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곤에 오르는 동료도 그리 믿는다. 앤더슨 실바와 저스틴 게이치, 코디 가브란트와 네이트 디아즈 등 "맥그리거를 원한다"는 인터뷰이는 늘 많다.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카우보이' 도널드 세로니(36, 미국)도 개중 하나였다.
세로니는 지난 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43에서 알렉스 에르난데스(26, 미국)를 2라운드 헤드 킥 TKO로 꺾었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 "라이트급 톱 5 적수를 원한다. 맥그리거만 동의하면 그와 싸우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혼자 떠드는 게 아니었다. 맥그리거 역시 다음 날 "그래 세로니, 너와 붙어주겠다"며 기름을 부었다.
3월 들어 성사 가능성이 엿보였다. 분위기가 그랬다.
세로니는 SNS에 "7월 6일"이라고 적었다. UFC 239가 열리는 날짜였다. 팬들 기대감이 커졌다.
맥그리거는 긍정도 부정도 안 했다. '협상 막바지에 이른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싹 사라졌다. 대표 한마디에 확률이 0이 됐다. 모락모락 피어나던 불씨가 훅 꺼졌다.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지난 3월 4일(이하 한국 시간) "둘은 붙지 않는다. 맥그리거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 러시아)와 재대결을 가장 바란다"며 아일랜드와 미국이 붙는 그림에 선을 그었다.
UFC 235 종료 뒤 기자회견에서였다. 유야무야됐다.
약 두 달이 흘러 세로니가 입을 열었다. 맥그리거와 맞대결이 어그러진 배경을 설명했다.
'큰 오해가 있다'는 말씨였다.
세로니는 3일 미국 종합격투기 뉴스 사이트 MMA 정키와 인터뷰에서 "(협상이) 정말 어려웠다. 맥그리거가 특히 심했다. 나와 붙기로 해놓고 갑자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처음엔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계속 시간만 끌고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더라. 짜증났다"고 불평했다.
이어 "그래서 얘기했다. 됐다고. 너와 안 싸운다고. 난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건 질색이다. 그저 싸우고 싶고 챔피언벨트를 거머쥐고 싶을 뿐이다. 맥그리거 전이 성사되면 당연히 싸운다. 그러나 내가 먼저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그리거와 싸우면 목돈을 만진다는 시선에는 고개를 저었다. 부풀려진 게 많다는 뉘앙스였다.
"글쎄, 실제 그럴까. 잘 모르겠다. 혹자는 맥그리거와 붙으면 엄청난 돈을 쥐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우린 (조건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한다. 돈이 들어오는 대로 다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다. 맥그리거야 많이 벌겠지. 나도 좀 (쏠쏠하게) 만질 수 있을 거고. 그러나 누구 말처럼 하룻밤에 100만 달러를 챙긴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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