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신하균. 제공|NEW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는 약하기에 함께해야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목 아래를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에인 세하(신하균)와 5살 수준의 지능을 지닌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는 20년을 함께하며 서로를 보듬어 온 사이. 툭툭 던지는 농담, 진심어린 고백과 함께 담긴 둘의 이야기는 유쾌하고도 퍽 따뜻하다.

신하균(45)은 동구가 휠체어를 밀어주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처지이자 이 장애인 공동체의 브레인이자 입이기도 한 세하로 분했다. '극한직업'의 악당 이무배가 되어 형사들을 휘어잡다가, '바람 바람 바람'의 바람난 유부남이 돼 폭소를 터뜨리다가, 드라마 '나쁜형사'에선 범죄자 뺨치는 거침없는 형사이기도 했던 신하균이다. 이번엔 꼼짝없이 휠체어에 묶인 채지만 '나의 특별한 형제' 속 신하균은 꽤 즐겁고 자유로워 보인다.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 무엇이 좋았나.

▶읽고 거의 바로 결정했다. 빨리 결정하는 편이다. 장애인을 소재로 하는 기존 영화와 다른 시각이 좋았다. 장애가 소재지만 별반 다를 바 없는 모두의 이야기다.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으로 보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보지 않고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본다. 저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약하고 부족한 부분이 다들 있지 않나. 당연한 이야기를 잊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요즘 시대에 하는 이야기도 좋았다. 세하라는 캐릭터에도 도전하고 싶었다.

-세하가 어떻게 다가왔나. 주눅들만 한데도 거침없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건 말밖에 없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럴 것 같다. 당당하고 공격적일 수도 있고 언변도 화려하고. 다른 부분이 묵여 있으니 이 쪽이 발달했을 것이다. 감독님도 말씀해 주셨고, 실제로도 그렇다더라. 농담도 잘 하시고. 우리만 불편해하고 다르다고 생각할 뿐이지 정작 그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몸만 못 움직일 뿐이지 다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 역시 그렇게 연기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는 슬펐다. 안타깝고 삶의 무게를 다 짊어진 친구다. 그런 정서가 크다. 세고 거칠게 표현됐는데 내면에는 따뜻함과 동생에 대한 애정이 공존하는 캐릭터다. 그게 표현됐으면 했다.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신하균. 제공|NEW
-실존인물 최승규 박승규씨가 모델이다. 주인공이나 다른 장애인의 모습, 인터뷰를 참고하지 않았나?

▶실존인물은 영화를 통해 알게됐다. 그 분들이 그렇게 살아가시는 것 자체가 감동적이었다. 영화와는 다를 수 있겠지만 많은 부분 그 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안의 인물로 캐릭터를 창조하고자 실제로 만나지는 않았다.

실제 최승규씨는 시사회에서 뵀는데 아주 좋아하셨다. 본인 이야기고 실제 에피소드가 있으니까. 또 자립에 대한 이야기, 라면 에피소드 등도 재미있어 하셨다.

-길에서 휠체어를 타고 달리는 장면은 위험하지 않았나.

▶제가 조종하는 게 아니라 원격 조종이다. 도로에서 휠체어로 달리는 게 위험히기는 하다. 도로 사정도 있고 방지턱도 있고. 실제 인물은 턱으로 휠체어를 움직이시는데 우리는 영화에 맞게 따로 제작을 했다.

-빨대로 맥주를 마시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빨대로밖에 못 마시니까. 실제 맥주를 마시지는 않았다. 빨대로 소주도 먹었는데 편집이 됐다. 저는 일할 때는 술을 안 먹는다. 끝나고 먹는 걸 좋아한다.

-은근히 행동파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전혀 안 움직이며 연기하니 어땠나.

▶몸을 안 움직이는 거니까. 하다 보니까 되더라. 제가 은근히 액션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걸 하다보니 잘 안 일어나게 된다. 이동해야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조감독이 끌어준다. 안 일어나도 알아서 움직여준다.(웃음)

-목 아래를 못 움직인다. 절제를 주문받았다니 배우로선 연기하기가 더욱 어려웠을 법하다.

▶전체적인 톤이 있다. 영화의 톤에 맞춰서 하면서 제가 감정 조절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인물이 튀지 않는다. 그 안에서 방법을 찾을 뿐이다. 이야기의 감정선은 이광수가 연기한 동구를 따라간다. 제 몫은 이미 있었다. 상대가 잘 해준다면 좋은 이야기가 나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광수씨야 워낙 주변에서 칭찬을 들었고, 동구의 느낌이 촬영 초반부터 확 있었다.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신하균. 제공|NEW
-동구 역 배우 이광수와 첫 호흡이었는데.

▶그 친구에 대해서는 아무리 칭찬을 해도 부족하다. 이를 통해서 제게는 배우 이광수로 각인이 됐다. 집중력이 있고 몰입도가 강하다. 준비성 있고 성실성. 또 표현력이 있다. 모든 게 배우로서 너무 너무 좋은 걸 가지고 있는 친구다.

저보다 광수씨의 역할이 중요했다. 자칫 선을 잘못 타면 위험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는데 잘 가져갔다. 표현을 적당히 해주면서 감정에 충실하더라. 현장에서도 그런 면이 보이니까 너무 좋았다. 그러다보면 저도 긴장하게 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것을 잘 해야겠구나. 나만 잘하면 돼' 하고.

-이솜은 어땠나.

▶아주 매력적인 친구다. 똑똑하다. 미연의 입장이 관객의 시선일 수 있다. 거리감을 적당히 유지하면서 관객에게 점점 다가오는 지점을 알고 있는 배우다. 내추럴하면서 관객 시각에 맞추 수 있는 연기를 했다는 데 놀랐다. 이솜씨이기에 그런 것 같다. 앞으로도 행보가 궁금하다.

-사회복지사로 등장한 김경남도 돋보인다.

▶전혀 모르는 배우였다. 그 친구 연기하는 걸 보고 다들 놀랐다. 어떻게 할까 궁금했는데 전혀 힘을 안 주더라. 작은 역을 해도 보일 수 있는 역이면 욕심을 내게 되는데 전혀 욕심내지 않는 걸 보고 감독님이랑 '잘하는데요' 그랬다. 역시 나만 잘하면 되는구나 했다.

-캐릭터의 비중에 상관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배역의 크기에 따라 연기를 접하는 태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내가 해야 할 몫이 크고 작을 뿐이다. 전체 이야기 안에서 내가 해야 할 몫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부터 연기를 배웠다. 이야기가 먼저고 그 다음에 캐릭터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지금도 선택할 때 캐릭터보다는 이야기가 먼저다. 무슨 이야기고 내가 어떤 포지션이 있고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해줘야 이야기가 흘러가는구나 생각할 뿐이다.

부담이나 두려움이야 늘 있다. 전체적으로 느낌이 좋고 애정이 가면 일단 생각 안 하고 한다. 막상 하기로 하면 두려워진다. 할 수 있을까 싶고. 동료에게도 의지한다. 혼자 아무리 뭘 해도 호흡이 안 맞으면 절대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없다. 도와가면서 하다보면 뭔가가 나온다. 감독님께서 디렉션도 잘 해주셨다. 워낙 꼼꼼하고 친절하시다. 오랜만에 연배가 높은 분과 하니 의지가 되고, 정확한 포인트가 있으셔서 따라가면서 했다.

-'악녀'의 악당, '바람 바람 바람'의 바람피우는 남편, 드라마 '나쁜형사'나 '극한직업'의 악당 이무배, 이번 '나의 특별한 형제'까지. 광폭의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더욱 자유로워진 행보로도 보인다.

▶계획해서 한 건 아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한 거다. '극한직업'은 주연으로서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저도 재미를 느낄 부분이 있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도 줄 수 있다면. 감독님과 코드도 잘 맞았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뭐가 내 앞에 올지 모르겠지만. 인연도 중시하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종합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

-경력이 쌓이고 작품이 거듭되고 신뢰감이 생길수록 부담 또한 커질텐데.

▶지나간 건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게 조심조심하면 못한다. 처음 시작할 때 마음으로 뭔가 좋다고 생각하면 한다. 시작할 때 그냥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 저 일이 재미있을 것 같고 영화를 좋아하고 막연한 동경에서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다. 느낌이 좋고 하고 싶은 이야기고 역할이면 하겠다 일단 저지르고 본다. 괜히 한다고 했나. 고민하고 의지하고, 계속 반복이다.

-요즘 개봉을 앞둔 모든 영화가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영향권 아래 있는 느낌도 드는 요즘이다. 마음이 어떤가.

▶배우들이 할 몫은 끝났다. 너무 다른 영화니까 다 같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이 명확하고 또 다른 감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다. 기대해주시고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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