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님 힘드네요" 솔샤르 감독(왼쪽)과 사리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프리미어리그는 매년 치열해진다. 세계 축구계에서 손꼽히는 명장들이 새로 부임하고 또 떠나간다. 생존의 절대적 조건은 역시 성적이다.

2018-19시즌을 앞두고도 새로운 감독들이 등장했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첼시의 사령탑에 올랐고,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아스널의 지휘봉을 잡았다. 두 감독 모두 지도력은 이미 충분히 입증했다. 그리고 임시로 지휘봉을 잡았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정식 감독이 돼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차기 시즌을 책임진다.

프리미어리그의 쓴맛을 맛보고, 팀의 한계도 느껴본 1년차 감독들. 그들의 2번째 시즌은 다를 수 있을까?

◆ 고전한 사리, 에메리, 솔샤르

사리 감독은 나폴리를 유벤투스 다음 가는 세리에A의 강자로 만들었다. 세밀한 빌드업과 적극적인 전방 압박, 공격적인 색채로 세리에A에 돌풍을 일으켰다. 첼시의 색을 바꿔줄 적임자로 꼽혔다.

에메리 감독은 유로파리그 전문가로 알려졌다. 세비야를 이끌고 전무후무한 유로파리그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파리생제르맹을 이끌면서 빅클럽을 이끌 수 있다는 것도 입증했다. 밸런스를 중시하고 분석 능력이 뛰어난 에메리 감독은 아르센 벵거 감독의 후임이 됐다.

하지만 두 감독 모두 힘든 시즌을 보냈다. 사리 감독과 첼시는 시즌 초반 짧은 패스 전개를 중심으로 '사리볼' 열풍을 일으키며 선두를 내달렸다. 하지만 전방 압박을 시도할 경우 리듬이 깨진다는 약점을 노출하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 시즌 중반 거센 경질 압박 속에서도 살아남아 유로파리그 결승행과 프리미어리그 3위를 기록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카라바오컵에서도 준우승하는 성과를 올리면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입증했다.

에메리 감독도 고군분투했다.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면서 전술적 유연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들쭉날쭉한 경기력은 문제. 강팀과 경기에선 맞춤 전술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중하위권 팀과 경기에서 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해 승점을 잃는 경우가 적잖았다. 특히 시즌 마지막 6경기에서 2승 1무 3패로 부진에 빠지며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4위 내에 들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유로파리그 전문가답게 유로파리그 결승에 오른 것이 하나의 위안이다.

맨유는 주제 무리뉴 감독이 경질된 뒤 솔샤르 감독 부임하며 리그에서 10승 2무를 거두고,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까지 오르며 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허니문' 기간이 지나자 팀은 그 생동력을 잃었다. 무딘 공격과 허술한 수비는 그 의지마저 잃은 듯 무기력했다. 솔샤르 감독은 "리빌딩"을 외치고 있다.

▲ 이제 팀 클롭과 팀 펩이 존재한다. 클롭 감독과 과르디올라 감독(왼쪽부터)

◆ 펩, 클롭, 포체티노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감독 부임 첫 해부터 성적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각 감독의 색에 맞게 선수를 영입하고, 전술적 색을 입힐 시간이 필요하다. 

2연속 우승을 달성한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도 부임 첫 시즌인 2016-17시즌엔 3위를 기록했다.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뒤 에딘 제코, 알렉산다르 콜라로프, 파블로 사발레타, 엘리아킴 망갈라 등 자신의 색에 맞지 않는 선수들을 정리했다. 새로운 선수들을 꾸준히 영입하면서 선수 기용 폭을 넓히면서 팀을 리빌딩했다. 짧은 패스 중심의 축구도 자리를 잡으면서 팀의 전력이 빠르게 상승했다.

리버풀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 역시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 호베르투 피르미누, 파비뉴, 페어질 판 데이크 등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전술적 완성도가 크게 높아졌다.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팀의 기반을 다진 끝에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준우승과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란 성과를 냈다.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역시 팀을 장기간 만들면서 성장시켰다. 토트넘 이적 당시 '어리다'는 평가를 받았던 유망주들은 어느새 '젊다'는 말을 듣는 세계 축구계가 주목하는 특급 선수가 됐다. 이번 시즌 영입이 없는 와중에도 리그 4위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마냥 만족하긴 어렵지만 시즌 내내 있었던 악재를 고려하면 토트넘의 성과는 나쁘지 않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장기간 살아남으며 좋은 평가를 받는 과르디올라, 클롭, 포체티노는 팀을 점차 발전시키며 성과를 올렸다. 쉽지 않은 시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팀이 보여준 비전 덕분이다.

이제 2019-20시즌이 기다린다. 2년차에 접어드는 사리, 에메리, 솔샤르 감독은 이제 성적으로 자신이 왜 팀을 이끌어야 하는지 입증해야 한다. 시즌을 치르며 팀의 문제점을 진단했고 그것을 보강할 시간적 여유도 있다. 팀의 적절한 지원이 전제조건이이지만, 부족한 자원을 잘 살려 팀을 강화하는 것 역시 감독의 역량이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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