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용 ⓒ코리안탑팀 합정점, 김건일 기자

[스포티비뉴스=합정, 김건일 기자] 피는 속일 수 없었다. 국가 대표 수구 선수인 형을 둔 소년은 물이 차갑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 주 종목 자유형 100m를 1분 1초 대에 주파했고 강원도 지역 대회에 열리는 대회는 빼놓지 않고 입상했다.

하지만 그는 물이 싫었다. 재미가 없었다. 맞지 않기 위해 물살을 갈랐다.

"키가 안 큰 것도 있지만 재미가 없어서 수영을 그만뒀다. 좋아서 했던 운동이 아니었다. 운동 집안이니까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무엇보다 맞기가 싫었다. 정말 많이 맞았다(웃음)."

수영을 포기한 박준용(28, 코리안탑팀/㈜성안세이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병대에 입대했다. 팔각모 수영 조교로 평범한 군 생활을 하던 어느 날, 내무반에서 TV를 보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킴보 슬라이스와 탱커 애봇의 옛날(2008년) 경기가 나왔다. 나라면 이렇게 해서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때 종합격투기 선수가 되자고 마음먹었다."

수영을 포기한 것도 모자라 성공 가능성이 낮고 피를 튀기는 종합격투기를 하겠다고 하니 곱게 보일 리 없었다.

박준용은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종합격투기 체육관을 찾아 강원도 영월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이때 그의 카드 잔액은 단 돈 12만 원. 전 재산이었다.

"형의 반대가 심했다. 돈도 못 벌고 운동 같지 않은 운동이라면서 인정을 안 했다. 친구들 덕분에 살았다. 그때 도와준 친구 2명에게 참 고맙다."

▲ 왼쪽부터 박준용-하동진 대표-정다운. ⓒ코리안탑팀 합정점, 김건일 기자

코리안탑팀 길현권 코치는 박준용에게 살을 빼오라고 지시했다. 박준용은 123kg였던 체중을 75kg까지 감량하고 합격 사인을 받았다.

코리안탑팀의 강도 높은 훈련을 견디면서 새내기 파이터 박준용의 능력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수영과 해병대에서 단련한 체력과 정신력은 박준용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박준용은 국내에서 3승 3패를 기록한 뒤 일본, 필리핀, 러시아 강자들과 붙어 7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UFC 계약서에 서명했다. 동시에 팀 동료 정다운도 UFC에 입성해 기쁨이 두 배. 

"실감이 안 났다. 아마 하동진 감독님 덕분인 것 같다. 2017년 레이 쿠퍼와 경기였는데 1라운드 한 대 맞고 눈이 보이지 않았다. 감독님 지시에 따라 전략을 바꿨고 아나콘다 초크로 역전승을 거뒀다."

박준용을 지도하고 경기 땐 세컨드로 함께하고 있는 하동진 코리안탑팀 감독은 "네가 잘했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UFC는 전적만 보고 선수를 데려가지 않는다. 해외에 강자가 대단히 많은데 쿠퍼는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다. 제이크 실즈를 두 번이나 이겼다. 아마 쿠퍼와 경기가 UFC에 강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용은 UFC 미들급에서 활동한다. 링네임은 '타이슨'에서 '닌자거북이'로 바꿨다.

"UFC에 진출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전 세계 모든 프로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제 시작이다. 물러나지 않는 싸움을 하고 싶다. 정신력은 자신 있다. 닉 디아즈와 붙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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