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KBO 공인구는 정말 문제의 근원일까.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타고투저가 극심하다. 지금 프로 야구는 8할이 타자에게 유리하다. 홈런이 쏟아진다. 8-7, 10-9 이런 점수가 재미있다고 하지만 1-0, 2-1 같은 경기도 긴박감 넘치는 좋은 경기 아닌가. 물론 타자의 실력으로 인한 타격전이라면 좋은 일이겠으나 그렇지가 않다."

"분명히 조건이 다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은 정의와 평등을 중시하는 민족이다."

"홈런의 야구의 꽃이라고 말하지만 규칙과 환경이 불합리하다면 의미 없다. 투타 모두 동등한 조건에서 싸워야 팬이 기뻐하는 진짜 야구를 보여줄 수 있다."

"무엇보다, 어떻게 생각해도 공이 너무 날아간다. 단일 경기사용구가 도입됐지만 이렇게 날아가는 공을 쓰면 어쩌란 말인가. 비거리가 늘어나면 투수만 손해보는 게 아니다. 타자도 발전의 기회를 잃어버린다."

"이래서는 투수를 하려는 아이들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다. 여러분의 아이가 이런 불리한 환경에서 투수를 한다면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 하리모토 이사오(장훈).

어디에서나 타자들이 너무 잘 쳐도 걱정인가보다. 위 글에 나오는 '우리'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다. 이 글은 한국 프로 야구 레전드가 아니라 '독설왕' 하리모토 이사오(장훈)가 최근 슈칸 베이스볼에 쓴 칼럼이다. 

일각에서'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의 좋은 예'로 통용되는 일본이지만 정작 기록은 역주행이다.숫자뿐 아니라 맥락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일본에서는 2015년 이후 꾸준히 홈런이 증가했다. 반발계수 규정은 2014년 1월 KBO 리그의 새 기준과 같은 0.4034 이상 0.4234 이하로 규정을 바뀌었다가 2015년 2월부터는 '0.4134을 목표로 한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수정됐다. 

이유는 0.4234 상한선이 높아서가 아니라, '허용폭이 좁아 불량률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규정 개정을 사무국이 아니라 선수협회에서 먼저 제안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2015년 규정 개정 후 지난해까지 일본 프로 야구 12개 구단 경기장 규격은 4년 내내 같았다. 반발계수와 경기장 두 가지 조건은 같은데 시즌 홈런은 1218개→1341개→1500개→1681개로 증가했다. 경기당 홈런은 1.49개→1.56개→1.75개→1.96개다. 

올해는 지바 롯데 마린스가 외야 펜스를 당기고 '홈런라군'이라는 새 좌석을 설치해 타자친화 구장이 늘어나기는 했다. 올해 경기당 홈런은 87경기에서 176개로 2.0개를 넘었다(2.02개). 

같은 규격의 공인구인데 일본은 홈런이 늘어나고, 한국은 (높은 불량률에도)홈런이 줄어들었다. 타고투저는 2014년부터 '광풍'으로 번졌으나 당시 공인구 반발계수 기준(0.4134~0.4374)은 투고타저 시대와 다르지 않았다. 

올해 홈런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비거리 감소 외에 타구 성질의 변화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올해는 2015년 이후 그 어느 시즌보다 땅볼 비율이 높고(땅볼/뜬공 1.15 / 최하위 2018년 1.05), 뜬공 중에서도 내야 뜬공 비율이 높다는 점(33.5% / 최하위 2017년 32.2%), 인플레이 타구 비율은 두 번째로 낮다는 점(69.2% / 1위 2017년 71.7%)도 함께 살펴야 한다. 

공인구로 타고투저를 제어하려는 시도는 전에도 있었다. 구장별로 달랐던 경기사용구를 단일구로 바꿀 때도 타고투저가 잡힐 거라고 했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공인구 변화와 타고투저의 제동을 간단히 결론지을 수 없는 이유다. 그만큼 야구는 복잡하고 유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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