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픈 커리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리그 최고의 득점원이자 슈터이다. 화려한 드리블 이후 돌파도 수준급이다.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바로 스크린 능력이다. 커리의 단단한 스크린은 골든스테이트 공격의 활로를 뚫어준다.

최근 NBA는 포지션 파괴 시대다. 모든 걸 다 할 줄 아는 선수가 주목받고 있다. 스크린도 마찬가지다. 이젠 빅맨의 고유 플레이가 아니다. 가드도 스크린을 설 줄 알아야 한다.

골든스테이트가 토론토 랩터스와 2019 NBA 파이널 2차전에서 승리(109-104)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후반전 분위기 반전이었다. 후반전 득점에서 55-45로 이겼다.

전반보다 더 좋아진 에너지 레벨, 단단한 수비, 원활한 공격 흐름이 이어진 결과였다. 특히 골든스테이트는 후반전 야투 22개 모두 어시스트에 의한 득점으로 만들어냈다. 여기서 커리의 헌신적인 스크린이 골든스테이트에 큰 힘이 됐다.

◆ 스테픈 커리, 스크린으로 가장 많은 공간을 열었다

커리는 이날 23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 FG 6/17로 다소 부진했다. 경기 초반부터 체력적으로 지친 듯했다. 실제로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경기 시작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진 않았다. 무슨 이유 때문에 안 좋았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커리는 직접적인 득점보다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섰다. 바로 스크린이었다.

NBA.com에서는 '허슬' 스탯을 제공하고 있다. 루즈볼을 따내기 위한 움직임, 공격자 파울 유도, 디플렉션 등 다양한 지표가 있다. 스크린 어시스트도 있다. 스크린으로 동료의 득점을 돕는 지표다.

이날 커리는 스크린 어시스트 4개를 기록했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수치. 토론토에서는 마크 가솔(3개)이 가장 많았다. 팀 내 가장 작은 포인트가드가 상대와 몸싸움을 마다치 않고 동료를 위해 헌신했다.


골든스테이트가 3쿼터 9분 40여 초를 남기고 펼친 패턴이다. 사이클론(Cyclone)이라고 불린다. 스티브 커 감독이 2014-15시즌 부임한 이후 줄곧 활용하고 있다. 주로 작전타임 이후 패턴(After Time-Out Plays)으로 사용한다.

움직임은 간단하다. 페인트존에 있는 가드가 빅맨에게 스크린을 걸면 끝이다. 대신 스크린을 받고 움직이는 선수에게 빠르게 패스를 줘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나오는 이유는 커리가 위력적인 슈터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크린이 나오면 수비수가 도움 수비를 펼치게 된다. 하지만 커리에겐 예외다. 모든 수비수는 커리에게 조금이라도 공간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커리가 스크린을 걸고 그린이 안쪽으로 들어올 때 막아서는 수비수가 없는 이유다.

만약 커리의 수비수가 그린 쪽으로 붙으면 커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외곽으로 나가 3점슛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골든스테이트는 가드의 스크린을 많이 활용한다. 스티브 커 감독은 "최고의 슈터는 최고의 스크리너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린 커리와 클레이 톰슨의 스크린을 많이 활용한다. 복잡할 게 없다. 수비수는 커리를 놔두는 걸 무서워한다. 스크린을 계속 걸면 누군가 공격을 풀어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 SIDE STORY | 사이클론이 생겨난 배경

사이클론 패턴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 전술은 사실 커 감독의 창작물이 아니다. 커 감독은 프레드 호이버그(전 시카고 불스)가 아이오와 주립대 감독 시절 펼친 패턴을 보고 가져왔다고 밝혔다. 호이버그는 2010~2015년까지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감독으로 활약했다.

커 감독은 골든스테이트를 맡기 전 TV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당시 그는 NCAA 토너먼트 해설을 맡았다. 아이오와 주립대 경기였다. 호이버그 감독의 패턴을 눈여겨본 커 감독은 이를 그대로 골든스테이트로 가져왔다.

지난 2015년 호이버그는 시카고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커 감독은 호이버그를 만나 '사이클론' 패턴을 언급했다. ‘아이오와 주립대 사이클론’ 팀의 이름을 따서 그 패턴을 쓰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자 호이버그 감독은 "내가 만든 패턴이 아니다. BYU의 데이브 로즈 감독 것을 가져온 것이다"라며 말했다. 사실 데이브 로즈도 유타 주립대의 스튜 모릴 감독 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은퇴를 선언한 모릴 감독은 '공수 전술의 마법사'라 불릴 정도로 창의적인 패턴을 많이 만들었다. 모릴 감독은 '월 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뷰에서 "몇몇 플레이는 정말 좋고, 몇몇은 정말 별로다"라며 "그중 '사이클론'은 정말 좋은 패턴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그가 만든 패턴은 현재 대학뿐만 아니라 NBA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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