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LA 다저스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류현진의 독특한 볼배합이 호투의 배경이라고 말한다. 정석을 따르지 않는 과감한 투구는 류현진의 제구력과 맞물려 환상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감성 혹은 개성을 숫자로 증명할 수는 없을까. 

미국 디애틀레틱 에노 사리스 기자가 도전했다. 그는 5일(한국 시간) 독보적인 독창성을 지닌 류현진의 투구 내용을 기록으로 살펴봤다. 사리스 기자에 따르면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 처럼 공을 던지는 투수는 없다. 야구 괴수들이 다 모인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말그대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투구를 하고 있다. 

사리스 기자는 "류현진은 강속구의 시대에 90마일 초반 직구를 던진다. 그렇다고 엄청난 움직임의 변화구를 지녀 '움짤'로 소비되는 투수도 아니다. 그런데 마운드에서는 리그 최고의 투수다. 

지금은 같은 팀에 있지만 지난해까지 애리조나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했던 로버트 반 스코요크 코치는 류현진의 커터 사용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게 던져 범타를 유도하는 게 아니라, 백도어로 던지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는 얘기다. 

▲ 류현진.
사리스 기자는 이 얘기를 로스 스트리플링을 통해 전해듣고 류현진의 투구가 얼마나 독창적인지 알아봤다. 우선 구종이 다양해야 한다. 올해 50이닝 이상 투구한 선발투수 가운데, 5가지 구종을 각각 10% 이상 활용한 투수는 류현진을 포함해 모두 12명이다. 

류현진(다저스) 마르코 곤잘레스(시애틀) 카일 깁슨, 제이크 오도리지(이상 미네소타) 노아 신더가드(메츠) 태너 로아크(레즈) 메릴 켈리(애리조나) 콜 해멀스(컵스) 이반 노바(화이트삭스) 릭 포셀로(보스턴) 마이크 파이어스(오클랜드) 트레버 케이힐(에인절스)

미국 스탯츠사가 만든 투수 평가 자료인 '커맨드+'로 줄세우면 평균 이하인 선수 2명이 있다. 파이어스와 케이힐이다. 이 둘은 원하는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지는 능력에서 조건을 채우지 못했다. 커맨드+ 1위는 류현진(112)이다. 

남은 10명 가운데 헛스윙 유도가 리그 평균 10.7% 이하인 선수도 제외하면 12명 중에 류현진과 깁슨, 신더가드, 해멀스, 오도리지가 남는다. 

남은 5명 중 정석을 따르는 경향이 있는 선수들도 뺐다. 측정 방식으로는 '0스트라이크에서 직구 구사 비율'을 썼다. 초구 혹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직구로 스트라이크존을 노리는 선수는 예측당하기 쉽다. 위 5명 가운데 류현진만 48.4%로 절반을 밑돌았다. 

사리스 기자는 "평균 이상의 구위와 커맨드를 가진 투수 가운데 예측하기 어려운 볼배합을 활용하는 선수는 딱 1명 있다. 현진 류"라고 정리했다. 

▲ 류현진.

그러면서 류현진이 왼손 타자(마이클 콘포토)에게 몸쪽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는 영상을 첨부했다.

리그에서 체인지업을 이렇게 쓰는 왼손 투수는 류현진과 루이스 아빌란(메츠) 뿐이다. 아빌란은 3개 구종만 던지는 투수라 류현진과 처지가 다르다. 다시 사리스 기자의 의견이다. 

"때로는 압도적인 힘도 영상으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불 같은 강속구나 춤추는 변화구 없이도 정상에 있는 류현진, 그 호투 비결은 정말 오래, 유심히 보아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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