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나종덕이 몸에 맞는 공으로 쓰러졌을 때 롯데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KIA 김기태 감독과 김민호 코치가 나와 함께 걱정했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지난 17일 KIA 투수 고영창이 던진 공에 롯데 포수 나종덕이 맞고 쓰러졌다. 고영창은 1루로 나간 나종덕을 향해 모자를 벗고 90도로 인사했다. 행여나 못 봤을까 한 번 더 숙였다.

고영창은 1989년 2월생, 나종덕은 1998년생이다. 무려 9살 차이가 나는 까마득한 후배다.

나종덕은 "한참 선배께서 그렇게 하시길래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했다"고 발그레 웃었다. 선배의 진심 담긴 사과에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자 고영창은 "나종덕이 그렇게 어린지 몰랐다"며 "고의가 아니었고 너무 미안했다. 나이가 많든 적든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야구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말한다. 메이저리그에선 플레이볼이 선언되면 상대 팀 선수를 적으로 규정한다. 친한 척도 인사도 해선 안 된다. 몸에 맞는 볼이 나오면 사과 대신 보복구로 대처하는 장면이 잦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풀도 작은 KBO리그 선수들은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 타자가 약한 부위에 공을 맞거나, 야수가 타구에 맞는 등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면 상대 팀이라도 모자를 벗고 사과의 뜻을 보이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정착됐다.

나종덕이 쓰러졌을 때 김기태 KIA 감독이 걸어 나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나종덕을 살폈다. 같은 날 신본기의 타구에 양현종이 맞고 쓰러졌을 땐 반대편에서 양상문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걱정했다.

하루 뒤 신본기는 KIA 더그아웃을 찾아 모자를 벗어 양현종에게 사과했다. 그러자 양현종은 "괜찮다"며 신본기를 격려했다.

올 시즌 한화 박윤철도 최정의 머리에 공을 맞혔다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롯데 신인 서준원도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가 정중히 사과했다.

KBO와 방식은 조금 달라도 메이저리그에서도 관례를 깨고 동업자 정신에 따라 상대 팀 선수에게 사과하는 문화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 2016년 애틀랜타 투수 마이크 폴티뉴비치는 피츠버그 포수였던 프란시스코 서벨리의 머리를 공으로 맞혔다가 "My bad(내 잘못)"라고 사과했고 서벨리는 "No problem(괜찮다)"고 기꺼이 사과를 받았다.

양상문 롯데 감독은 18일 경기를 앞두고 "오늘 아침에 TV를 봤는데 메이저리그 선수가 몸에 맞힌 볼을 기록하고 사과하더라. 처음 봤다"며 "사실 예전엔 사과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의였는데 맞은 부위에 따라선 사과하고 서로 좋게 끝나는 그림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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