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류제국은 5월 18일 NC전에서 611일 만에 1군에 복귀했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LG 류제국의 경력에 2017년 시즌은 없다.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고, 수술하고, 다시 재활까지 꼬박 1년을 소모했다. 

어쩌면 올해도 그 뒤로도 류제국은 '야구선수'라는 직업을 잃을 수 있었다.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기 전 '선수 복귀는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여러 병원의 문을 두드렸다. 돌아오는 말은 다들 비슷했다고 한다. "수술이 잘 돼서 복귀할 수는 있겠지만…."  

5월 31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류제국은 지난 1년을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돌아봤다. 그는 오히려 복귀 가능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재활 기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 복귀 후 3경기 성적이 밖에서 보기에는 좋다.

"밖에서 보는 기록은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아무래도 오랫동안 경기를 쉬어서 그런지 던지는 체력이 부치는 것은 사실이다. 60개까지는 원하는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지는데 그 이상 넘어가면 힘이 너무 들어간다. 그만큼 체력이 떨어졌다는 뜻 아닐까. 그 외에는 원하는대로 되고 있다."

- 3번째 등판에서 팀이 처음 이겼다. 이 점은 만족스러울 듯한데.

"어떻게 보면 타자들이 점수를 내줘서, 중간 투수들이 막아줘서 이긴 경기다. 어제(5월 30일) 경기까지 졌으면 마음이 불편했을 거다. 이겨서 그나마 기분은 좋았다."

- 2017년 7월 27일 넥센(현 키움)전 이후 첫 퀄리티스타트다. 점점 내용은 좋아지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은데.

"6회까지 던졌다기 보다 버텼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내용은 첫 번째 경기(5이닝 0볼넷 3실점)보다 못했다. 잘 버텼다."

▲ LG 류제국이 지난 2월 오키나와 캠프에서 불펜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 신원철 기자
- 오키나와 캠프 첫 날 불펜 투구를 아주 신중하게 한 기억이 난다. 불펜 포수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하고, 또 밸런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확실할 때까지 던지지 않기도 했다.

"훈련할 때 즐겁게 하는 건 좋은데 한국에서는 불펜 투구할 때 너무 억지로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오히려 기분이 다운돼서 조용히 받아달라고 한다."

"어려운 수술을 했고 어렵게 복귀했기 때문에 던질 때 욕심부리지 않으려고 했다. 몸 상태나 기분, 밸런스가 좋지 않을 때 던지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불펜에서 던질 때부터 신경 많이 쓰면서 예민하게 던졌다."

- 재활은 재미없고 지루한 시간의 반복이라고들 한다. 그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나.

"확실히 재활은 지루하다. 지루하다보니까 예민해지고, 그러다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그럴 때마다 트레이너들이 의지를 떨어트리지 않게 노력을 해줬다. 또 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복귀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야구를 다시는 못 할 수 있다는 소견을 받은 수술이라 솔직히 큰 기대나 욕심을 갖고 재활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썩 힘든 시기는 아니었다."

- 지금 이렇게 돌아온 것을 기적이라고 표현해도 괜찮을지.

"그렇다. 병원에서도 그렇고...많은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다고 했었다. 첫날 마운드 올라갈 때 뭉클했다. 내가 다시 여기에 설 수 있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고, 다시 공을 던질 수 있었다는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LG 류제국 ⓒ 곽혜미 기자
- 마침 복귀전이 잠실 홈경기(5월 18일 NC전)였다. 팬들 응원을 받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 같다. 어색하기도 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다시 이런 함성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 절실하게 하게 됐다. 하고싶었던 야구를 더 절실한 마음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요즘 경기 중간중간 전보다 더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호수비가 나오면 티나게 웃고, 더그아웃에서도 즐거워하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자주 나온다.

"그게 그런 변화에서 오는 것 같다. 예전에는 좋아도 내색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제가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그런 것 뿐이다. 제가 그러면 후배들도 좋아하고, 제가 고마워한다는 걸 표현하면 더 열심히 해주는 것 같고. 그런 면에서 저도 모르게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 올해 주장이 된 김현수의 얘기를 들어보면, 류제국이 주장을 할 때(2016~2017년) 바라던 팀 문화와 비슷한 내용이 많다. 1군 합류한 뒤 팀 분위기는 어떻게 봤나.

"요즘 야구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아직 한국에 선후배 규율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제가 주장할 때 '다 같은 프로 선수다. 적어도 야구에서는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현수가 미국에 갔다와서 그런지 그런 쪽에서 개방적인 것 같다."

"솔직히 제가 주장할 때보다 지금 선수들이 더 편한 사이가 된 것처럼 보인다. 추구하는 게 살짝 다를 수는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어린 친구들이 편하게 야구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비슷한 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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