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만난 사람

▲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된 영화 '령희'의 주연배우 한지원. 제공|캬라멜이엔티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김현록 기자] 배우 한지원(23)은 올해 칸영화제에 깜짝 참석한 신예 배우다. 그녀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된 연제광 감독의 '령희'에서 주연을 맡았다. 칸영화제 공식 섹션이자 학생 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는 올해 2000편 넘는 작품이 출품해 단 17편만이 본선에 오를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영화 '령희'는 불법체류 노동자인 중국동포 령희가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추락사한 뒤 그녀를 찾아다니는 룸메이트 홍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5분의 이야기를 끌고가는 주인공 홍매가 한지원의 역할이다.

가녀린 몸매와 쌍꺼풀 없는 눈, 부드러운 굴곡이 진 턱을 지닌 한지원은 지난 2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신예 배우다. 한국적이지만 묘하게 이국적인 느낌이 시선을 붙든다. 한지원이 이제껏 출연한 단편영화만 십수 편. 주연을 맡은 '령희'가 칸에 진출하면서 배우로서 처음 가는 영화제가 세계 최고로 꼽히는 칸국제영화제가 되어버린 23살의 배우에게선 어리둥절한 기분과 함께 기분좋은 설렘이 느껴졌다. 구름이 잔뜩 내려앉은 프랑스 칸의 해변마저도 상큼하게 느껴질 만큼.

"제가 여기 와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사실 도착해서 아이디 카드를 발급받은 것 말고는 아직 한 것이 아무것도 없거든요. 축제에 가듯 영화제에 온 게 처음인데 그게 칸이라니요. 사진으로만 보던 곳에 제가 와 있다는 게 신기하고요,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와 보니 제가 상상한 것보다 신이 났어요. 감독님은 초청된 것만으로도 상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하셨는데 실감이 나요."

▲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된 영화 '령희'의 주연배우 한지원. 제공|캬라멜이엔티
한지원의 본명은 사실 김지원. 같은 이름의 배우가 이미 워낙 많아 활동명을 고민하다 어머니의 성을 따 '한지원'이란 이름으로 배우 활동을 하기로 했다. 5살에 시작한 발레를 13살까지 했을 만큼 무대 체질이었던 그녀는 "발레리나가 되고싶지 않아" 발레를 그만뒀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오빠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했고, 그렇게 지망했던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에 진학했다. 이후 배우로서 무대에 올랐고, 촬영한 단편영화가 무려 십수 편에 이른다. 그 가운데 '표류'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연제광 감독의 '령희'가 이번 칸과 인연을 맺게 됐다.

"연기 발표회 구경을 갔다가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연제광 감독님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해서 '표류'에서 사촌동생 역을 맡았고요. 그러다 이번 '령희'에선 홍매 역을 맡았어요. '해무'에서 한예리 선배님이 연기한 캐릭터와 이름이 같더라고요. 감독님께서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중국동포 사투리 연기를 원하셔서 많이 참고했어요.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된 영화 '령희'의 주연배우 한지원. 제공|캬라멜이엔티
'령희'에서 한지원이 맡은 홍매는 룸메이트 령희가 죽은 뒤 남아 또 다른 참담한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리딩에서 '현실은 더 가혹하다'는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지원은 감정적 파고가 없는, 단단히 가라앉은 색다른 분위기를 담아내려 애썼단다. 이번 '령희'를 찍으면서 불법체류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새삼 생각하게 됐다는 한지원은 "평소에도 관심이 생겼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의 재미를 느꼈다"며 "앞으로도 그런 영화를 더 찍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시작. 가능성이 엿보이는 배우 한지원의 바람은 소박했다.

"저는 시작하는 배우잖아요. 이번 칸 영화제는 제가 더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아요. 무척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열심히 하면 이런 기회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조급하지 않고 싶어요. 연기를 좋아서 하고, 재미있게 단편 영화를 찍어왔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를 하면서 행복하고 재미있게 작품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된 영화 '령희'의 주연배우 한지원. 제공|캬라멜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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