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배에 남은 커다란 수술 자국, 지난해 4월 간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 70%를 떼어 주고 생긴 빛나는 훈장이다.

강민석(20·부산 정의체육관)은 26전 23승 3패의 전적을 지닌 입식타격가다. 지난달 29일 MAX FC 01에서 김진국을 2라운드 1분 26초 만에 하이킥으로 쓰러뜨렸다. 관계자들이 대회 MVP는 당연히 강민석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의 명장면을 연출했다.

1년 반 만에 링으로 돌아와 화끈한 KO승을 거둔 강민석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상대가 초반부터 탐색전 없이 강하게 들어와 놀랐지만, 바로 맞부딪쳤다. 허벅지 데미지를 입은 상대가 로킥을 계속 캐치하려고 해서 로킥을 차는 척하면서 하이킥을 줬는데 제대로 들어갔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간 이식 수술 후 첫 번째 경기. 강민석은 "성공적인 복귀에 더 기뻤다. 이전 승리와 느낌이 달랐다"고도 했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에게 당뇨가 왔다. 합병증으로 간이 안 좋아졌고, 간경화에서 간암으로 병이 커졌다. 병원에서 간 이식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강민석은 주저하지 않고 수술대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장기 기증자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다는 걸 알았다.

강민석은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서 걱정하지 않았다. 물론 하고 나니 너무 아파서 깜짝 놀랐지만…"이라며 웃은 뒤 "나도 몰랐던 사실인데, 간은 다시 회복된다고 한다. 수술 후 30%만 남은 내 간은 점점 커져 이전만큼의 크기로 돌아왔다. 운동을 재개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강민석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글러브를 꼈다. 어렸을 때부터 K-1 경기를 함께 시청하던 격투기 팬 아버지 강춘도 씨의 권유였다.

"아버지가 운동을 하시진 않았지만, 격투기를 매우 좋아하신다. 방학 때 체육관에서 체력을 길러 보라고 하셔서 시작한 운동이 여기까지 왔다"는 강민석은 "그때 운동을 시작해 몸이 건강해졌고 튼튼한 간도 가질 수 있게 됐다. 아버지에게 이식할 수 있는 간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아버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회복하면서 몸을 만들고 체력을 올리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웨이트트레이닝만 하다가 반 년 전부터 러닝을 시작했고 미트를 두들겼다. "몸은 참 정직하다. 오랫동안 쉬었더니 예전 상태로 만드는 데 너무 힘들었다"며 "하지만 이제 다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다. 언제라도 링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입식격투기 부흥을 기치로 걸고 출범한 MAX FC 두 번째 대회가 오는 12월 12일 대구 경일대학교 종합체육관에서 열린다. 강민석은 "MAX FC는 확실히 다른 입식격투기 대회와 달랐다. 무대 장치 등 규모가 컸고 관중도 많이 와 뛸 맛이 났다. 두 번째 대회에서 불러 준다면, 또 링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강민석은 이제 입식격투기 파이터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는 당당하게 싸우고 싶은 상대의 이름을 거론했다.

"원래 MAX FC 승리 후 인터뷰가 들어올 줄 알았다. 그때 원하는 상대의 이름을 밝히려고 했는데, 기회가 없어 마음속으로만 담아 두고 있었다"며 "인천 무비체육관의 이찬형과 싸우고 싶다. 이찬형은 MAX FC 01에서 65kg으로 경기했다. 66kg으로 맞춰서 경기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격투기 팬들에게 "이제 팬들이 종합격투기뿐 아니라 입식격투기 선수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다. 묵묵히 훈련하고 있는 우리 입식격투기 선수들은 박수를 받으면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며 "배에 커다란 수술 자국이 있는 파이터를 보신다면, '강민석'이라는 이름을 떠올려 달라"고 부탁했다.

[사진] 랭크5 주짓수 전문 기자 정성욱 mr.sung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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