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진천, 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임창만 영상 기자] "지금까지 배웠던 것과는 달랐어요."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감독과 훈련한 대표 팀 선수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는 수비를 바탕으로 한 조직력 배구를 추구했다. 유럽과 북중미 선수와 비교해 체격이 열세인 점을 끈끈한 수비와 조직력으로 극복했다.

▲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오른쪽)과 7년 만에 대표 팀에 복귀한 정대영 ⓒ 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은 새로운 실험에 들어갔다. 첫 외국인 사령탑인 라바리니 감독은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공격 배구를 추구한다. 세계 배구의 흐름에 맞춰가는 그의 지도 방식에 선수들은 "생소하고 새롭지만 적응하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 7일 입국했다. 진천선수촌에 합류해 선수들을 열흘 째 지도한 그는 "영상으로 선수들을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달랐다"고 말했다.

여자 배구 대표 팀은 16일 훈련을 공개했다. 애초 공개된 훈련 시간은 오후 5시부터 6시까지였다. 그러나 훈련 시간은 길어졌고 90분 가까이 진행됐다.

훈련 도중 지적할 사항이 생기면 라바리니 감독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대표 팀에 새롭게 합류한 정지윤(현대건설)과 최은지(KGC인삼공사)에게 상대 블로킹을 활용한 타법을 설명했다. 또한 이다영(현대건설)을 비롯한 세터들에게도 자주 말을 걸었다.

이제 마흔 살인 젊은 지도자 라바리니 감독의 열정은 뜨거웠다. 그러나 현재 대표 팀의 전력은 최상이 아니다. 부상으로 주전 선수 상당수가 빠졌다. 2018~2019 시즌 정규 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MVP인 이재영(흥국생명)은 무릎 부상으로 진천선수촌을 떠났다.

이소영(GS칼텍스)도 아직 대표 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박정아(한국도로공사)는 시즌이 끝난 뒤 수술대에 올랐다. 라바리니 감독은 "부상 선수들이 많다. 우선은 여기 있는 선수들을 잘 보려고 한다. 이들로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과 일주일 넘게 훈련해 본 그는 "선수들의 개인 공격 능력이 좋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라바리니 감독은 국내 V리그가 아닌 국제 대회가 시험 무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격 조건이 좋고 강한 팀을 만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하게 말했다. 수비 보완을 과제로 꼽은 라바리니 감독은 "수비는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 한다. 블로킹을 포함한 수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라바리니 감독은 총 3명의 외국인 스태프들을 데리고 진천선수촌에 들어왔다. 스페인 출신인 세자르 곤잘레스 코치가 라바리니 감독을 돕는다. 이탈리아 출신인 트레이너 마시모 메라시는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하고 역시 이탈리아인인 안드레아 비아시올리는 전력 분석을 담당한다.

비아시올리 전력분석관은 훈련 내내 노트북으로 상세하게 기록을 입력했다. 그가 남긴 데이터는 곧바로 칠판으로 옮겨졌고 라바리니 감독은 이를 선수들에게 보여주며 설명했다.

▲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여자 배구 대표 팀 선수들 ⓒ 연합뉴스 제공

김수지(IBK기업은행)는 "훈련 자체가 집중력이 필요하고 볼 하나를 (처리할 때도)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은 공격적인 면을 강조하신다. 또한 전위나 후위에 있는 모든 공격수들을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주문하신다"고 말했다.

세터 이다영(현대건설)은 "토스를 할 때 3명이 아닌 선수 전체가 동시에 점프하는 플레이도 주문하신다"고 말했다.

세계 배구의 흐름의 중심에 있는 라바리니 감독은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갔다. 올해 첫 국제 대회인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에서 라바리니 감독의 실험이 시작된다.

7년 만에 대표 팀에 합류한 정대영(한국도로공사)은 "감독님이 원하시는 배구를 해야하는데 우리는 반대인 배구를 했다"며 "처음에는 힘들어하셨지만 점점 맞춰 가면서 하다보니 감독님도 선수들에게 맞춰주시는 것도 있고 서로 잘 적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진천, 조영준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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