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부진한 이대은은 자신의 장기와 스타일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kt위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해외 유턴파로 큰 기대를 모았던 이대은(30·kt)은 자존심이 구겨질 법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구단도, 팬들도 예상치 못한 성적에 놀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대은은 첫 4경기에서 17⅓이닝 소화에 머물며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7.27에 그쳤다. 피안타율은 3할1푼6리,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96에 이른다. 투수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탈삼진/볼넷 개수도 지금까지는 당황스럽다. 이대은은 10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10개의 볼넷을 비롯해 총 12개의 4사구를 내줬다. 4경기 중 딱 한 번 5이닝 고지를 밟았다.

의심의 여지없는 최대어였다. 당장 토종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다는 칭찬이 즐비했다. 그만한 실력과 구위를 보여줬기에 큰 과장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4경기만 놓고 보면 기대했던 경기력과 한참 떨어져 있다.

한 투수 출신 해설위원은 “원래부터 제구가 아주 정교한 투수는 아니었다. 힘으로 상대를 누르는 유형에 가까운데, 아직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프리미어12 당시와 비교하면 경기력이 근본적으로 떨어져 있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구가 단번에 나아지기는 힘들다. 돌려 말하면 지금 구위로는 앞으로도 더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위의 기본 요소인 구속은 지난해보다 얼마나 떨어졌을까. 한 구단 2군 관계자는 “우리와 경기할 때 포심이 147~148㎞ 정도는 나왔다. 평균은 145㎞가 나오는 날이 있었다”고 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150㎞를 던진 날도 있었다. 또 2군에서는 ‘이대은이 전력을 다해 던지지 않는다’는 말이 제법 있었다. 집중력이 더 생기는 1군에 가면 최고 150㎞, 평균 140㎞ 중반은 쉽게 던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이대은의 올해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3.8㎞다. 최고 구속은 140㎞대 후반이 나오고 있지만, 구속 편차가 제법 심하다. 13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140㎞ 언저리의 패스트볼이 더러 있었다. 주무기인 포크볼도 아직 감이 올라오지 않은 모습이다. 타자들은 이런 이대은을 힘으로 이겨낸다. 이대은은 4경기에서 홈런 6개를 맞았다.

다만 13일 경기에서 하나의 실마리를 찾을 수는 있었다. 가장 기본이 될 패스트볼 구속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은의 이날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4.4㎞로 종전보다 한결 빨라졌다. 일본에서 뛰던 시절보다는 떨어지지만 지난해 2군에서 던질 때의 수준은 근접했다. 그간 포심패스트볼보다 투심패스트볼을 더 많이 던진 날도 있었는데 이날은 포심의 비중이 높았다.

포심 구속이 올라갈수록 피안타율은 떨어진다. 통계적으로 입증된 명제다. 2㎞ 차이는 절대 작지 않다. 구속은 투심패스트볼이나 포크볼의 위력과도 직결되어 있음은 물론, 이런 유형의 투수에게는 자신감에도 영향을 준다. 이대은은 일단 이것을 먼저 찾아야 한다. 반등의 기본 요소라고 할 만하다. 

한편으로는 환경 적응이 아직 다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년간 퓨처스리그에서 뛰기는 했지만 1군과는 엄연히 다르다. 해외 생활을 오래해 타자 성향이 딱 떠오르지 않는 여건이다. 스트라이크존도 마찬가지다. 1군 무대 적응기는 당연히 필요하다. 

한창 좋을 때 비해 실전감각이 다 올라왔다고 보기도 어렵다. 줄어든 포크볼의 낙차는 이를 상징한다. 구속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점차 나아지는 경기력을 예상할 수 있다. 점차 돌아올 감, 그리고 따뜻해질 날씨는 기대를 걸어보기 충분하다. 4경기에서 수비 도움을 잘 받지 못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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