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김현철. 제공ㅣFE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가수 김현철이 새 앨범을 발매한다. 10대들에게는 가수보다 '복면가왕' 패널로 더 익숙할 그가 본업으로 돌아오는 것은 무려 13년 만이다.

새 앨범 발매 인터뷰 자리에서 얼굴을 보자마자 '가수로서 오랜 공백기를 가진 이유'가 궁금해질 찰나, '13년 동안 뭘 했냐면…'이라며 자연스럽게 운을 뗀 그는 "갑자기 음악이 재미없어진거죠"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해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재미없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계기는 없었고 어느 순간 그냥 지겨워졌어요. 음악이 잘 나오지도 않고, 나와봤자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에너지를 다 소진해서 음악이 다시 재밌어지지 않으면 이제 안 할지도 모르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악기를 하나 둘 씩 처분하고, 후배들에게 다 줬어요. 그렇게 8년 동안 지냈는데, 나름대로 그럴 수 있었던 계기는 방송 DJ도 하고, '복면가왕'도 하니까 (음악을 하지 않아도)밥은 먹겠더라고요. 그러느라고 안 했죠.(웃음)"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을 통해 일본에서 자신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시티팝 장르에 다시금 흥미를 갖게 됐다. 이후 알앤비 아티스트 죠지가 시티팝 프로젝트를 하면서 협업을 요청했고, 함께 무대에 서면서 '김현철의 1집'에 대한 사람들의 피드백을 새삼 많이 접하게 됐다고 한다.

"하여튼 제 1집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때 '음반을 다시 1집처럼 내도 요즘 사람들이 받아들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악기도 사고, 작년부터 곡을 쓰고, 녹음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어요."

▲ 가수 김현철. 제공ㅣFE엔터테인먼트

10집과 함께 맞이한 건 김현철의 가수 데뷔 30주년이다. 그러나 그는 "30주년에는 큰 감흥이 없다. 나이만 먹은 것 같다"고 말하며 이번 10집에 더 큰 애정을 보였다.

"10집이라는 건 되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9집 낸 다음에 세월도 많이 지났고, 이번 10집을 정성들여 내면 이제부터는 짐을 다 벗고 하고 싶은대로 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오래 쉬었지만 그에게는 지난 세월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지겨워졌을 때 안한 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쓴 곡들을 보면 '이런 곡을 쓸 정도의 에너지가 있었나'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작업이 재밌었어요. 엄밀히 따지면 다르겠지만 1집 때 느꼈던 느낌이에요. 그냥 내는 거죠. 앨범이라는 것이 잘 되든 안 되든 음악 하는 게 좋고, 감사하고, 내 노래가 나와서 기쁜 거예요. 근데 2집, 3집으로 가면서 뭔가 노림수가 들어가고 책임을 져야하면 음악이 조금씩 변질돼요. 그렇게 따지면 제 음악도 9집까지 오면서 되게 많이 변질된 거죠."

▲ 가수 김현철. 제공ㅣFE엔터테인먼트

여러가지 의미로 되찾은 '초심자의 즐거움'으로 만든 김현철의 10집은 오는 23일 발매되는 '10th 프리뷰'로 5곡을 먼저 선공개하고, 올 가을께 나머지 '완전체' 10집을 공개한다. 5곡을 먼저 공개하는 이유는 계절감 때문이다. 여름에 어울리는 곡을 좀 더 빨리 내놔야겠다는 계산이다.

선공개 미니앨범은 5곡 중 2곡을 타이틀 곡으로 정했다. 그 중 발라드 곡인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는 마마무의 화사와 휘인이 가창했다. 김현철은 "마마무의 제작자인 김도훈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감사하게도 함께하게 됐다"며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같이 부를 생각도 처음엔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 가창력에 내 병약한 목소리가 들어가면 아닌 것 같더라고요.(웃음) 가사를 쓰면서 단짝인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는 이야기라 제가 끼면 안될 것도 같았고요."

이밖에 10집의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다. 물론 써둔 곡은 18곡 가량이고 일부는 완성된 것도 있다. 완전체 정규 앨범인만큼 라인업도 화려하다. 그는 "박정현, 백지영, 정인, 박원 등 쟁쟁한 후배 아티스트들과 함께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목표하는 발매 시기는 9월 중이다.

"이번 앨범을 내면 공연을 많이 하려고 해요. 얼마 전에 9년 만에 공연을 했는데 제가 오히려 관객들을 봐서 더 좋더라고요. '오오오 이런 고마운 일이' 싶었어요. 처음엔 음악을 하는 게 제 권리인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건 의무인 것 같더라고요. 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해요."

▲ 가수 김현철. 제공ㅣFE엔터테인먼트

공들여 발매하는 앨범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 가수나 마찬가지지만, 그는 이번 앨범의 성적보다도 평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그의 앨범이 가져올 파급력을 지켜보는 동세대의 가수들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현철의 10집이 잘 돼야 그들의 신보도 더 빨리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제 앨범을 주시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잘 돼야해요. 내가 잘 되는 것도 있지만 '우리'의 세를 보여주는 거죠. '우리 동네'가 잘 되려면 제가 잘 되는 게 중요하고요. 음원 성적보다는 음반에 대한 평가가 신경쓰여요. 평가를 위해 음반을 내는 건 아니지만, 그걸 위해서라도 정성을 다해 앨범을 만들어야 하는 거고요. 음악은 계속 남아 있을테니 제가 죽은 다음에도 사람들이 언젠가 꺼내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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