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격 침체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SK 김성현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자꾸 꿈에서 나타나요. 실책하는 꿈, 볼넷을 얻지 못하는 꿈…”

SK 주전 유격수 김성현(32)은 시즌 초반 첫 16경기까지 달갑지 않은 ‘트리플 제로’를 기록하고 있었다. 김성현은 4월 11일까지 타율 2할에 머물렀다. 삼진도, 볼넷도, 실책도 없었다. 삼진이나 실책이 없는 게 나쁜 의미가 아니었다. 그러나 초반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가 간혹 있었다. 불안감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다. 또 볼넷을 고르지 못한다는 것은 타율이 낮은 상황에서 출루율 저하로 이어졌다.

아무리 수비 부담이 크다고 해도 2할의 출루율로는 주전을 지키기 어려웠다. 당시 김성현은 “상대 투수들을 나를 상대로는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지고 있다”면서 “그것을 콘택트해 안타로 만들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수비도 마찬가지였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주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다. 김성현은 “자꾸 꿈에서 나타난다”고 했다. 선수는 뭔가에 쫓기고 있었다.

그런 김성현이 서서히 악몽에서 탈출하고 있다. 김성현은 4월 12일 이후 9경기에서 타율 3할(30타수 9안타)을 기록하고 있다. 볼넷도 2개를 고르며 ‘무볼넷-무삼진’ KBO리그 역대 기록에서도 탈출했다. 장타가 많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확실히 콘택트가 이뤄지며 강한 타구를 내야 너머로 날리고 있다.

지난주에는 6경기에 모두 나가 타율 3할5푼(20타수 7안타)에 4타점을 기록하는 등 시즌 들어 가장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다. 중요한 순간에 적시타를 치며 공격에서도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현재 2할4푼을 기록 중인 타율이 앞으로 조금씩 계속 올라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다.

전반적인 공격에서의 아쉬움은 수비로 만회하고 있다. 김성현은 올 시즌 25경기에서 실책이 단 하나밖에 없다. 유격수 포지션임을 감안하면 적은 수치다. 확실히 안정감이 생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지환 SK 수비코치는 “김성현이 캠프 기간 동안 많은 노력을 했다. 최대한 천천히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어깨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니 그렇게 해도 충분히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올 시즌 안정적인 수비로 그간의 이미지를 씻어내고 있는 김성현 ⓒSK와이번스
선수의 생각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그런 패턴에 한 번 적응한 김성현은 한층 안정적인 수비수로 거듭났다. 여유가 있을 때는 예년보다 송구 시 확실히 스텝을 한 번 더 밟는다. 그렇다고 마냥 여유를 부리는 것은 아니다. 긴박한 순간에서는 번뜩이는 센스와 화려한 수비 스킬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낸다. 

팀을 연패에서 구해낸 19일 잠실 두산전에서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상징적이다. 그 외에도 여러 차례 호수비를 선보였다. 호수비와 실책 모두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고 볼 때, 올해는 확실히 전자의 기억이 많다. 그간의 이미지를 깨끗하게 씻을 좋은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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