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오른쪽)는 이제 후배들이 팀을 이끌 때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 곽혜미 기자
▲ 지난 14일 잠실 LG 트윈스전 당시 박건우가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지난 주말 두산 베어스 키스톤 콤비 김재호(34)와 오재원(34)은 라커룸 미팅을 잡았다. 임시 주장 김재환(31)을 불러 먼저 이야기한 뒤 후배들에게 뜻을 대신 전하게 했다.

두 선수가 전달한 메시지는 명료했다. 이제 두산은 김재호와 오재원이 끌고 가는 팀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었다. 김재호와 오재원은 김태형 감독 체제에서 선수단의 리더로 활약해왔다. 김재호는 2016년부터 2017년 중반까지 주장을 맡았고, 오재원은 2015년에 이어 2017년 가을부터 주장 완장을 다시 물려받아 지금까지 임무를 이어 가고 있다. 

4년이 흐르는 사이 두 선수의 나이는 30대 중반이 됐다. 김 감독을 비롯해 프런트, 코치진, 선수들까지 이제는 1990년생 선수들이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포수 박세혁, 3루수 허경민, 중견수 정수빈, 우익수 박건우는 팀의 기대를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까지는 다들 '자기 것'에 집중하기 바빴다. 경기에 지거나 타격이 풀리지 않거나 플레이에서 실수가 나오면 팀을 돌아볼 여유가 부족했다.

베테랑들은 분위기가 더 안 좋았다. 내야진이 줄줄이 1할 타율에 머물며 흔들렸다. 1루수 오재일은 타격 부진으로 지난 6일 가장 먼저 2군에 내려갔다. 2루수 최주환은 내복사근 부상 재발로 10일 이탈했다. 15일에는 오재원이 타격 부진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내야에 남은 베테랑은 이제 김재호뿐이다. 김재호 역시 타율 0.154(65타수 10안타) 1홈런 5타점으로 타격감이 좋진 않지만, 손목 통증을 참으며 버티고 있다. 김재호마저 이탈하면 주전 풀타임 경험이 있는 내야수는 허경민 하나만 남는다. 

두산 베스트 라인업에서 현재 3할 타자는 페르난데스(0.393), 박건우(0.333), 정수빈(0.308)까지 딱 3명이다. 클러치 상황에서는 김재환(21타점), 박건우, 페르난데스(이상 17타점)에게 의존하고 있다. 지난 4시즌과 비교하면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트릴 믿음직한 카드가 절반 이상 줄었다.

▲ 두산 베어스 내야에 새 얼굴들이 늘었다. 아직은 경험을 더 쌓아야 하는 백업 선수들이다. 왼쪽부터 전민재, 류지혁, 이병휘, 신성현. 이병휘 뒤는 투수 이현호다. ⓒ 곽혜미 기자
그런데도 두산은 19일 현재 14승 8패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즌 내내 3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사실 언제 고꾸라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인데 성적을 내고 있다.

위기가 오기 전에 김재호와 오재원은 후배들에게 "언제까지 우리에게 의지할 것이냐"고 물으며 책임감을 강조했다. 형들은 이제 뒤에서 받쳐줄 테니 1990년생들이 팀 분위기를 이끌라고 조언했다.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다. 김재호는 "막 주전이 됐을 때(2014년) 의지했던 형들이 전부 다 떠났다. '나는 누구를 의지하지' 이런 마음이 들었다. 1년 정도 힘들게 보낸 뒤로 책임감이 생겼던 것 같다. 지금 1990년생 친구들에게 그 시기가 온 것 같다. 워낙 좋은 선수들이니까. 나보다는 조금 더 빨리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지금 버팀목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힘들어할 때 한마디씩 해주면서 젊은 선수들이 멘탈이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는 게 지금 내 몫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라커룸 미팅의 효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더그아웃에서 박수 치고 응원하는 목소리가 확연히 커졌다. 18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3-4로 석패해 3연승 흐름이 끊어졌지만, 시즌 초반 축 처졌던 더그아웃 분위기는 사라졌다. 

허경민은 "우리가 안 풀려도 동생들을 데리고 가야 한다고 형들이 이야기해줬다. 그 후로 팀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가 형들이 신경 썼던 것들을 나눠 가지려 한다. 이 시간을 보내고 나면 우리가 또 강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형들이 돌아왔을 때는 시너지가 났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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