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왼쪽)이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게티이미지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김현록 기자]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25일 오후 7시(현지시간, 한국시간 26일 오전 2시)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발표하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라고 밝혔다. 

송강호와 감격의 포옹을 나눈 뒤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이어 "이 자리에 함께해 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인 송강호 배우의 멘트를 이 자리에서 꼭 듣고 싶습니다"라면서 수상자의 자리에 송강호를 불러세웠다. 

송강호는 감격에 겨운 듯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그리고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분들께 이 모든 영광을 바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저는 12살의 나이로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도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메르시, 메르시 보꾸(Merci, Merci Beaucoup)"라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 '기생충'이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봉준호 감독(오른쪽)과 송강호가 포옹을 하며 감격해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한국영화 최초의 영예다. 한국영화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하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며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지 무려 35년 만에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품게 됐다.

'기생충'의 수상으로 한국영화는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수상한 이래 9년간 이어진 칸영화제 수상 가뭄을 함께 해소했다. 이전에는 2004년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황금종려상에 이은 심사위원 대상(그랑프리)을 수상한 것이 최고의 이력이었다. 이밖에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2006년 전도연이 '밀양'(감독 이창동)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2017년 '옥자'로 처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입성한 뒤 2년 만에 2번째 경쟁무분 초청작으로 본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안았다.봉준호 감독은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부문), '기생충'까지 본인의 연출작으로만 5번째 칸에 초청됐지만, 본상을 수상한 적은 없었다.

한국영화 유일의 경쟁부문 초청작이자 공개와 동시에 칸의 열기를 폭발시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영화제 내내 가장 뜨겁게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인 영화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희비극이다. 봉준호 감독 스스로 "한국인이라야 100% 이해할 것"이라고 밝혔을 만큼 한국적인 뉘앙스가 가득하지만 자본주의의 극심한 빈부격차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섬세하고도 통찰력 있게 담아낸 이야기이기도 하다.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이 출연해 열연했다.

▲ '기생충'의 주연배우 송강호(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봉준호의 요청으로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난 21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상영을 가진 '기생충'은 진심어린 8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올해 칸의 가장 막강한 주자로 떠올랐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만 무려 5명, 그 중 2명이 2번의 황금종려상을 받은 명장일 만큼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 올해의 칸에서 한국에서 온 50살의 감독 봉준호가 화제를 휩쓸며 수상까지 했다는 점은 더욱 의미있게 평가된다. 

봉준호의 또 다른 진화를 알린 '기생충'에 대한 칸의 뜨거운 열기는 현지 리뷰와 평점으로도 확인하기 충분했다. 칸영화제 공식 데일리인 영국 '스크린데일리'가 각국 주요 매체 기자 10인의 점수를 합산해 집계한 평점에서 '기생충'은 4점 만점에 3.5점을 기록, 1위를 차지했다.(프랑스 리베라시옹이 별2개를 별3개로 바꾸면서 첫 공개 때보다 평점이 0.1점 올랐다.) '르 필름 프랑세즈'의 평점에서 평가에 참여한 15개 매체 중 10개 매체가 '기생충'에 최고점에 해당하는 황금종려가지를 매겼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는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렸다. 한국영화는 경쟁부문 '기생충'을 비롯해 미드나잇 스크리닝(비경쟁 부문)에 이원태 감독의 '악인전', 시네파운데이션(학생 경쟁) 부문에 '령희'(연제광 감독), 감독 주간에 단편 애니메이션 '움직임의 사전'(정다희 감독)이 초청됐다.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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