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언젠가 마주칠 거란 생각은 했어."

알리스타 오브레임(38, 네덜란드)이 '친구'와 주먹을 섞는다. 얄궂은 느낌은 적다. "오래전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친구 사이"지만 "같은 체급 파이터로서 언젠가는 만날 거라 늘 생각해왔다"며 덤덤히 받아들였다. 

오브레임은 20일(이하 한국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49에서 알렉세이 올레이닉(41, 러시아)과 메인이벤터로 나선다. 

출사표는 이미 던졌다. 지난 16일 격투기 방송 프로그램 더 MMA 아워와 인터뷰에서 "올레이닉과 난 격투계 동료로서 함께한 적이 있다. 친구 같은 사이다. 하지만 옥타곤 위에선 경쟁 관계"라고 밝혔다.

사연이 길다. 2014년 2월 미국 뉴저지주 뉴왁에서 열린 UFC 169에서 오브레임은 프랭크 미어와 주먹을 맞댔다. 이때 올레이닉에게 도움을 받았다. 

미어와 올레이닉이 같은 그래플러였기에 바닥 싸움에 대비하고자 도움을 요청했고 올레이닉이 이를 수락했다. 경기에서도 오브레임은 만장일치 판정으로 웃었다. 유쾌한 기억일 수밖에 없다.    

관계 물꼬는 오브레임이 텄다. 2013년 11월 미르코 크로캅과 맞대결을 앞둔 올레이닉을 자신이 훈련 파트너로서 지원했다. 올레이닉도 크로캅을 경기 시작 4분 42초 만에 헤드락 초크로 잡았다. 상부상조했다.

▲ 알리스타 오브레임(사진)은 옥타곤에서 '친구'를 만난다.

오브레임은 "올레이닉이 UFC와 계약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린 언젠가 만나겠구나'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한솥밥 먹는 동료는 아니었지만 5~6년 전 서로에게 도움 준 기억이 생생하다. 올레이닉은 터프하고 노련한 파이터다. 능구렁이처럼 부드럽게 서브미션 게임을 펼칠 줄 안다. 수준 높은 선수"라고 설명했다.

원래 상대는 알렉산더 볼코프였다. 그러나 볼코프가 건강 이상으로 낙마했다. UFC는 빠르게 올레이닉을 대타 카드로 올렸다. 오브레임이 말한 언젠가 마주할 거란 예상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이뤄졌다.

올레이닉과 볼코프는 스타일이 대조적이다. 올레이닉이 탭으로만 45승을 챙긴 서브미션 달인이라면 볼코프는 큰 키와 긴 리치를 활용한 타격가다. 오브레임으로선 대진 변경이 달갑지만은 않았을 터.

그러나 '더 림(The Reem)'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11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해 문제없다는 말씨였다.

오브레임은 "둘은 확실히 다른 파이팅 스타일을 지녔다. (경기 플랜 등을 새로 짜야 하기에) 주변에서 꺼림칙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난 상관없다고 했다. 2008년 12월이었을 거다. 그때 K-1에서 나와 크로캅 2차전을 잡아놨는데 크로캅이 갑자기 경기 출전 불가를 통보했다. 적잖이 당황했다. 이대로 (연말을) 보내야 하나 상심하고 있는데 3주도 안 돼 바다 하리를 (대타로) 붙여 줬다. 비슷한 경험을 한 번 했기에 문제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난 준비돼 있다. 몸 상태가 좋다. 그저 싸우고 싶을 뿐이다. 누군가 엉덩이를 걷어차고 싶은 기분, 그게 딱 지금이다. 누구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싸우더라도 상관없다. 그게 내 진심"이라고 덧붙였다.

타이틀 샷을 향한 열망도 숨기지 않았다. 오브레임은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41에서 세르게이 파블로비치를 1라운드 4분 21초 만에 펀치 TKO로 잡았다. 2연패 사슬을 끊어 내면서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현재 헤비급 랭킹은 7위.

돌아가는 상황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UFC 헤비급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는 브록 레스너와 만남을 원하고 전 챔프 케인 벨라스케즈는 몸 상태가 불확실하다. 빨라도 올 연말은 돼야 오브레임이 치고 올라갈 '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오브레임은 "순위를 등한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레스너가 돌아온다니, 이 얼마나 뜬금없는 일인가. 더욱이 (외부 단체 파이터가) 갑자기 타이틀전으로 직행한다는 건 더더욱 안될 말이다. 벨라스케즈는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생각이 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저번 경기를 보니까 정말 안 좋아보이던데. 기본적인 감량부터 버거워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내가 할 일은 많지 않다. 그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예의주시하고 내 훈련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것, 이 2가지밖에 없다. 좋은 신호가 오길 바랄 뿐"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UFC 파이트 나이트 149 언더 카드는 20일 토요일 밤 11시부터, 메인 카드는 21일 일요일 새벽 2시부터 스포티비·스포티비온·스포티비나우에서 생중계된다.

오브레임과 올레이닉 메인이벤트 밖에도 이슬람 마카체프, 세르게이 파블로비치 등 여러 러시아 파이터들이 출전한다.

언더 카드 중계진은 박찬웅 캐스터와 이교덕 기자, 메인 카드 중계진은 성승헌 캐스터와 김두환 해설 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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