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고우석이 정찬헌의 공백을 대신할 임시 마무리 투수를 맡는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LG 고우석이 입단 3년 만에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다. 주전 마무리 투수 정찬헌이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으로 휴식차 1군에서 말소된 동안 뒷문을 책임진다. 

LG 류중일 감독은 21일 잠실 카움전에서 5-3으로 앞선 9회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렸다. 고우석은 첫 타자 장영석에게 유격수 키를 살짝 넘는 안타를 맞았지만, 다음 세 타자를 유격수 뜬공-1루수 파울플라이-유격수 뜬공으로 제압하고 3년 94경기 만에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기존 마무리 투수 정찬헌은 올해 블론세이브 없이 10경기에서 1승 6세이브 평균자책점 0.96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팀에서 예상 못 한 위기는 아니다. 정찬헌의 일시적인 이탈은 시즌 전부터 대비하고 있었다. 정찬헌은 지난해에도 허리 문제로 세이브 상황에 몸조차 풀지 못한 적이 있다.

▲ 첫 세이브 공을 든 고우석. ⓒ 신원철 기자
오키나와 캠프에서 류중일 감독은 "정찬헌이 만에 하나 다치면 대체 카드는 생각하고 있다. 신정락이 가능하고, 이정용도 후보"라고 답했다. 이때 고우석은 필승조로 기대하는 투수였지만 마무리 후보는 아니었다. 종잡을 수 없는 제구, 단조로운 구종이 2% 부족한 점이었다. 

고우석은 올해도 볼넷이 적지는 않다. 15⅓이닝 동안 11개(고의4구 3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는 숫자도, 내용도 본다. 지난 2년 보다는 제구가 안정을 찾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5경기에서는 볼넷이 2개 뿐이다.

류중일 감독은 21일 경기를 마친 뒤 "캠프에서 고우석을 마무리 후보로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제구였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시작하다 나중에 스트라이크 존에 밀어넣고 안타를 맞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제구력이 훨씬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고우석이 세이브 상황에 나간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최일언-경헌호 투수 코치도 21일 경기에 앞서 고우석에게 임시 마무리 투수라는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최일언 코치의 말을 농담으로 들었던 고우석은 "워밍업을 준비하는데 경헌호 코치님이 '마무리니까 들어가서 쉬다가 나오라고 하셨다. 그때 알았다"고 얘기했다. 

▲ LG 류중일 감독은 오키나와 캠프에서 임시 마무리 투수 후보를 언급할 때 고우석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 신원철 기자
고우석은 '칭찬'을 변화의 이유로 꼽았다. "캠프 때부터 최일언 코치님이 매일 '좋다'고 해주신다. 제가 먼저 물어보지 않아도 먼저 오셔서 '좋아보인다', '밸런스 좋네' 하고 지나가신다. 그런 말들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얻은 자신감은 빠른 투구 템포로 이어졌다. 고우석은 "작년에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투구 전에 동작이 많았는데 올해는 공 잡으면 사인 믿고, 내 공 믿고 바로 던지려고 한다. 타자들이 타임 걸고 하는 걸 보면서 템포가 빨라졌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얘기했다. 

크지 않은 키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강속구, 그리고 조금은 닮은 외모 덕분에 고우석은 데뷔 때부터 오승환을 떠오르게 한다는 말을 들었다. 고우석도 그런 말을 듣기는 하지만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충분히 안다. 고우석은 "아직 멀었다. 같이 운동 해봤고, 공도 받아봤는데 정말 아직 따라가려면 멀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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