영상 인터뷰를 공개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선수 위원이기도 한 기보배는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생각으로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약물의 힘을 빌려 좋은 성적을 낸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며 이날 행사에 참가한 중고등학교 운동 꿈나무들에게 정정당당 스포츠맨십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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