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는 유한준(왼쪽), 박경수(가운데) 등 베테랑들이 팀 분위기를 주도하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 ⓒkt위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 14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kt 경기에서는 필사의 런다운이 화제를 모았다. kt가 3-4로 뒤진 5회, 1사 1루에서 강백호의 1루 땅볼 때였다.

러프가 먼저 1루 베이스를 밟아 타자 주자 강백호가 아웃됐다. 1·2루 사이에 선 황재균은 말 그대로 사방이 적이었다. 삼성은 정석대로 런다운 플레이를 진행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황재균은 살 방법이 없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대다수의 주자들은 1~2번 동작을 하다 포기한다. 반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재균은 2사에 주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다. 야수의 움직임을 보고 재빨리 방향을 바꿔보기도 하고, 태그를 피하려고 혼신의 회피 기동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슬라이딩으로 2루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삼성 수비수들은 실수하지 않았다.

아웃은 됐지만, kt가 최근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알 수 있는 상징적 장면이다. kt는 16일 현재 7승14패(.333)로 리그 최하위에 처져 있다. 5위권까지의 승차도 벌써 4.5경기로 벌어졌다. 캠프 때 구상했던 희망찬 시나리오가 초반부터 상당 부분 깨졌고, 주축 선수들의 부상 및 부진과 공수 엇박자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강철 kt 감독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스스로부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직 120경기 이상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 감독이 가장 경계한 것은 지금 승률이 아니라 포기와 패배의식이다. 이 감독은 “성적이 떨어져도, 팀 사기가 떨어지면 안 된다”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초반 부진에 속이 타들어갈 이 감독지만, “나부터 웃으려고 노력한다”며 애써 환한 웃음을 지었다.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지 않았다. 

수장의 격려에 선수들도 힘을 낸다. 한 선수는 “경기는 져도 분위기는 지면 안 된다”는 말로 선수단의 각오를 대변했다. 베테랑들부터 솔선수범이다. 유한준은 전력질주로 안타성 타구를 걷어냈고, 박경수는 가장 큰 목소리로 후배들에게 기를 불어넣는다. 황재균이 보여준 필사의 런다운도 후배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기하지 말자, 그러면 기회는 온다”는 메시지다.

그런 kt는 최근 경기력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최근 열흘간 8경기에서는 4승4패로 5할 승률을 맞췄다. 시원한 연승이 없다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확실히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기미가 보인다. 어깨 통증으로 개막 로테이션을 걸렀던 라울 알칸타라가 돌아와 힘을 냈고, 타선도 주축 선수들의 감이 점점 괜찮아지고 있다.

16일 수원 한화전에서도 집중력을 과시하며 4-2로 이겼다.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강백호가 결승 투런포를 비롯해 3타점을 수확했다. 선수들의 베이스러닝에서는 투지가 느껴졌다. 벤치도 적절한 시점에 개입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이다. 아직 123경기가 남았고, 치고 나갈 기회가 반드시 몇 번은 찾아온다. 지금의 더그아웃 분위기는 그에 필요한 인내와 응집력을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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