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최초 노히트노런 해태 방수원(왼쪽)과 3호 노히트노런 OB 장호연(가운데), 5호 노히트노런 해태 선동열의 현역 시절 모습 ⓒKBO, 두산베어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삼성 외국인투수 덱 맥과이어가 21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역대 14번째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9회 마지막 3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큼 압권이었다. 볼넷 1개와 사구 1개가 있었지만 13탈삼진 무안타 무실점으로 대기록을 완성했다.

올 시즌 삼성 유니폼을 새롭게 입은 뒤 5경기 동안 1승도 없이 2패에 평균자책점 6.56을 기록해 퇴출설까지 흘러나오던 투수가 누구도 예상 못한 반전 드라마를 펼쳤다. KBO리그 데뷔 첫 승을 노히트노런으로 장식한 것은 맥과이어가 처음. 아울러 13탈삼진은 역대 노히트노런 가운데 최다 기록이며, 팀의 16-0 승리 스코어도 역대 노히터 최다 점수차 기록이기도 하다.

노히트노런은 기량만 있다고 이룰 수 있는 기록은 아니다. 원년 22연승의 '불사조' 박철순도, 30승 신화의 '너구리' 장명부도, 한국시리즈 4승의 '철완' 최동원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노히트노런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선물이라고 한다.

KBO리그의 노히트노런 역사를 탐험해본다. 사연과 의미 없는 노히트노런은 없다.

▲ 삼성 덱 맥과이어가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뒤 포효하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역대 1호 방수원…노히트노런이 시즌 유일한 승리

어린이날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소파 방정환. 그런데 야구에서 어린이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인공은 해태 방수원이다. 어린이날 가장 유명한 일을 해냈다. 1984년 5월 5일 광주 삼미전에서 KBO리그 사상 최초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해태 어린이 팬들에겐 선물이었지만, 삼미 어린이 팬들에겐 악몽의 어린이날이었다. KBO리그 역대 1호라는 상징적 이정표 외에도 또 하나의 진기록이 있다. 바로 이날 승리가 방수원의 1984시즌 승리의 전부였다는 것. 방수원은 그해 1승8패를 기록했다. 그의 프로통산 유일한 완봉이자 개인통산 4호 완투 중 마지막 완투였다.

◆역대 2호 김정행…월드컵에 묻힌 재일교포의 대기록

역대 2호 노히트노런은 1986년 6월 5일 롯데 재일교포 투수 김정행이 달성했다. 사직구장에서 열린 빙그레전으로 더블헤더 제1경기였다. 김정행은 재일교포로서 유일한 노히터 투수로 기록돼 있다. 1983년 30승 신화를 달성한 장명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김정행의 노히트노런은 당시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6월 6일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에 멕시코 월드컵 조별예선 2차전 불가리아전이 열렸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 3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나섰고, 불가리아전에서 김종부의 극적인 동점골로 사상 첫 승점을 따내 대한민국이 온통 그쪽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당시엔 지금처럼 KBO리그가 전구장 TV 생중계를 하지도 않았다. 유일한 소식통은 신문이었는데, 월드컵 기사가 도배된 가운데 한쪽 귀퉁이에 작은 기사로 처리될 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역대 3호 장호연…탈삼진 0개로 최초 개막전 노히터

역대 3호 노히트노런 주인공은 ‘짱꼴라’ OB 장호연이다. 1988년 4월 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 당초 선발투수는 김진욱으로 내정돼 있었지만 개막을 앞두고 훈련을 하다 김광림이 친 프리배팅 타구에 급소를 맞는 대형 사고로 병원으로 후송되면서 부랴부랴 장호연이 선발로 나서게 됐다. 그런데 장호연은 노히트노런이라는 또 다른 대형 사고(?)를 쳤다. 99개의 투구수로 롯데 타선을 제압했다. 개막전 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노히트노런이기도 하지만, 이날 탈삼진은 무려(?) 0개. 역대 노히트노런 중 탈삼진이 없는 유일한 노히트노런이다.

◆역대 4호 이동석…무4사구 2실책으로 퍼펙트게임 무산

빙그레 이동석은 1988년 4월 17일 깜짝 반란을 일으켰다. 광주구장에서 열린 해태전. 당시 해태도 무시무시했지만 상대 선발투수 역시 무시무시한 선동열. 1987년 입단해 1승밖에 거두지 못한 이동석은 사실상 무명이었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깼다. 그것도 4사구 하나 내주지 않고 무안타 무실점. 퍼펙트게임이 됐어야 하지만 실책 2개가 발생하면서 노히트노런에 만족해야했다. 군산상고 출신으로 고향팀 해태의 외면을 받았던 이동석은 이후 '해태 킬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1988년 7승을 거둔 뒤 이렇다할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1993년까지 뛰며 통산 12승16패7세이브를 기록한 채 유니폼을 벗었다. 방수원도 통산 18승(29패18세이브)을 올렸기에 이동석은 역대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국내 투수 중 통산 최소승을 기록했다.

▲ 해태 선동열은 상대팀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1989년에는 역대 5번째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포수 장채근은 동반자였다. ⓒKBO
◆역대 5호 선동열…아마-프로 노히트노런 달성한 유일한 국보

1989년 해태 선동열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7월 6일 광주 삼성전에서 3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역대 5번째이자 해태 투수로는 방수원에 이어 역대 2번째 대기록을 작성했다. 무엇보다 선동열은 광주일고 시절에 이미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바 있다. 1980년 7월 24일 봉황대기고교야구 경기고전에서 2볼넷 1사구로 노히터를 작성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아마추어 시절과 프로 시절에 모두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투수는 한국야구사에 선동열이 유일하다. 그리고 1989년 21승3패8세이브, 평균자책점 1.17로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해에 20승과 MVP를 차지한 투수는 선동열이 유일하다.

◆역대 6호 이태일…역대 최초이자 유일한 신인 노히트노런

맥과이어가 21일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것은 삼성 투수로는 역대 2호다. 그 1호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29년 전 1990년 이태일이 주인공이다. 영남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이태일은 그해 신인왕을 LG 김동수에게 내줬지만, 13승6패를 올리며 삼성의 한국시리즈행에 힘을 보탠 특급 잠수함투수였다. 8월 8일 사직 롯데전에서 역대 신인 최초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7호 김원형…'어린왕자'의 역대 최연소 노히트노런

쌍방울 김원형은 1993년 4월 30일 전주 OB전에서 볼넷 1개만을 허용하고 대기록을 만들었다. 이날 6회 김민호에게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내준 것이 유일한 출루 허용. 그런데 김민호가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실패해 이날 2루를 밟아 본 OB 타자는 없었다. 역대 유일한 무잔루 노히트노런이라는 진기록도 함께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김원형은 당시 나이 만 20세9개월25일로 역대 최연소 노히트노런을 작성하면서 ‘어린왕자’라는 별명을 더욱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역대 8호 김태원…9-9-9로 만든 잠실 최초 노히트노런

1993년 9월 9일. LG 김태원은 잠실 쌍방울전에서 2볼넷 1사구만 허용하면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그것도 9-0 승리였다. 9월 9일 9점차 노히트노런. 기억하기 좋은 숫자로 대기록을 작성했다. 역대 9호가 아닌 8호라는 점이 아쉬우면 아쉬운 대목. LG 투수로는 최초이자, 잠실구장에서 나온 최초의 노히트노런이기도 했다.

▲ 정민철은 한화 시절이던 1997년 무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인해 아깝게 퍼펙트게임을 놓치고 역대 9호 노히트노런에 만족해야 했다. ⓒ한희재 기자
◆역대 9호 정민철…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 퍼펙트게임 무산

1997년 5월 23일. 한화 정민철은 대전 OB전에서 8회 1사까지 22명의 타자를 모두 제압했다. 노히트노런뿐만 아니라 사상 최초 퍼펙트게임이 그려지는 순간. 여기서 심정수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으로 잡는 듯했으나 포수 강인권이 공을 뒤로 빠뜨리면서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심정수를 1루에 살려주고 말았다. 폭투가 아닌 패스트볼로 기록됐다. 퍼펙트게임이 날아가 더욱 아쉬운 순간이었다. 정민철은 이후 5타자를 막아 무안타, 무4사구, 무실점에도 불구하고 노히트노런에 만족해야했다.

◆역대 10호 송진우…역대 최고령 노히트노런 위업

한화 송진우는 통산 210승으로 역대 최다승을 기록한 대투수다. 그러면서 역대 각종 최고령 투수 부문 기록도 보유하고 있는데 역대 최고령 노히트노런 역시 그의 기록 중 하나로 장식돼 있다. 2000년 5월 18일 광주 해태전에서 4사구 3개만 내준 채 6-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만 34세3개월2일로 역대 최고령 노히트노런이 작성되는 순간이었다.

◆역대 11호 찰리…외국인투수 사상 최초 노히트노런

송진우 이후 명맥이 끊겼던 노히트노런의 역사는 2014년 NC 외국인투수 찰리 쉬렉이 이었다. 6월 24일 잠실 LG전에서 볼넷 3개만 내준 채 무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역대 외국인투수 최초 노히트노런이라는 발자국을 남겼다.

▲ 두산 유네스키 마야는 2015년 꿈에도 몰랐던 노히트노런을 달성했지만 그것이 KBO리그 마지막 승리가 되는 것 역시 꿈에도 몰랐다. ⓒ한희재 기자
◆역대 12호 마야…노히트노런이 KBO리그 마지막 승리라니

2014년 두산 대체 외국인투수로 들어온 유네스키 마야는 첫해 11경기에서 2승4패만 기록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줘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5년 첫 등판에서 승리(6이닝 4실점), 2번째 등판에서 패전(7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3번째 등판인 4월 9일 잠실 넥센전. 혼신의 힘을 다한 136구의 역투로 노히트노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였다. 휴식기까지 주어지면서 11일 만에 다음 등판(목동 넥센전)에 나섰지만 3이닝 11실점으로 무너졌다. 노히트노런 이후 6월 10일 잠실 NC전까지 10경기에 선발등판해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패전만 쌓다가 그해 2승4패의 성적만 남긴 채 중도 퇴출되고 말았다. 이번에 맥과이어가 KBO리그 첫 승을 노히트노런으로 장식했는데, 마야는 노히트노런이 KBO리그 마지막 승리였다.

◆역대 13호 보우덴…두산 역대 3번째 노히터, 한화와 타이

2016년 6월 30일 두산 외국인투수 마이클 보우덴은 잠실 NC전에서 139개의 공으로 4사구 4개와 9탈삼진을 곁들여 노히트노런 고지를 힘겹게 밟았다. 두산은 OB 시절이던 1988년 장호연에 이어 외국인투수 2명까지 총 3명의 노히트노런 투수를 배출하게 됐다. 구단 역사상 3명의 노히터 투수를 보유하고 있는 팀은 한화(이동석, 정민철, 송진우)와 두산뿐이다. 노히터 외국인투수 2명은 두산이 유일하다.

◆기타…KS 노히터 정명원과 6이닝 노히터 박동희

KBO 정규시즌에는 이번 맥과이어가 역대 14번째 노히트노런으로 기록됐지만, KBO 역사에는 별표가 첨부된 2차례의 노히터가 더 수록돼 있다. 하나는 1996년 현대 정명원이 주인공이다. 10월 20일 인천구장에서 열린 해태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4사구 3개와 9탈삼진을 엮어 팀의 4-0 승리를 이끌고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포스트시즌 사상 유일한 노히트노런이다. 또 하나는 고(故) 롯데 박동희의 ‘강우콜드게임 노히트노런’이다. 1993년 5월 13일 사직 쌍방울전에서 2회 김기태에게 볼넷 1개만 내준 채 노히트노런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6회초 돌입 순간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강우콜드게임이 선언돼 5이닝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비공인 노히트노런에 만족해야했다. 우천 중단 때문에 노히트노런으로 공인받지는 못했지만 개인 완봉승으로는 기록됐다.

노히트노런은 투수만의 영광은 아니다. 삼성 포수 강민호는 맥과이어의 노히트노런을 이끌어낸 뒤 “나 역시 처음이다. 아직도 닭살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감격해했다. 그럴진대 생애 2차례나 노히트노런을 이끈 포수는 어떨까. 3명이 있다. 유승안은 해태 시절이던 1984년 방수원이 사상 최초 노히트노런을 기록할 때 포수였고, 1988년 빙그레 시절엔 이동석이 해태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도록 리드했다. 강인권은 1997년 패스트볼로 정민철의 퍼펙트게임을 놓친 아픔이 있지만 2000년 송진우까지 2차례나 노히트노런 역사의 현장을 지켰다. 지금은 NC 유니폼을 입었지만 양의지는 두산 시절 마야와 보우덴의 노히트노런을 지휘했다. 한편 역대 팀 중에 SK와 히어로즈, kt는 아직 노히트노런 투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 1993년 롯데 박동희는 6회 강우콜드게임 속에 비공인 노히트노런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KBO
▲ 한국프로야구 역대 노히트노런 리스트

①방수원(해태) 1984년 5월5일 광주 삼미전(6탈삼진 3사사구)=포수 유승안

②김정행(롯데) 1986년 6월5일 사직 빙그레전(5탈삼진 4사사구)=포수 한문연 김용운⑤

③장호연(OB) 1988년 4월2일 사직 롯데전(3사사구)=포수 김경문

④이동석(빙그레) 1988년 4월17일 광주 해태전(5탈삼진 무사사구 2실책)=포수 유승안

⑤선동열(해태) 1989년 7월6일 광주 삼성전(9탈삼진 3사사구)=포수 장채근

⑥이태일(삼성) 1990년 8월8일 사직 롯데전(4탈삼진 3사사구)=포수 이만수

⑦김원형(쌍방울) 1993년 4월30일 전주 OB전(6탈삼진 1사사구)=포수 김충민

⑧김태원(LG) 1993년 9월9일 잠실 쌍방울전(4탈삼진 3사사구)=포수 김동수

⑨정민철(한화) 1997년 5월23일 대전 OB전(8탈삼진 무사사구 낫아웃 출루)=포수 강인권

⑩송진우(한화) 2000년 5월18일 광주 해태전(6탈삼진 3사사구)=포수 강인권

⑪찰리(NC) 2014년 6월24일 잠실 LG전(7탈삼진 3사사구)=포수 김태군

⑫마야(두산) 2015년 4월9일 잠실 넥센전(8탈삼진 3사사구)=포수 양의지

⑬보우덴(두산) 2016년 6월30일 잠실 NC전(9탈삼진 4사사구)=포수 양의지

⑭맥과이어(삼성) 2019년 4월21일 대전 한화전(13탈삼진 2사사구)=포수 강민호

※박동희(롯데) 1993년 5월13일 사직 쌍방울전(6탈삼진 1사사구, 6회 강우콜드게임)=포수 강성우

※정명원(현대) 1996년 10월20일 인천 해태전(9탈삼진 3사사구, KS 4차전)=포수 김형남 장광호

▲ 삼성 덱 맥과이어가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하자 삼성 동료들이 마운드로 뛰어나오며 기뻐하고 있다. KBO리그 데뷔 첫 승을 노히트노런으로 장식한 것은 맥과이어가 사상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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