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의리 파이터' 김보성(53)은 링이 그립다.

소아암으로 고생하는 환우를 위해 언제든 오픈핑거글로브를 낄 수 있다고 했다. 단, 아내 허락과 임플란트 치료 완료를 조건으로 걸었다. 모두가 폭소했다.

의리가 빛났다. 지난 18일 김보성은 로드FC 053이 열린 제주 한라체육관을 찾았다.

3년 전 겨울 종합격투기 데뷔전을 준비하며 친분을 쌓은 로드FC를 응원하기 위해 발걸음을 뗐다.

야영지에서 피우는 모닥불이 떠올랐다. 어딜 가든 팬들이 둘러쌌다. 케이지 밖 최고 명사였다. 캠프파이어가 열린 밤처럼 김보성 주변에 사람이 그득했다.

▲ '의리남' 김보성이 18일 제주 한라체육관을 찾았다. 올해 한국 나이로 쉰네 살이 됐지만 여전히 펄펄 끓는 활력을 자랑한다. ⓒ 로드FC
"격투기 매력은 사나이가 내뿜는 기(氣)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회마다 현장을 찾는 그에게 격투기 매력을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키워드는 극기(克己)였다.

김보성은 "(파이터들이) 육체와 정신이 하나가 돼서 자기를 이기는 모습이 정말 매력 있다. 격투기는 정신력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파이터를 그래서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 나이로 쉰넷이다. 지천명을 넘겼지만 활력은 여전하다. 청년이다. 피가 펄펄 끓는다.

배우인 김보성에게 질문했다. 54년 삶을 영화로 제작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는지. 또 그 영화에서 최고, 최악 장면을 하나씩만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올해 쉰네 살이 됐지만 여전히 피가 끓는다. 내 생애 최악 장면은 로드FC 경기에서 오른쪽 눈을 맞았을 때다. 최고 장면은 그 경기를 통해 소아암을 앓는 여러 환우를 돕고 따듯하게 포옹했을 때다."

김보성은 2016년 12월 로드FC 035에서 MMA 데뷔전을 치렀다. 곤도 데츠오(51, 일본)와 웰터급 체중으로 붙었다.

10년 넘게 유도를 수련한 베테랑과 적극적으로 주먹을 맞댔다. 그러나 석패했다. 몸도 다쳤다. 1라운드 2분 35초 곤도 오른손 스트레이트에 오른쪽 눈을 강하게 맞았다. 강한 충격에 눈을 껌뻑이던 그는 곧 경기 포기 의사를 심판에게 전했다.

패했지만 의미는 깊었다. 김보성은 대전료 전액을 소아암 환자 수술비로 기부했다. 

단체도 선수 뜻에 발맞췄다. 로드FC 35 입장 수익 전액을 치료비에 보탰다.

격투 선행을 이어 갈 뜻이 있다고 강조했다. 링에 한 번 더 오를 생각이 있냐고 김보성에게 묻자 "물론이다. 특히 소아마비, 소아암 등 몸이 아프거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매치라면 언제든 뛸 수 있고 또 뛰고 싶다"고 말했다.

단 조건을 걸었다. 꽤 험난한 산이다.

"그런데 아내가 허락을 않는다(웃음). 계속 설득해야 한다. 현재 치아도 좋지 않다. 9개 치아에 임플란트를 박았는데 그게 완성돼야 링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웃음)"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50대에게 하고픈 말이 있는지 물었다. 트레이드마크인 '으으리'가 경기장 가득 울려퍼졌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나 역시 혈압이 높지만(웃음) 관리 잘해서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50대 여러분, 정말 힘내시길 바란다. 건강은 필수다. 의리!"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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