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지(Gen.G) 크리스 박 대표이사 ⓒ 젠지e스포츠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한국 게임산업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8.7% 성장률을 기록했다. 다른 산업과 견줘 압도적인 성장세다.

한국뿐 아니다. 전 세계에 e스포츠 바람이 분다. 신호는 명확하다. 아마존, 구글, 디즈니 등 '공룡 기업'이 돈보따리를 풀었다. e스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글로벌 대기업이 앞다퉈 스폰서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통 스포츠 구단도 손을 내밀었다. 추세를 읽고 지갑을 열었다. 

MLB 명문 뉴욕 양키스는 2년 전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을 운영하는 '비전e스포츠'와 투자 제휴를 맺었다. 이밖에도 전 NBA 스타 릭 폭스, 독일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 등이 자체적으로 게임단을 운영한다.

전통 스포츠와 동행은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인기 구기 종목은 수십 년간 프로 리그를 운영해 왔다. 데이타 양과 질, 팬 서비스 노하우가 분야별로 농축돼 있다. e스포츠 진화를 돕는 묘안이 나올 수 있다.

◆ 젠지가 띄운 '승부구'…MLB 출신 경영인을 선장으로

젠지e스포츠는 지난 1월 메이저리그 부사장 출신 크리스 박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전통 프로 스포츠 맏형격인 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을 경영 선장으로 영입했다. 격을 깨는 수(手)다. 

박 대표이사에게 젠지 미래를 물었다. 첫 질문으로 10년 뒤 젠지는 어떤 기업으로 변화해 있을지 던졌다.

"세계적인 스포테인먼트 브랜드 중 하나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앞으로 e스포츠와 게임이 스포테인먼트 문화 틀을 만들어갈 거라 생각한다. 이때 젠지가 핵심 노릇을 맡았으면 한다. (e스포츠 시장과 문화를) 선도하는 힘을 갖게 되길 바란다. 향후 10년 안에 새로운 게임 커뮤니티가 부상하는 걸 보게 될 것이다. 젠지는 이러한 커뮤니티 형성과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그들에게 신뢰감 있는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나 더 말하자면) 게임과 e스포츠가 한국 사회에 더 '오픈'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여러 갈래로) 지원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미국과 한국은 속한 문화권이 다르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사유재산 보호와 정당방위권, 헌법 준수에 엄격하다. 글로벌 기업인 젠지에서 한국과 미국, 중국 문화를 두루 경험한 CEO로서 세 나라 차이점이 궁금했다.

"문화 차이를 경험하고 수용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젠지 비전을 떠올리면 더 그렇다. 현재 3개 국가(한국, 미국, 중국)에 사옥이, 다른 4개 시간대 지역에서 젠지 직원이 일하고 있다. 기업 성공은 다양한 커뮤니티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달렸다고 믿는다." 

이어 "e스포츠는 여러 문화권 사람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는 거대한 힘을 지닌 취미 활동이다. 젠지 역시 발맞추려 한다. 여러 산업군을 한곳으로 모아 시너지를 낳는 미래를 꿈꾼다. 현재 서울 다이너스티 선수단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점에서)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 구단과 매일 함께 훈련하고 있다. 불과 몇 m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같이 생활한다. 더 많은 구단과 선수가 이 흐름에 동참할 것이다. (젠지 소속) 대다수 선수는 다른 종목, 다른 산업이 하나로 모인 환경에서 서로를 본보기 삼으며 성장하고 있다. 젠지 목표는 다채롭고 활동적인 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게) 우리가 문화 다양성 존중을 중시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젠지 조직도를 보면 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ng Officer)가 나눠져 있다. 구분이 모호하다. 이름만 들어선 차이가 확연하지 않다. 

두 직위 다른 점을 물었다.

"(회사 창립 초부터) CEO와 COO 임무가 구분돼 있었다. CEO는 기업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젠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1차) 책임이 있다. 책임지고 다뤄야 할 범위가 (COO보다) 더 넓다고 볼 수 있다. 반면 COO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매일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을 여러 측면에서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젠지에선 아놀드 허가 맡고 있는데 회사로서는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이밖에도 여러 직무에 최고 인력을 영입해 회사를 꾸려간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면서 게임에 관한 부정적 시선이 혼재하는 나라다. 이른바 겹사고(Double Thinking) 구조다.

이달 안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진흥책을 내놓는다. 발표안에서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적용, 확률형 아이템 보호방안 가결 여부가 함께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게임업계 종사자로서 박 대표이사 생각이 궁금했다. 게임을 향한 '두 개의 눈'을 지닌 한국 사회 분위기를 어찌 생각하는지 물었다. 한국 정부와 시민에게 바라는 점도 곁들여 질문했다.

"(어느 주제든) 균형 잡힌 접근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게임과 e스포츠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 젠지는 선수들 현역 시절뿐 아니라 은퇴 뒤에도 자기계발이나 (게이머가 아닌)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게임과 e스포츠 산업은 여전히 발전 초기 단계다. 두 분야 사회 영향력이 꾸준히 커지고 있어 매우 기쁘다. 젠지는 늘 정부 규제와 커뮤니티 목소리를 유념할 것이다. 또 게임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는 모든 기관(정부와 사회단체)에 사려 깊은 파트너가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최근 업계 화두가 된 블록체인 게임에 관해서도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젠지 창립자인 케빈 추도 블록체인 시장에서 선도자 노릇을 맡고자 '포르테(Forte)'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앞으로도 눈여겨볼 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경영 바이블로 꼽히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저자 짐 콜린스는 "롱런하는 기업은 자사 철학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만큼 뚜렷한 시각을 지녔다"고 했다. 

젠지 철학은 무엇일까. 기업 정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달라고 했다.

"젠지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미래를 만들고자 한다. 글로벌 마인드로 세계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뉴미디어와 신기술로부터 영감을 얻으며 게임 커뮤니티에서 떠오르는 인재를 지원해 (장단기) 목표를 이루는 게 '젠지 정신'이다."

라이벌은 서로 적(敵)이면서 목표다. 질 좋은 경쟁심과 긴장감을 형성해 양자 모두 건강한 성장을 돕는다.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는 그들 최고 경쟁사로 잠과 포트나이트를 꼽았다. 젠지 최대 맞수를 질문했다. 특정인, 특정 기업을 지목하진 않았다.

"우리는 야심찬 목표를 지닌 스타트업이다. 신생 벤처기업이라 더 넓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e스포츠뿐 아니라 (다른 산업군) 경쟁사도 예의주시한다. 라이벌을 (협소하게) 꼽기보다는 그저 팬과 투자자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최근 젠지는 NBA 명센터 출신 크리스 보시(35, 미국)를 선수 자문위원으로 영입했다. 스타플레이어가 익힌 빅 매치에 나서기 전 마인드 콘트롤이나 몸·기량 관리 노하우를 묻기 위해 식구로 들인 걸까. 보시를 영입한 이유와 기대하는 역할이 궁금했다.

"보시만큼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면서 지적인 운동선수를 보지 못했다. 전 세계 통틀어 흔치 않은 인물이라 생각한다. 보시는 미래 명예의 전당에 오를 자격이 있는 농구 선수이자 열렬한 게임 마니아다. 폭넒은 지식과 교양을 갖춘 르네상스형 인간이랄까. 젠지 선수단과 직원에게 창의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준비된 사람이기에 영입했다. 이미 (그는) 깊은 신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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