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격 부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한화 정근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한화의 비주전조 타격 연습은 오후 5시 반을 훌쩍 넘겨 끝났다. 훈련을 마치고 장비를 정리하는 선수들의 무리에는 정근우(37·한화)도 끼어 있었다. 그에게는 낯선 루틴이었다. 그는 항상 그 이전에 먼저 훈련을 끝내고 식사를 하는 선수였다.

2005년 1군에 데뷔한 정근우는 줄곧 ‘꽃길’만 걸었다. 프로통산 1605경기에 나갔고, 대부분은 주전이었다. 2루는 그의 땅이었다.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을 가리지 않았다. 누적 성적을 보면 역대 최고 2루수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2루는 밟을 일이 별로 없다. 그의 포지션은 중견수다. 그리고 확고부동한 주전도 아니다. 최근 타격 부진으로 2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중견수, 백업의 임무, 그리고 18경기에서 기록한 타율 1할6푼4리까지. 이 38세의 베테랑에게는 온통 낯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답답하거나 섭섭하지는 않을까.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훈련에 임하던 정근우는 “물론 성적은 답답하다”면서도 “주전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전혀 섭섭하지 않다. 차라리 이게 낫다”고 애써 미소 지었다. 정근우는 “나는 지금 팀에 방망이로서는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선수”라고 자책했다.

지난해도 102경기에서 타율 3할4리, 재작년에는 105경기에서 타율 3할3푼을 쳤던 타자다. 그러나 이제는 뭔가를 배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정근우는 “벤치에 앉아 다른 선수들의 타격을 유심히 보고 있다. 뒤에서는 스윙 연습을 한다”고 낯선 백업 생활을 설명했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정근우는 “잘 만들어서 빨리 컨디션을 찾아야 한다. 주전이든 비주전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타격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통산 타율이 3할3리에 이르는 정근우다. 슬럼프에서 탈출하는 노하우를 모두 알고 있을 법도 하지만, 정근우는 “이렇게 오랜 기간 슬럼프에 빠져 있었던 적이 없다. 야구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정근우는 “문제점을 알기 위해 비디오도 많이 보고, 스윙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왜 안 맞는지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민고 배움은 물론 인내도 필요하다. 정근우도 고개를 끄덕인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슬럼프는 반드시 찾아온다. 빨리 벗어나야 한다.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면서 더 나은 내일을 기약했다. 정근우의 손에는 무게가 서로 다른 방망이 두 자루가 있었다. 평소보다 두 배의 고민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38세에 찾아온 중요한 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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