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람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건일 기자] 정우람의 별명은 '고무팔'. 중간 투수로서 짧은 휴식, 많은 이닝을 견뎌 낸다 해서 붙여졌다.

2018년 부임한 한용덕 한화 감독 체제에서 정우람의 '고무팔'은 보기 어려웠다. 한 감독은 정우람은 1이닝만 쓰겠다고 공표하며 철저하게 관리했다. 지난해 구원왕 정우람은 55경기에서 53이닝을 던졌다. 2016년 81이닝에서 크게 줄었다.

24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선 오랜 만에 '고무팔'을 과시했다.

정우람은 2이닝 동안 공 40개를 던졌다. 2이닝 투구는 2017년 6월 25일 대구 삼성전이 마지막이며 투구 수 40개 역시 그해 8월 2일 창원 마산전 이후 없었다. 이닝과 투구 수 둘 다 2년 만에 개인 기록이다.

한 감독은 4-4 연장 10회에 접어들자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렸다. 세이브 상황이 없어지면서 가능한 선택이었다. 채드 벨이 5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안영명, 김경태, 박상원, 송은범까지 필승조 4명을 쓴 상태였다. 별 다른 선택지가 없기도 했다.

그런데 정우람은 11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게다가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책임졌다. 한 감독 체제에선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정우람은 지난 19일 등판을 끝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세이브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지난 23일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30km 후반대에 머물렀다. 제구마저 흔들렸다. 2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1개로 네 차례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노련했다.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으로 타자를 요리했다. 10회 무사 1, 2루에서 이대호를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한 장면이 백미. 초구 포심 패스트볼을 보여준 뒤 2구 투심 패스트볼로 방망이를 교모하게 피했다. 연장 11회엔 1사 1, 2루에서 신본기를 내야 뜬공, 전준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위기를 벗어났다. 김회성의 끝내기로 팀이 5-4로 이겨 정우람은 시즌 3번째 구원승을 챙겼다.

한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뼈 있는 이야기를 했다. 

"현재 팀 상황이 지난해처럼 이길 수 없다"며 "올 시즌엔 과감하고 다양하게 이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 감독의 이례적이었던 승부수와 정우람의 헌신과 능력이 한화에 값진 승리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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