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대구, 이성필 기자] 시민구단 대구FC에는 다른 구단에서는 보기 힘든 '특수 조직(?)'이 있다. 이른바 '엔젤 클럽'이다. 자발적 후원 모임으로 지난 2016년 공식 조직됐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를 돕기 위한 조직이다. 이호경 대영에코건설 대표이사가 회장을 맡아 조직을 이끌고 있다.
초기에는 대구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았다. 주로 지역 기업 대표 등 중, 장년층이 많았다. 연간 1000만 원 이상 후원하는 '다이아몬드 엔젤'도 올해 개막 전까지는 1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개막 후 100명이 넘었다. 총 회원은 1700명이 넘는다.
이들이 후원하는 금액이 수십억은 아니다. 그래도 자발적인 후원은 구단에 감사한 일이다. 최근에는 자영업자들도 많아졌고 젊은 층의 가입도 늘고 있다고 한다. 조광래 대표이사는 DGB대구은행파크 공간 한 곳에 엔젤 클럽 사무국 설치에 도움을 줬다. 아예 W석 한구석은 엔젤 클럽 자리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 자리 역시 공정한 입장권 경쟁으로 희비가 갈린다.
대구 관계자는 "정치색을 띠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구단 후원을 위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감사하다. 자연스럽게 왕래가 잦을 수밖에 없다. 시 주요 단체에서도 엔젤 클럽과 교류를 통해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창단 초기 형식적으로 가입하고 잊은 주주가 엔젤 클럽으로 돌아오는 흥미로운 현상도 있다.
엔젤클럽의 무서움은 2017년 10월에 발휘됐다.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대구에 제재금 10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엔젤 클럽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것이 징계 사유가 됐다. 그러자 엔젤 클럽 구성원은 프로연맹 상경 투쟁을 예고했다. 판, 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있어 법리 검토까지 마쳤다. 조 사장은 이들을 말리느라 진땀을 뺐다. 향후 구단이 판정에서 받을 어려움까지 설명하는 등 끈질긴 설득으로 큰일(?)을 막았다. 그래서 정이 더 깊어졌다.
"엔젤 클럽은 정말 보기 드문 조직이다. 구단에 도움이 되는 조직이다. 여러모로 감사하다. 이런 팬심이 대구 스타디움 시절에 시작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다. 전용구장 시대에 엔젤 클럽의 존재감은 더 커진 느낌이다. 아마 구단의 성장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선수 개개인과도 결연을 맺어 돕는다. 깊은 사정까지 나누기는 어려워도 연결 고리가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엔젤 클럽의 목적 중 하나가 '우리의 후원이 선수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대구의 성공에 일조한 숨은 조력자다. 전국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대구에만 있는 스포츠 시민후원단체다. 다양한 연령이 섞여 신구 세대가 축구로 하나되고 있다. 자발적 후원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져 네 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정말 감사하다."
튼튼한 소액 후원이 있다면 대형 후원사는 대구의 큰 힘이다. 2003년 대구 창단부터 후원했던 DGB금융그룹이 그렇다. 포레스트 아레나의 네이밍 마케팅에 나서 K리그와 FA컵에서는 DGB대구은행파크로 불린다. 연간 30억원을 후원한 상황에서 올해부터 3년 동안 총 45억을 경기장 명칭권으로 활용한다.
"K리그 최초로 네이밍 마케팅 활용을 위해 정말 많이 접촉했다. 서로의 이해 관계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지역 기업이니 무조건 돈을 달라고 하는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네이밍 마케팅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팬들이 경기장 외관에 DGB대구은행파크라고 새겨진 위치에서 사진을 많이 찍더라. 그 자체가 DGB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생긴 에피소드도 있다. 경기장 인근에는 대구은행 제2본점이 있다. 비슷한 위치에 있으니 관련 기관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때로는 현금자동지급기(ATM)가 있는지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장을 지나는 주민들이 혹시 ATM 기기가 있나 싶어 둘러 본다고 하더라. DGB라는 명칭 때문인 것 같다. ATM 기기 한대를 설치하는데 200만 원의 손해가 생긴다더라. 그래서 DGB금융그룹에서 경기 날에는 이동 ATM 기기를 설치한다. 사회공헌활동 성격인데 이것도 고맙다."
이제 시선은 구단이 얼마나 수익을 내서 자생하느냐에 달렸다. 언젠가는 시 예산을 덜 받고 구단이 벌어야 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선수를 팔아 얻은 수익은 기본이다. 경기장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올해 입장권 수입을 10억 원 정도로 잡았는데 벌써 40%를 넘겼다. 목표를 수정해야 할 판이다. 무료 입장권을 철폐한 결과다. 권영진 구단주도 입장권을 구매해 들어오기 때문에 더 가치가 높아진다. 그래야 경기장 옆에 들어선 유소년 전용 연습장에서 유망주 발굴이 가능하다.
"4경기에서 입장권 수입이 각각 1억 원을 넘었다. 대구스타디움 시절과 비교하면 분명 다르다. 당시에는 1경기당 3천만 원 정도였다. 이런 흐름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향상된 입장권 수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관중이 와줘야 가능한 일이다. 구단주가 앞장서서 무표 입장권이 없다고 했으니 더 좋아지지 않을까."
경기장 운영권을 구단이 가져오면서 수익 다각화가 가능하다는 점은 감사한 일이다. 본부석 건너편 E석 밖에는 상업 시설 10곳이 입점할 수 있다. 일단 실내골프연습장, 편의점, 펍 형태의 커피숍 등이 들어서 있다. 향후 고깃집을 비롯해 편의 시설이 들어선다. 같은 전용경기장이어도 경기장 관리만 하고 상업 시설 임대 수익을 얻지 못하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인천축구전용경기장과 비교하면 분명 긍정적이다.
"경기장의 매점과 주변 시설물에 대한 운영을 구단이 전부 맡고 있다. 관리 업체를 선정해 임대 수익이 생겼다. 최대 10억 원 정도 예상된다. 물론 주변 상권과 조화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경기가 있는 날만 찾는 것이 아니라 없는 날에도 와서 즐기는 시설들이 필요하다. 경기장 명칭 사용권까지 팔았다. 대구시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양한 마케팅과 유망주 육성을 통해 구단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K리그에서 성공한 시도민구단 모델이 되고싶다."
입지 조건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대구지하철 1호선 대구역에서 걸어서 20분, 3호선 북구청역에서 10분이면 접근할 수 있다. 타 스포츠 구단의 경우 지하철, 버스 안내 방송에 선수가 등장해 소개한다. 대구시도 이를 계획하고 있다. 이상락 대구시 민원보좌관은 "북구청역의 경우 DGB대구은행파크역으로의 명칭 변경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금 더 팬 친화적이어야 하는 DGB대구은행파크다. 특히 유니폼을 중심으로 한 구단 상품 판매는 아직 불만족스럽다. 유니폼 후원사로 나선 업체가 소규모라 대량 제작이 어렵다. 대구 유니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이유다. 성남전에 700벌의 유니폼이 공급됐는데 거의 다 팔렸다. 유니폼을 구하느라 경기 관전을 못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6일 대구-성남전에 원정을 왔던 이재하 성남 단장은 "팬 편의 시설이 조금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만든 것은 대단하다. 성남에도 영감을 주는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이 단장 외에도 안기헌 부산 아이파크 대표 등 전용구장 건립 이야기가 있는 구단의 임직원이 대거 찾아 관전했다.
대구 구단은 과거 대표가 정치색 시비로 혼란을 겪는 시기가 있었다. 구단 경영도 엉망이었고 인재들은 사표를 내고 떠났다. 2014년 9월 당시 2부리그에 있던 대구에 조 대표가 부임해서야 경영이 안정됐다. 안양LG, 경남FC 감독과 A대표팀 감독을 거치며 구상했던 것이 대구에서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과거의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선수 시절에는 지도자가 목표였다. 지도자가 되고 행정가를 해보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구단주인 권영진 대구시장이 기회를 준 덕분에 그동안 쌓은 경험을 대구에서 펼치게 됐다. 대구 축구인들의 도움까지 겹쳤다. 모든 것이 고마운 일이다."
조 대표는 대구를 어디까지 끌고 갈까. 분명한 것은 대구는 대구의 길을 갈 생각이다. 롤모델이 될 생각은 없다.
"모든 구단이 대구를 따라 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환경과 조건에 맞춰 필요한 것들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대구는 대구의 환경에 맞춰 차근차근 실행해 온 것이 빛을 냈을 뿐이다. 대구도 아직은 먼 길을 가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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