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팀 타선과 외야 수비를 이끌고 있는 SK 김강민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중견수는 외야에서 가장 넓은 수비 지역을 도맡아야 한다. 체력 소모가 심하고, 자연히 30대 중반을 넘긴 베테랑 선수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20대 선수들도 한 시즌을 통째로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30대 중반 이후 중견수로 풀타임을 뛴 선수는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만하다. 김강민(37·SK)처럼 만 37세 시즌에 중견수를 본 선수는 기억조차 흐릿할 정도다. 2011년 강동우(당시 한화) 정도가 기억나지만, 당시 강동우는 김경언 고동진과 중견수를 번갈아 가며 봤다. 올해 김강민은 KBO리그의 신기원을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김강민은 시즌 초반 SK 타선과 외야 수비를 이끄는 리더다. 25경기에서 타율 3할5푼1리, 2홈런, 13타점, 4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02의 만점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리그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인 김강민의 자리는 여전히 중견수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전혀 노쇠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 못지않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비결이다. 최근 몇 년간 부상으로 고전했던 경험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부상을 치료하면서 몸 관리를 더 충실하게 했고, 지난해부터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강민의 수비 시 움직임과 스피드, 그리고 배트스피드는 전성기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난해와 이어진 활약이라는 점에서 일시적인 ‘데드캣’이 아님을 시사한다.

당초 네 번째 외야수로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었던 김강민이다. 그러나 노수광 고종욱의 초반 부진, 한동민의 부상 등으로 오히려 팀 외야수 중 가장 많은 수비에 나갔다. 활약도 꾸준하다. 김강민은 4월 10일 대전 한화전부터 21일 인천 NC전까지 11경기 연속 안타를 때렸다. 20일과 21일에는 연속 3안타 경기를 펼치며 경기 초반 분위기를 장악했다.

리드오프 및 중견수로 나서며 체력 소모가 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때맞춰 고종욱의 타격감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노수광도 2군 정비를 마치면 다시 올라올 예정이다. 김강민도 자신이 한 시즌을 모두 뛸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체력이 있는 지금은 자신이 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 후배들의 감이 살아날 때까지 버티면 적절히 휴식을 취하며 시즌 전체를 내다볼 수 있다. 

올 시즌 리그 베테랑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도 김강민의 활약은 특별하다. 김강민은 만 35세 이상 선수 중 가장 높은 타율(.351)을 기록 중이고, 3할을 치고 있는 두 명의 선수(김강민·김태균) 중 하나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901로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인 김태균(한화·0.817) 이대호(롯데·0.779), 최형우(KIA·0.747)보다도 높다. 김강민이 “나이 많은 중견수는 없다”는 선입견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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