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 SK 새 외국인 투수 브록 다익손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거 다 볼인데…”

SK 외국인 투수 브록 다익손(25)이 등판하는 날 곳곳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다익손의 높은 공이 주제다. SK팬들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지 않는 다익손의 포심패스트볼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반대로 상대 팬들은 높은 코스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자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SK가 분석하는 다익손의 장점이 바로 이 높은 공이다. 가만히 있으면 볼이 되는 이 공이 장점이라니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타자로서는 치고 싶은 유혹에 빠져드는 코스라는 설명이다. 염경엽 SK 감독은 “타점 때문이다. 타점이 높아서 높은 공도 마치 스트라이크인 것처럼 느낀다. 우리가 미국에 가서 다익손을 볼 때도 그게 최고의 장점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다익손은 205㎝의 장신이다. 팔이 아주 높게 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신장이 있어 타점이 높은 곳에서 형성된다. 180㎝대 중반의 선수들이 팔을 높이 드는 것보다도 더 높은 곳에서 공을 찍어 누른다는 의미다. 포수 미트를 향해 똑같은 비율로 떨어져도 타자는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존 상단보다 공 1~2개 더 높은 쪽에도 방망이가 나간다.

기본적으로 타자들은 공이 눈에서 가까울수록 공격 본능이 강해진다. 하지만 볼 끝에 힘이 있다 보니 이 높은 공이 방망이에 맞아봐야 뜬공만 나온다. 특히 내야 뜬공이 많다. 다익손은 뜬공이 땅볼보다 두 배나 많은, 특히 인천에서는 위험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뜬공 중 무려 44.1%가 별 위험이 없는 내야 뜬공이니 버텨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타자들의 발사각 조정 추세에 위력적인 하이 패스트볼은 분명 좋은 무기다. 눈에서 가까우면 체감구속은 올라가기도 한다. 그런 다익손은 피안타율이 1할4푼8리로 매우 뛰어나다. 볼넷 때문에 힘든 경우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인플레이되는 타구의 타율이 낮은 편이다. 12일 인천 KIA전에서도 이런 장점이 잘 드러났다.

존에서 너무 벗어나면 볼넷이 속출하고, 높은 쪽 존에 걸치면 장타로 이어지는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날은 타자들을 유혹할 정도로만 살짝 벗어나는 공들이 많았다. KIA 타자들은 다익손의 포심 10개 중 6개꼴로 방망이를 휘둘렀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6이닝을 1실점으로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점차 제구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다익손은 4경기에서 23⅓이닝을 던졌다. 평균 6이닝 정도로 그렇게 나쁘지 않다. 평균자책점도 3.09로 낮췄다. 더 좋아지기 위한 관건은 구속이다. 염경엽 감독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날이 더워지면 더 나아질 것이다. 2㎞ 정도만 더 올라오면 된다”고 자신했다. 현재 평균구속은 144㎞ 남짓이지만, SK는 향상 여지가 있다고 본다. 구속이 오를수록 타자는 진짜 스트라이크인지 판단할 시간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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