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중구, 정형근 기자 / 김동현 영상 기자] 일본 언론도 '빙속 여제' 이상화의 은퇴를 주목했다.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간판 이상화(30)의 은퇴식이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렸다. 

이상화는 원래 지난 3월 은퇴식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은퇴'라는 단어를 입밖으로 쉽게 꺼낼 수 없었다.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무릎 부상 치료를 위해 악착같이 재활을 했고 수술까지 고려했다. 

약물치료를 하며 자신과 싸움에 돌입했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상화는 17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하고 10일 소속사를 통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자 일본의 스포츠 전문지 닛칸스포츠, 스포츠닛폰 등은 '고다이라의 라이벌 이상화 은퇴'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상화의 은퇴식 현장에는 일본의 공영방송 NHK 취재진의 모습도 보였다. 자연스레 고다이라 나오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같이 경쟁한 동료로서 고다이라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앞으로 만날 계획이 있는가? 경기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해 달라."

이상화는 오랜 동료이자 라이벌인 고다이라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놨다. 

"나오 선수와는 인연이 많다. 중학교 때부터 한·일 친선경기를 하면서 친해졌다. (고다이라가) 먼저 다가왔고 그 친구가 힘들 때 내가 다가가기도 했다. 우정이 깊다. 아직 나오는 현역이다.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너무 욕심내지 않고 지금처럼 했으면 좋겠다."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과 2014년 소치 올림픽 여자 500m에서 2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에서 열린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3연패에 도전했지만 고다이라 나오에 밀려 은메달을 따냈다. 

경기가 끝난 후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서로 포옹을 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상화의 은퇴 소식을 접하고 가장 놀란 사람은 고다이라였다. 이상화는 "은퇴를 선언한 뒤 나오가 깜짝 놀라서 농담 아니냐고 메시지로 물어봤다. 상황을 보자고 일단락시켰지만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서 알리게 됐다"고 밝혔다. 

비록 스케이트화는 벗었지만 우정은 계속된다. 

"(일본) 나가노에 놀러 가겠다고 (고다이라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고다이라가) 언제든 놀러 오라고 했다. 조만간 찾아갈 계획이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2연패를 차지한 '빙속 여제'는 빙판을 떠났다. 그러나 이상화가 여자 500m에서 세운 36초36의 세계신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중구, 정형근 기자 / 김동현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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