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김기태 감독(왼쪽)과 이대진 코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흔히 볼 수 있는 작전은 아니었다. 그러나 연패 상황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한 카드였다. 기분이 아니라 기록이 증명한다. 

KIA 타이거즈가 27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6-4로 이겨 힘겹게 9연패에서 벗어났다. 4-4 동점이던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터진 김선빈의 2루타를 시작으로 2점을 뽑았다. 

결승점에 앞서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졌다. 8회말 전상현이 김하성과 제리 샌즈를 연속 삼진 처리한 뒤 박병호와 승부를 피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고의4구가 나왔다. 크게 맞으면 치명적인 1점이지만 잡기만 하면 이닝 종료. 극과 극의 상황에서 KIA 벤치는 다음 타자 김지수를 택했다. 

이때 WP(Winning Probability, 승리 확률)는 어떻게 변했을까. 8회초가 시작할 때 KIA의 승리 확률은 39.3%였다. 전세가 불리해보였지만 전상현의 연속 탈삼진으로 상황은 점차 균형을 이뤘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47.4%까지 올랐다. 

2사 후 박병호를 고의4구로 내보내는 시점에서는 전 타석 대비 2.4%P 떨어진 45%가 됐다. 보는 이들이 느끼는 '충격'에 비해 전체 경기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적었다.

2.4% 변화는 1회초 1사 후 김선빈이 안타를 쳤을 때와 같은 수준이다. 하준영은 김지수의 대타 송성문을 삼진 처리했고, KIA의 승리 확률은 50%를 회복했다.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 키움 박병호. ⓒ 곽혜미 기자
메이저리그에서는 어땠을까. 베이스볼레퍼런스에 따르면 주자 없는 상황에서 고의4구는 1925년 이후로 180번 있었다. 2000년 이후로는 97번, 2010년 이후로 29번 나왔다.  

배리 본즈의 '그' 전성기에 특히 많았다. 본즈는 2004년 9번이나 주자 없는 상황에서 고의4구로 출루했다. 놀랍게도 선두 타자로 나왔을 때 고의4구로 나간 적도 있다(5월 10일 신시내티전). 

배리 본즈가 특수 사례이기는 하다. 통산 고의4구 688개로 2위 알버트 푸홀스(310개)의 2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의 고의4구를 '자충수'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최근에도 1점이 승패와 직결되는 경기 후반 혹은 연장에서, (대체로)2사 후 장타력 있는 타자를 상대할 때 가끔씩 나온 작전이다.

지난해만 해도 4번이나 나왔다.

05.16 시애틀, 텍사스전 11회 2사 조이 갈로(8-8 동점)
05.22 화이트삭스, 볼티모어전 6회 1사 매니 마차도(1-3 열세)
05.23 피츠버그, 신시내티전 10회 2사 에우제니오 수아레즈(4-4 동점)
06.14 시애틀, 에인절스전 8회 2사 마이크 트라웃(5-6 열세)

올해는 벌써 4번이다. 

04.02 컵스, 밀워키전 8회 크리스티안 옐리치(2-4 열세)
04.08 시애틀, 에인절스전 7회 트라웃(4-3 리드)
04.22 양키스, 에인절스전 11회 트라웃(2-2 동점)
04.22 양키스, 에인절스전 14회 콜 카훈(4-3 리드)

▲ 배리 본즈.
2016년 6월 16일 탬파베이 레이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기에서는 한 이닝 동안 양 팀이 같은 선택을 한 적도 있다. 2-2로 맞선 10회초 탬파베이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넬슨 크루즈를 고의4구로 거른 뒤 실점을 막았다. 10회말에는 반대로 시애틀이 2사 주자 없을 때 코리 디커슨을 고의4구로 내보냈고, 역시 실점하지 않았다. 경기는 13회에 끝났다. 

경기 상황, 그리고 메이저리그 사례를 보면 KIA의 주자 없을 때 고의4구는 생각보다 안전한 선택이었다. 상대적인 비교에서 KBO 리그 안에서 박병호가 갖는 존재감은 메이저리그의 옐리치, 트라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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