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한수현. 제공|워크하우스컴퍼니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이제는 배우 한수현(42)이다.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데뷔한 지 올해로 15년째. 한성천이란 본명으로 스크린과 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지만 과감하게 새로운 이름을 택했다.

"한수현이 이제 제 새로운 활동명입니다. 소속사를 옮기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면서 이름도 바꾸자 했어요. 바꿔저 잘 돼보자, 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란 마음으로. 갑작스럽게 결심한 건 아니에요. 그동안 별로 마음에 드는 이름이 없었죠."

그러던 중 친구이자 동료인 배우 하정우가 제안한 이름이 그의 마음에 쏙 들었고,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은 뒤에야 그는 '한수현'이 됐다. 그간의 이력이나 경력이 아쉽지는 않을까. 한수현은 "신인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신인상도 타볼 수 있으려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금은 어디 가서 '한수현'이라고 하면 아무도 모를 텐데 고민이 되긴 해요. 그래도 적응기가 지나면 괜찮지 않을까요. 스스로에게도 전환기가 필요했고요, 다시 한발짝 한발짝 갈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마음가짐이 중요하고 생각해요. 다시 열심히 해보자 해요."

▲ 배우 한수현. 제공|워크하우스컴퍼니
한창 상영 중인 코믹액션 '걸캅스'(감독 정다원)는 '배우 한성천'이란 이름이 엔딩 크레디트에 처음으로 올라간 영화다. 48시간 뒤 몰카 업로드를 예고한 디지털 성범죄를 소탕하기 위한 두 여성콤비의 활약을 전면에 내세운 이 작품에서 한수현은 이성경과 함께하는 형사팀의 중심 곽형사 역을 맡았다.

개봉 첫 주 '어벤져스:엔드게임'과의 대결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거둔 '걸캅스'는 지난 14일 이를 꺾고 21일 만에 한국영화의 박스오피스 1위 탈환을 이뤄내기도 했다. 영화에 참여한 남성 배우로서 그 역시 영화를 두고 벌어진 젠더 이슈 논란이 아쉽기는 하다. 그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의 판단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다만 영화도 보지 않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시는 건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유쾌했던 현장, 팀 분위기는 자신할 수 있다. 특히 형사팀의 전석호, 막내 조병규까지 형사팀 남성 3인방은 '걸캅스2'가 제작된다면 형사팀도 같이 뭉치자는 이야기가 오갈 만큼 늘 살갑고 밝게 지냈단다.

▲ 배우 한수현. 제공|워크하우스컴퍼니
한수현은 쉼 없이 스크린에 오르고 무대에 오르며 꾸준히 활동해 온 배우다.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소개된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회자되던 그 때, 그는 군입대를 했고 전역 후엔 처음부터 시작하듯 다시 연기를 했다. 열심히 프로필을 돌리고, 연극 무대에 도전해 주연으로 극을 이끌기도 했다. 시나리오도 쓰기 시작했다. 하정우가 연출을, 한수현이 극본을 맡아 작게 시작해보다 준비하던 시절 다큐 '577프로젝트'에 갑작스레 참여하기도 했다. 영화 '소시민'은 그의 첫 주연작이지만 그 이후에도 역할의 크고 작음은 가리지 않았다.

직접 쓴 시나리오가 개발돼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동욱 고성희 주연의 영화 '어쩌다 결혼'이 그가 각본가로 이름을 올린 첫 영화다. 한수현은 "지금도 시나리오를 계속 쓰고 있다. 완성된 작품도 7개 정도"라고 귀띔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죠. 하지만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고, '577 프로젝트'를 보고 응원한다는 분들이 계셔서 좀 더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맡겨만 주신다면 다 할 수 있ㄷ다는 마음이지만 그것이 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늘 진정성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금도 늘 고민합니다. 어떤 역할을 맡으면 조금이라도 튀어서 내가 보일 수 있어야 하나, 밸런스를 맞추는 게 먼저인가. 하지만 늘 진정성을 보여드리고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해부터 그는 삶의 패턴을 조금 바꿨다. 걷는 게 취미고 늘 운동을 병행했지만 뭔가 적극적으로 바꾸며 일상과 몸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이 든 것이 바로 지난 여름부터였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부터 매일 한강변에 나가 3~4시간을 걸었다. 그는 "걷는 것의 힘을 알았다"고 털어놨다.

"외형이 아니라 제 기운이 바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체력도 점점 올라가는 것 같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어요. 하고도 믿기지가 않더라고요. 어려서 전 기관지 천식 때문에 화단에 앉아 있던 아이였거든요. 체력이며 건강을 내세울 수 없었는데, 지금이 제일 건강하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그것이 힘이 되더라고요.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건강하고, 내일 더 건강하도록 하자. 그리고 걷고 달리자."

▲ 배우 한수현. 제공|워크하우스컴퍼니
그는 계속 나아간다. 막바지 촬영이 진행 중인 '백두산'은 배우 한수현으로 등장하는 그의 두번째 영화이자 한수현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여러 대원 중의 하나지만 회차도 많고 장면에도 여럿 등장한다. 역할에 맞는 비주얼을 위해 운동을 하면서 12kg을 증량했고, 지금은 조금씩 이를 줄여가는 중이라고. 한수현은 "영화에 힘을 더하는 선에서 한수현을 보여드려야 할텐데 무엇이 있을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며 "어떻게 그 선을 지키며 또 오갈지 고민이었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며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드러냈다.

"저는 막 웃기지도 않고 막 남성스럽지도 않고, 살이 찌거나 또 비쩍 마르지도 않아요. 반면 한발짝만 더 나가면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가 될 지 몰라도 그것이 제 장점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어떤 것이든 믿고 맡겨주실 수 있도록, 한 발짝을 더 나가야겠죠.

아직 안 보여드린 게 너무나 많아요. 제 모습의 작은 부분만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더 제 진실된 모습을 보여드리다보면 저를 믿고 지켜봐주실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멀리 돌아왔다고도, 늦었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천천히 차곡차곡 잘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켜봐 주세요."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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