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순간적으로 세 명의 수비 견제를 받는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최근 NBA의 대세는 스페이싱 농구다. 누가 공간을 넓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관건이 되었다.

수비수는 그 넓은 공간을 발로 뛰면서 수비해야 한다. 하지만 볼의 빠른 움직임을 발로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여기서 생긴 수비 전략이 ‘3점슛 성공률이 떨어지는 선수를 막지 않기’다. 확률적으로 더욱 위력적인 옵션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 토론토, 아데토쿤보를 막기 위해 블렛소를 버렸다

동부 콘퍼런스 파이널 시리즈에서 토론토 랩터스의 가장 큰 과제는 야니스 아데토쿤보 수비였다. 이를 위해 2~3명의 수비수가 붙었다. 현지에서는 ‘벽을 쌓는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탄탄한 수비 로테이션을 펼쳤다.

순간적으로 2~3명의 수비수가 아데토쿤보에게 붙기 때문에 오픈 기회가 나는 선수가 생긴다. 토론토는 블렛소 쪽을 열어뒀다. 플레이오프를 거듭할수록 블렛소의 외곽슛 성공률이 급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블렛소는 2019 플레이오프 평균 13.7점 FG 41.1% 3P 23.6%를 기록했다. 콘퍼런스 파이널 6경기에서는 10.2점 FG 29.4% 3P 17.2%에 그쳤다. 3점슛 29개를 던져 단 5개만 넣었다. 블렛소를 막는 수비수가 아데토쿤보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다.

▲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막는 대신 에릭 블렛소를 비워두는 수비 전략 ⓒSPOTV 중계화면 캡처

아데토쿤보가 빠르게 공을 몰고 와 돌파를 시도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두 명의 수비수가 아데토쿤보의 이동 경로를 차단했다. 아데토쿤보는 여의치 않자 블렛소에게 공을 내줬고, 블렛소는 3점슛을 넣지 못했다.

3점슛이 안 되면 돌파할 수 있다. 블렛소의 힘과 운동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 밑에서 탄탄한 수비를 펼치는 토론토의 벽을 넘어서기 쉽지 않았다. 실제로 블렛소는 콘퍼런스 파이널 10피트(약 3m) 안에서 야투 성공률이 37.0%에 그쳤다(정규 시즌 때는 60.9%).

시리즈 내내 블렛소의 활용법이 고민이었다. 결국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은 6차전 막판 블렛소를 빼고 3점슛이 되는 말콤 브록던과 조지 힐을 동시에 투입하는 용병술을 활용했다. 하지만 경기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공간을 넓게 썼지만 여기서 확실한 공격 옵션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 코너는 철저히 묶고, 정면 3점슛을 내준다

‘어떤 선수’를 내버려 두겠다고 정했으면 다음에는 ‘어느 구역’을 열어주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NBA 3점슛 라인은 구역마다 다르다. 코너는 6.7m인 반면에 정면과 45도는 7.24m다. 차이가 있다. 림과 가깝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코너 3점슛 성공률이 더 높다.
코너에 특화된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은 대개 코너는 잘 넣지만 45도와 정면에서는 적중률이 떨어진다. 수비수는 이런 유형의 선수를 코너에서 최대한 막고, 45도와 정면을 열어주며 에이스 수비에 집중했다.

대표적으로 토론토의 파스칼 시아캄이다. 시아캄은 정규 시즌 코너 3점슛 성공률이 41.6%였다. 이에 반해 45도와 정면에서는 27.0%였다. 코너에서 3점슛을 던지는 비중(69.6%)이 상당히 높았다.

2라운드 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 76ers의 고민은 카와이 레너드 봉쇄였다. 레너드를 도움 수비로 막아내고 싶었다. 브렛 브라운 감독은 조엘 엠비드를 시아캄 수비수로 붙여놨다. 시아캄 수비와 함께 적절한 타이밍에 골 밑 도움 수비를 펼치겠다는 의도였다. 

엠비드는 시아캄을 막으면서 코너 캐치 앤드 슛을 막고 정면에서 3점슛을 던지도록 내버려 뒀다. 그리고 페인트존 도움 수비에 집중했다.

3점슛에 자신이 없는 시아캄은 슛을 머뭇거리면서 자신의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자연스레 토론토의 공격 흐름이 무너졌다. 시아캄이 공격을 풀기 위해 돌파를 하면 엠비드에 막히고 말았다. 시아캄은 시리즈 내내 엠비드 수비 상대로 FG 35.7% 3P 21.7%에 그쳤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알-파룩 아미누도 비슷한 유형이다. 코너 캐치 앤드 슛에 특화된 선수다. 플레이오프 기간 코너 3점슛 성공률 39.3%를 기록하며 위력을 뽐냈지만 45도와 정면에서는 3점슛 성공률 17.4%에 그쳤다.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 시리즈 내내 골든스테이트의 수비 전략은 데미언 릴라드와 CJ 맥컬럼 수비였다. 2~3명의 수비수를 붙여 릴라드와 맥컬럼이 패스하게끔 했다. 

여기서 아미누가 코너에서 공을 잡으면 골든스테이트는 끝까지 클로즈 아웃 수비를 펼쳤다. 하지만 아미누가 45도나 정면에서 슛을 던지면 적극적으로 수비하지 않았다. 크게 위력적인 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3점슛이 떨어지는 알-파룩 아미누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다. ⓒSPOTV 중계화면 캡처

아미누가 오픈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드레이먼드 그린은 클로즈 아웃 수비를 하지 않고 뒷걸음질 쳤다.

상대 에이스를 막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이번 플레이오프 수비의 키워드가 됐다. 과연 이번 파이널 무대에서는 어떤 수비가 나올까. 에이스 레너드와 스테픈 커리에 대한 압박 수비 전략과 나머지 선수들의 로테이션 움직임이 전술적인 키포인트가 될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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