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그킥을 동반한 타격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나 시즌 시작 전부터 레그킥에 관한 우려의 시선이 강정호를 괴롭혔다. 두 리그는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크게 차이 난다. 강속구 투수들이 많은 메이저리그에서 KBO 리그에서 사용한 타격 방법으로 강속구를 공략하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분석이 연이어 나왔다.

실제로 강정호는 시즌 초 볼 카운트가 불리하게 되면 레그킥을 하지 않고 타격을 했다. 대타 출전이 많았던 4월 타율 0.269(26타수 7안타)를 기록하며 적응기를 보냈다. 선발과 대타를 오가던 강정호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건 5월 4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

7번 타자 3루수로 출전한 강정호는 세인트루이스 선발투수 마이클 와카를 상대로 시속 149km 빠른 공을 받아쳐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그리고 팀이 0-1로 뒤진 9회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 트레버 로젠탈을 상대로 커브를 받아쳐 메이저리그 첫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이날 경기에서 강정호는 와카의 빠른 공, 로젠탈의 변화구를 모두 레그킥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강정호가 KBO 리그에서 기록한 40홈런 가운데 패스트볼은 19개. 강정호가 때려 낸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시속 140km다. 큰 구속 차이로 적응 기간을 오래 보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강정호는 올 시즌 121안타를 기록했다. 강정호가 안타로 만든 공의 구종은 패스트볼 76개, 변화구 45개다. 패스트볼 공략이 63%를 기록하며 빠른 볼에 강했다. 강정호가 안타로 연결한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148.75km이다. 홈런으로 범위를 좁히면 15홈런 가운데 패스트볼은 8개고 평균 구속은 148.18km이다. 지난해 KBO 리그에서 강정호가 홈런으로 연결한 가장 빠른 공은 5월 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송은범을 상대로 때려 낸 시속 149km 패스트볼이다. KBO 리그의 최고 구속과 메이저리그의 평균 구속이 비슷하다.

강정호는 평균 시속 8km 차이의 패스트볼을 자신의 레그킥으로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패스트볼 공략 성공은 또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유명한 강속구 투수들을 차례로 공략했다. '도장 깨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정호의 '마무리 깨기' 임팩트는 강했다. 

26일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투수들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조나단 파펠본, 트레버 로젠탈, 아롤디스 채프먼, 글렌 퍼킨스 등 평균 구속이 155km를 기록하고 있는 이름 있는 마무리 투수들을 상대로 타율 0.412(17타수 7안타) 2홈런을 기록했다. 마무리투수들을 상대로 장타율 1.000을 기록할 정도로 완벽하게 '마무리 깨기'를 했다.

강정호의 레그킥은 미국 해설진에게도 흥미 있는 관전 포인트였다. 해설진은 경기 도중 강정호가 볼 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레그킥 여부와 관련해 농담 섞인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미국 매체 CBS SPORTS는 '지난 겨울 이적 때 강정호는 레그킥으로 많은 우려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더는 강정호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레그킥으로 메이저리그의 속도를 공략했다'며 강정호가 본연의 타격 자세로 빅리그에 완벽한 적응을 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KBO 리그 야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강정호의 뛰어난 적응력은 9년 동안 KBO 리그에서 해 왔던 것을 그대로 메이저리그에 적용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자신의 방법을 유지하며 활약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리고 강정호가 올 시즌 보여준 경쟁력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KBO 리그를 주시하는 계기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영상] 미운 오리 '레그킥', 백조가 되다 ⓒ 스포티비뉴스 송경택

[사진] 강정호 ⓒ Gettyimages

[그래픽] 스포티비뉴스 디자이너 김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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