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드FC 100만불 토너먼트 최종전 기자회견이 1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로드FC 압구정짐에서 열렸다. 권아솔이 각오를 말하고 있다. ⓒ 청담동,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청담동, 박대현 기자] 번번이 언더독이었다. 경기 전 예상에서 늘 열세였다.

이유는 많다. 긴 공백기, 천방지축 캐릭터, 3년 전 구와바라 기요시(27, 일본)에게 당한 18초 KO패 등이 진흙처럼 눌어붙었다. 좋은 기량을 지녔지만 그래서 평가가 조금 박하다.

마냥 당하진 않았다. 시선을 뒤집은 적이 꽤 된다. 치밀한 전략으로 대중을 깜짝 놀라게 한 경험이 적잖다. 권아솔(33, 팀 코리아MMA) 이야기다.

2014년 8월 구메 다카스케(35, 일본)와 라이트급 타이틀을 놓고 주먹을 맞댔다. 모두가 구메 승리를 점쳤다. 당시 권아솔은 압도적인 언더독이었다.

결과는 권아솔 판정승. 게임 플랜이 빛났다. 완벽한 테이크다운 디펜스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타격가가 의외의 수(手)로 승기를 쥐었다.

3라운드 후반을 제외하고 권아솔은 내내 눈부신 태클 수비를 보였다. 구메 장점을 지워버렸다. 로드FC 17에서 가장 빛난 장면이었다.

최종전을 사흘 앞뒀다. 이번에도 언더독. 권아솔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익숙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남이 뭐라 하든 내 길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5일 서울 청담동 로드FC 압구정짐에서 열린 로드FC 053 기자회견에서 "구메와 이광희, 사사키 신지와 붙을 때도 싹 다 언더독이었다. 이번에도 (내가) 열세라는 예상이 다수다. 개의치 않는다. 상관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난 늘 그랬다. (만수르 바르나위와 경기뿐 아니라) 항상 매치를 준비할 때 '내가 챔피언'이란 마음으로 훈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매번 (그저 한 명의) 선수로서 마음가짐을 다잡고 땀을 흘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기대하셔도 좋다"고 덧붙였다.

권아솔은 영민하다. 두뇌 회전이 빠르다. 로드FC 홍보팀에서 일했던 염희옥 현 '쓰임컴퍼니' 대표도 지난해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권아솔을 착하고 머리 좋은 사람으로 표현했다.

이밖에도 여러 업계 사람이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실제 경기 예측에 일가견이 있다. 양자가 부딪히는 포인트를 날카롭게 짚는다. 지난해 11월까진 오답률 0을 자랑했다. 최무배가 후지타 가즈유키를 이긴다는 예측이 어긋나기 전에는 적중의 연속이었다.

톱 독 바르나위를 상대로 언더독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까. 구메 전 때처럼 적 장점을 지워버릴 수 있다면 승산은 충분하다. 박창세(39) 감독도 "생각보다 (바르나위) 단점이 눈에 띈다. 자기 잘하는 것만 하려 한다. 바르나위 전 승리 확률은 90% 이상"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출사표가 차가웠다. 성숙한 마음가짐이 읽혔다. 열세 예상에 익숙한 권아솔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포부였다. 

물론 페이스오프 땐 열기를 뿜었다. 하지만 막상 마이크 잡은 뒤엔 차분했다. 기분 좋은 긴장감. 링에서도 이 분위기를 이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브 터치까지 이제 단 3일 남았다.

스포티비뉴스=청담동,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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