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1일 공식상영을 갖고 베일을 벗었다. ⓒ게티이미지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김현록 기자] "감사합니다.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갑시다. 레츠 고 홈, 생큐!"(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베일을 벗었다. 2300석을 채운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진 뤼미에르 대극장. 잠시 잦아든 박수소리의 틈새로 봉준호 감독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제작 바른손이엔에이)가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상영됐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 '기생충' 주역을 향한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8분 간 쉼 없이 이어졌다.

이날 가장 늦게 공식 상영을 가진 '기생충'이 끝난 때는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그러나 관객들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박수를 쳤다. 칸영화제 공식 상영이 끝난 뒤 이어지는 이른바 '몇분 기립박수'를 위한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었다. 현장을 지켜본 영화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다. 영화제 관계자 또한 "기립박수의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관객들이 진심이 느껴졌다"고 놀라워했다.

열띤 분위기를 지켜보던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직접 소감을 밝히거나 봉준호 감독, 배우들을 소개하는 대신 아예 봉준호 감독에게 직접 마이크를 건넸다.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늦은 시간 함께해 준 관객들에게 먼저 감사의 인사를 전한 봉준호 감독의 말은 짤막하고도 쿨했다. "감사합니다.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갑시다. 레츠 고 홈, 땡큐!" 한차례 더 뜨거운 박수를 보낸 관객들은 봉준호 감독이 먼저 극장을 빠져나간 뒤에아 서서히 박수를 멈추고 집에 돌아갈 생각을 했다.

▲ 영화 '기생충' 스틸
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공개된 '기생충'은 관객의 열성적인 환호가 쏟아져나올 만한 작품이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희비극. 같은 하늘 아래 살지만 전혀 다른 세상을 살던 두 가족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신랄하게 대조하며 예측 불허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인장이 강렬하게 찍힌 풍자극이자 블랙코미디이기도 했다.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뾰족뾰족 날이 선 캐릭터들을 내세워 자본주의의 양극화, 웃프다가도 가끔 울화가 치미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통찰력 있게 뽑아냈다.

▲ 영화 '기생충' 스틸
'기생충'은 재미있다. 취재진을 향해 편지까지 써 가며 스포일러 방지를 부탁한 봉준호 감독을 떠올리면 대체 이 이야기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난감하지만, 감독의 말마따나 사전 정보 없이 극장을 찾을수록 소소한 재미, 요동치는 낙폭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저마다 다른 눈으로 영화를 볼 칸의 심사위원들을 얼마나 만족시킬지는 알기 어렵지만, 소소한 늬앙스까지 100% 이해해가며 영화를 즐길 한국 관객들에게는 더욱 선물같은 작품이 될 터.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은 황금종려상 수상자가 다섯이나 되는 쟁쟁한 경쟁부문의 틈바구니에서 수상의 낭보를 전해올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나면 더 궁금해진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25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다.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영화 '기생충'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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