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7, 이탈리아)는 13년 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을 밟았다. 골퍼로서가 아니었다.

형 에두아르도 몰리나리 백을 메고 마스터스 무대를 돌았다. 캐디로 나서 형을 보좌했다.

프란체스코는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너무 힘들었다. (그때) 나도 꼭 실력을 쌓아 마스터스에서 플레이하고 싶다는 바람을 싹 틔웠다"고 했다.

바람을 이뤘다. 출전에만 의의를 두는 수준이 아니다. 정상까지 노린다. 꿈 덩치가 몰라보게 커졌다.

몰리나리는 13일(한국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제이슨 데이, 아담 스콧(이상 호주), 브룩스 켑카(미국), 루이스 우스트이젠(남아공)과 함께 중간 합계 7언더파 137타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2라운드 종료 뒤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캐디 경험에 관한 물음이 봇물을 이뤘다. 신데렐라 스토리를 겨냥한 분위기였다.

프란체스코는 2006년 마스터스 때 형 백을 멨다. 당시 유로피언 투어 2년째였는데 에두아르도 부탁으로 캐디를 맡았다.

"선수 옆에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을 돈 일은 내게 큰 동기 부여가 됐다. 프로 골퍼로서 막 커리어 첫발을 뗀 상태였다. 최고 선수가 펼치는 경기를 지근거리에서 두 눈으로 생생히 지켜봤다. '나도 언젠가는 꼭 마스터스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고 털어놨다.

기량과 입지 모두 13년 전과는 천양지차다. 큰 폭 성장세를 이뤘다. 현재 세계랭킹 7위인 몰리나리는 메이저 대회 트로피도 들어올렸다.

지난해 7월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4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를 따돌리고 짜릿한 역전승을 일궜다.

그해 라이더컵에서도 눈부셨다. 유럽 골퍼로는 사상 첫 5경기 전승을 거두면서 유럽 승리에 크게 한몫했다.

그간 마스터스에 7번 참가했다. 최고 성적은 공동 19위.

몰리나리는 "마스터스에 나온 자체가 하나의 큰 성취다. 전 세계 모든 골퍼에게 꿈의 무대다. (남은 3, 4라운드도) 욕심내지 않고 차분히 플레이를 이어 갈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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