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인 앤 글로리'의 안토니오 반데라스, 페넬로페 크루즈,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왼쪽부터)이 제72회 칸영화제 공식 포토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김현록 기자] 제72회 칸국제영화제가 주말을 지나며 반환점을 돌았다. 넷플릭스의 경쟁부문 진출에 대한 극장의 반발로 뜨거웠던 2017년, 성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드높았던 지난해에 비해 논란과 이슈가 적은 올해의 칸. 뒤집어 말하면 외적 이슈보다는 영화들에게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그에 응답하기라도 하듯 올해 칸영화제는 칸이 사랑한 거장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역대급 라인업으로 경쟁부문을 꾸렸다. 21편의 연출자 중 가운데 황금종려상 수상 이력이 있는 감독이 5명에 이른다. 여성 감독은 4명으로 지난해보다 1명이 늘어났지만 다소 아쉬운 비중. 그 가운데 세네갈 출신 프랑스 감독 마티 디옵이 흑인 여성감독 최초로 칸 경쟁부문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비내리는 주말과 함께 반환점을 돈 영화제에선 경쟁부문 21편 가운데 절반 이상이 베일을 벗었다. 공들인 라인업답게 수작들이 곳곳에 있다는 평. 특히 3년 전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2번째 황금종려상을 가져갔던 켄 로치 감독은 '소리 위 미스드 유'를 통해 노동자 가족의 아픈 현실을 날카롭게 또 따뜻하게 담아냈다. 나치 독일을 위해 싸우길 거부했던 한 남자의 실화에 바탕을 둔 테렌스 맬릭의 '히든 라이프' 또한 지금의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평과 함께 호평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열띤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다. 영화감독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의 성장과 고민, 욕망을 솔직하고도 과감하게 드러낸 영화는 그의 영혼이 담긴 자전적 이야기라는 평과 함께 공개 직후 호평이 이어졌다. 10개 매체의 평가를 취합해 별점을 매기는 스크린데일리 평점에서 4점 만점에 3.4점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3점대를 기록했다. 르필름프랑세즈의 평점에선 15개 매체 가운데 무려 11개 매체가 최고점에 해당하는 '황금가지'를 매겼다. 칸이 사랑하는 감독이지만 황금종려상과는 인연이 없었던 알모도바르 감독이 이번에야 최고상을 가져가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 영화 '기생충' 스틸
이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오는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간, 한국시간 22일 오전5시)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공식 상영을 갖고 세계 무대에 첫 선을 보인다. 먼저 칸에 도착한 봉준호 감독에 이어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박명호 등 무려 8명의 배우가 함께 칸에 도착했다.

영화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두 가족의 걷잡을 수 없는 만남을 그린 가족 희비극'이란 설명 외에 많은 부분이 아직 베일에 감춰져 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매체가 '기생충'을 올해 칸에서 주목할 작품으로 꼽았고, 봉준호 감독 역시 무려 150개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할 만큼 기대감이 상당하다.

▲ 봉준호 감독.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한국적인 뉘앙스로 가득차 있다"는 게 봉준호 감독의 설명이지만 두 가족의 경제적 지위를 대비시킨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정치적인 이야기인 '기생충'은 국적과 상관없이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다. 가족 드라마는 전통적으로 칸이 사랑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번이 칸영화제 5번째 초청인데다 심사위원으로도 칸을 찾은 적 있는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가 꾸준한 애정을 보여 온 한국의 대표 감독이기도 하다.

물론 예측은 쉽지 않다. 영화제 분위기와 평점은 별개일 뿐더러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아 이끄는 9인의 심사위원단은 하나로 정리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성향을 지녔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악인전'은 오는 22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간 23일 오전 5시30분)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를 갖는다. 장르적 색채가 분명한 영화를 주로 소개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6년을 내리 한국영화를 소개할 만큼 한국의 장르영화에 애정과 관심을 보여 왔다. 올해는 '악인전'이 한국 장르영화의 저력을 드러낼 예정이다. '악인전'은 한국에서 지난 15일 개봉해 청소년관람불가라는 핸디캡을 딛고서 주말 박스오피스를 강타, 첫 주말 무려 15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을 만큼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제 참석을 위해 이원태 감독과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 세 주연배우가 21일 프랑스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특히 2016년 상영 당시 '역대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란 찬사를 받았던 '부산행'의 주역이지만 당시엔 칸에 함께하지 못했던 마동석의 첫 칸영화제 참석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악인전'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에 이미 참여를 확정하는가 하면 마블 히어로물 '이터널스' 출연 물망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악인전'을 함께 리메이크하는 발보아 픽쳐스는 마침 올해 칸에서 '록키'를 소개하는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전설 실베스타 스탤론의 영화 제작사. 실베스타 스탤론을 보며 영화배우의 꿈을 키웠다는 마동석이 프랑스 칸에서 우상과 조우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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