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마블 히어로들을 향한, 그들을 사랑한 팬들을 향한 '리스펙트'로 가득한 3시간57초. '어벤져스:엔드게임'이 '아이언맨'(2008)으로 시작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지난 10년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계보를 예고한다. 이 웅장한 대단원은 MCU란 유례없던 대서사시를 향한 헌사 자체다.

'어벤져스:엔드게임'(Avengers:Endgame)은 인피니티 스톤 6개를 모두 모으는 데 성공한 타노스(조슈 브롤린)가 세상의 생명 절반을 먼지로 만들어버린 '어벤져스:인피니티 워'(2018)의 속편이다. 살아남은 어벤져스들과 타노스의 마지막 대결을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이자 MCU 페이즈3으로 불리는 거대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작품답게 세계적 기대와 화제의 중심이었다.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한국 첫 언론배급시사회는 까다로운 절차와 엄격한 엠바고에도 불구하고 수백의 영화관계자들이 600석 넘는 아이맥스관을 꼭꼭 채워 진행됐다. 러닝타임 내내 숨죽였을 만큼 긴장된 분위기였지만 때로는 웃음이, 때로는 눈물이 곳곳에서 터졌다.

※ 아래 리뷰에는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어벤져스:인피니티 워'(2018)의 끝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어느 평화로운 오후,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이후 자취를 감쳤던 '호크아이' 클린트 바튼(제레미 레너)은 딸에게 활쏘기를 가르치는 중이다. 세상의 절반을 앗아간 타노스의 핑거스냅은 그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한 마디 인사도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온 가족이 사라지고, '호크아이'는 홀로 남는다.

▲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스틸
타노스의 싸움에서 세상을 구하지 못한 어벤져스들은 자책감과 패배감으로 괴로워한다. 네뷸라(카렌 길런)와 함께 우주선 배네타에 남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표류하다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 이들은 캡틴 마블(브리 라슨)의 도움으로 지구에 돌아온다. 그에 힘입어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 (크리스 에반스),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헐크' 브루스 배너(마크 러팔로), '워머신'(돈 치들), 로켓(크리스 쿠퍼) 등은 사라진 타노스를 찾아 떠난다. 그러나 남은 것은 허망함뿐이다. 속절없는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양자영역에서 돌아온 '앤트맨' 스캇 랭(폴 러드)이 나타나면서 어벤져스들은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뜬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을 향한 수많은 예측과 설이 난무했다. 뿌려진 떡밥이 상당했고, 시간여행처럼 증거로 입증된 설도 여럿이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하지만 '절망'으로 시작해 숭고한 활약으로 이어지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기대와 예상을 훌쩍 넘어선다.

마블 히어로의 역사는 '아이언맨'(2008)으로 시작했다. 그를 필두로 '어벤져스'(2012)에서 세상의 히어로가 모이고,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으로 그들이 분열하기 시작했으며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세상을 박살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충격을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22편 MCU의 대단원을 알리며 다음 세대에게 바통을 넘긴다. 그 벅찬 임무를 꽤 성공적으로 해낸다.

▲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스틸

세상을 돌려놓기 위한 시간 여행이란 어쩌면 뻔히 예상할 수 있었던 선택.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어째서 그게 가능한지를 설명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지 않고서 뻔한 기대치를 기어이 넘어선다. 절묘한 타이밍과 숨막히는 만남으로 시간여행자들은 물론 지켜보는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흔들어놓는다.

'어벤져스:엔드게임'는 그렇게 절망에서 출발해 MCU 10년의 유산을 되짚으며 웅장한 마지막을 향해 간다. 셀 수 없는 영웅들이 쏟아져나오는 최후의 전투는 '어벤져스:엔드게임'이기에 가능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절묘한 안배 속에서도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등 6명의 오리지널 멤버에 대한 예우가 특히 남다르다. MCU의 팬들이라면 벅차 목이 메어올 장면들이 곳곳에 있다. 스치듯 지나가는 얼굴들도 지난 21편 MCU 영화의 순간을 담당했던 이들. MCU를 사랑한 충직한 팬들에겐 중반 이후의 모든 장면이 MCU에 대한 헌사이자 팬서비스로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괜히 엄숙해질 필요는 없다. 절망적인 시작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엔드게임'은 뜻밖의 유머와 애틋한 낭만이 가득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다. 비애와 열패감이 가득한 초반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곧 가신다. 부담스럽기까지 한 3시간 넘는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이전의 영화들을 복습하고 관람하는 쪽을 추천한다. 한 편만 꼽는다면 당연히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겠으나, 가능하다면 그냥 21편 모두를 훑으시라.

P.S. 쿠키영상은 없다.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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