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거포군단을 대표하는 한동민(왼쪽)과 제이미 로맥은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와 훈련에 매진하는 등 타격 슬럼프 탈출에 애를 쓰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최근 SK의 타격 훈련을 보면 순서가 정해져 있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선수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알아서’ 그라운드에 나온다. 제이미 로맥(33)과 한동민(30)은, 어쩌면 아쉽게도 단골손님이다.

1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경기를 앞두고도 가장 먼저 타격훈련을 시작한 선수가 로맥과 한동민이었다.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한동민은 박경완 코치와, 로맥은 박재상 코치와 일찌감치 훈련을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훈련 시간이 길었다. 제약이 없는 홈에서는 더 그렇다. 한동민은 단골 얼리버드다. 로맥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선수지만 오후 2시면 이미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풀고 있다.

타격감이 좋은 상태라면 굳이 일찍 나와 훈련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장기 레이스에서 잘 쉬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격 슬럼프의 시기가 길었던 두 선수는 훈련과 땀을 자처한다. 최대한 빨리 반등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두 선수는 지난해 SK의 홈런군단을 이끈 거포들이었다. 로맥은 43홈런, 한동민은 41홈런을 기록했다. 그런데 비시즌 동안 타격폼을 조금 바꿨다가, 시즌 중 또다시 바꾸는 과정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로맥은 패스트볼과 몸쪽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동민은 좌완 상대 등 전체적인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타격폼 수정을 선택했다. 취지는 분명 옳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이 잘 기능하지 않았다. 

타율과 정확도에 신경을 썼던 로맥은 호쾌한 장타라는 장점까지 다 잃고 표류했다. 한동민은 방향성은 나쁘지 않았으나 바뀐 타격폼에 하체가 버티지 못했다. 로맥도 탑의 위치를 다시 수정했고, 한동민은 지난해 타격폼으로 되돌아갔다. 제아무리 작년 폼과 흡사하다고 해도 비시즌 내내 바뀐 폼으로 훈련과 준비를 했기에 시간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선수, 동료, 코칭스태프, 그리고 팬들 모두에게 인내의 시간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조금씩 나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로맥이 먼저 장타를 터뜨리고 있다. 정확도는 아직 기복이 있지만 최근 6경기에서는 홈런 3개를 치며 리그 홈런 부문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한동민도 11일 수원 kt전에서 모처럼 3안타를 쳤다. 장타는 아니었지만 타구질이 나쁘지 않았다. 기분전환이 될 법한 경기였다.

코칭스태프도 두 선수의 노력을 안다. 연습한 것을 실전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출전 기회를 준다. 사기를 높이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게 이뤄진다. 로맥은 그렇게 부진할 때도 경기에서 뺀 적이 없다. 염경엽 SK 감독은 11일 경기를 앞두고 한동민의 손을 꼭 잡아주기도 했다. 요즘 성적에 운이 조금 따르니 그 운을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었다. 아직 두 선수가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노력은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