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류현진이 볼넷을 가장 싫어한다는 건 이제 야구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몇 가지 류현진이 싫어하는 것이 더 있다. 선발투수이자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류현진은 동료들이 득점을 뽑아낸 뒤 곧바로 실점하는 것을 싫어한다. 경기의 흐름을 다시 넘겨주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동료들이 실책을 했을 때 실점하는 것을 대단히 싫어한다. 한국에서 뛰던 시절 꿈나무 야구 선수들을 만났을 때 "동료들이 실책을 하면 더 집중해야 한다. 실책 이후 실점을 막게 되면 팀 분위기가 더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한화 전력이 워낙 약해 실책도 잦았기 때문이다. 실책으로 승리를 날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류현진은 동료들을 탓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집중해서 더 좋은 공으로 실점하지 말아야 한다고 자신을 채찍질 했다.

5일(이하 한국시간)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서도 류현진 만의 동료애 표현 방식이 빛을 발했다.

이날 다저스 수비진은 크게 흔들렸다. 실책이 3개나 나왔다. 그러나 류현진은 그럴수록 더욱 힘을 냈다. 결국은 무실점으로 모든 위기를 틀어막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마자 실책이 나왔다.

1회 2사 후 아담 존스의 평범한 3루 땅볼 때 3루수 맥스 먼시의 송구가 빗나가며 존스가 2루까지 진출했다.

아직 몸이 덜 풀린 상황. 이닝을 끝낼 수 있는 상황이 득점권 위기로 변한 셈이었다. 어깨가 더 무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데이빗 페랄타의 타구는 유격수 코리 시거가 놓치며 2사 1,3루가 됐다.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그러나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크리스티안 워커를 투수 땅볼로 솎아내며 이닝을 매조졌다.

시련은 투구를 끝낼 시점에 다시 찾아왔다.

7회 1사 1루. 일데마로 바르가스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 때 송구가 빠지며 1사 1,3루가 됐다. 병살로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이 플라이볼 하나로 실점이 될 수 있는 위기로 변한 것이었다.

류현진의 투구수도 100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실점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 고비도 완벽하게 넘겨냈다. 닉 아메드와 승부에서 이날 최고의 무브먼트를 보인 체인지업을 활용해 다시 유격수 앞으로 땅볼을 유도했다.

시거는 이번에는 차분하게 처리하며 6-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만들었다. 류현진식의 동료애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가 이제 LA 다저스의 에이스라 불려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대목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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