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헨리 소사(34·SK)는 5일 오후 비자 심사를 받는다. 그간 밀린 세금을 성실하게 분할납부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간다.
국세청이 2015년 2월 소득세법을 개정하면서 1년에 183일 이상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은 거주자로 구분된다. 대다수의 KBO리그 외국인 선수들은 여기에 포함된다. 이전에는 연봉의 22%만 납부하면 됐지만, 거주자로 분류되면서 최대 46%를 내야 한다. 소사는 그간 22%만 냈고, 나머지 세금은 미납 상태다.
지난해를 끝으로 한국을 떠난 소사에게 세금을 걷을 방법이 없었다. 소사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상 10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소사는 이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SK의 손을 잡았다. 총액 52만 달러(계약금 35만 달러·연봉 17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3일 공식발표했다.
세금 대납이나 다년 계약 의혹이 불거지지만 SK는 아니라며 펄쩍 뛴다. 현행 규약상 만약 이면계약이 드러날 경우 다음 연도 1차 지명권 발탁 및 제재금 10억 원이 부과된다. 해당 계약도 그대로 무효고, 선수도 1년간 자격 정지다. 4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만난 SK 관계자는 “우리가 그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고개를 저으면서 “세금은 소사가 알아서 해결할 일이고, 실제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SK는 계약 상세 내용은 물론 세금 계산서까지 KBO에 제출할 예정이다.
소사는 계약금으로 받은 35만 달러(약 4억1300만 원)로 일부를 납부하고, 나머지는 지금껏 모았던 돈과 앞으로의 소득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한국에서 밀린 세금을 납부하고도 남을 만한 돈을 번 소사다.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소사는 법률적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는 구상이다.
그렇다면 소사는 왜 거액의 세금을 감수하고 한국에 왔을까. 한 관계자는 “한국에 오면 당장은 큰 지출이 필요하지만, 올해 잘하면 내년에는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이 가능하다. 소사로서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는 셈”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소사는 올해 무조건 잘해야 한다. 내년에 꼭 SK가 아니더라도 KBO리그 다른 구단과 계약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실적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보다 더 강력한 동기부여는 없다.
소사는 이렇게 승부수를 던졌다. 남부럽지 않던 연봉을 받던 소사지만, 이제는 '생계형 외국인 선수'가 됐다. SK도 마찬가지다. 활약이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던 브록 다익손(25)을 웨이버 공시하고 소사를 영입했다. 이적료와 세금을 포함해 60만 달러에 가까운 추가 지출을 감수했다. 리그 선두권이라 급할 것은 없었지만,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4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만난 염경엽 감독도 “순전히 올 시즌만 놓고 본 선택”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다익손은 내가 프런트에 있던 시절 직접 스카우트를 한 선수다. 미래 가치까지 따지면 (젊은) 다익손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면서도 “올해만 놓고 보면 소사가 낫다는 데 구단 내부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SK는 대체 외국인선수 리스트업 당시 올 시즌 소사가 등판한 경기 영상을 모두 확보했다. 여전히 150㎞를 넘는 공을 던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관계자가 2일 직접 대만에서 본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SK는 불펜이 여전히 안정적인 편은 아니다. 언제든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선발의 몫이 중요하고, 경험과 이닝소화능력을 가진 소사는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소사는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무대에서도 강했다. 키움 소속이었던 2014년, LG 소속이었던 2016년 두 차례 가을잔치에 나가 7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94로 좋은 성적을 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은 SK로서는 김광현-앙헬 산체스-헨리 소사로 이어지는 강속구 스리펀치에 기대가 크다. 지난해 강속구과 홈런의 힘으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내달렸던 기억이 있는 SK로서는 더 놓칠 수 없는 선수였다. 강력한 동기부여의 만남이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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