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판왕' 권아솔이 은퇴한다. 로드FC 고위 관계자는 "선수 뜻을 존중하는 게 회사 방침"이라며 은퇴 의사를 받아들였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권아솔(33, 팀 코리아MMA)이 은퇴한다.

갑작스럽다. 은퇴 이유도 조금 낯설다. 브라질에서 선교 활동이 격투 인생 2막을 추동하는 재료로서 흔히 거론되진 않는다.

타이밍과 배경 모두 질문할 거리가 많았다. 로드FC로서는 내부에서 가장 파급력 큰 자원이 빠져나간 상황.

생각을 듣고자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로드FC 고위 관계자는 12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쉽다. 사실 100만불 토너먼트 하기 전부터 (은퇴하고 싶다는) 권아솔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간 밝히지 않은 이유는 (권아솔과 회사 모두) 대회에 집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린 선수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 많이 아쉽지만 그래서 만류하지 않았다. 정 전 대표께서도 '신중히 생각해 보라' 정도로만 말씀하시지 않나. 선수 뜻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게 회사 방침이기 때문에 (마음을 돌리려) 설득하거나 그러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한 매체에서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38) 인터뷰를 실었다. 좋지 않은 여론 탓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권아솔도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진 않았을까. 비판과 비난, 조롱 섞인 대중 시선에 부하가 걸린 건 아닌지, 은퇴 결심 배경에 선교 말고도 정신적 피로가 자리한 건 아닌지 물었다.

"아무래도 그렇다. 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 특히 권아솔은 자기 기사 댓글을 모두 읽을 정도로 (사람 말에) 많은 신경을 쏟는 선수다. 성격이 여리다. 정당한 비판에는 '그래 이건 고쳐야겠다' 마인드가 분명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100만불 토너먼트)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권아솔은 100만불 토너먼트가 끝나고 정말 아쉬워 했다. 제 실력을 다 보여 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크게 느끼는 것 같았다. 허무한 심경을 비친 적도 있다. (준비한) 게임 플랜이 안 통했다기보다는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좋지 않은 여론과 더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부연했다.

▲ 권아솔은 '100만불 토너먼트'를 홀가분하게 떠나보내지 못했다. ⓒ 곽혜미 기자
은퇴 번복 가능성을 질문했다. 깜짝 선언을 마케팅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관계자는 단호했다. "절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 코너 맥그리거(30, 아일랜드) 은퇴 번복처럼 '쇼하는 거 아니냐'는 의혹 눈초리를 보낸다. 전혀 아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시기상으로 조금 맞물렸을 뿐이지 (은퇴 선언했다가) 우리가 막 설득해서 다시 복귀시키는 그림은 없다. 이 부문만큼은 정말 오해 없으셨으면 한다."

'포스트 권아솔'을 고민할 때다. 호불호를 떠나 로드FC는 강력한 흥행 카드 1장을 잃었다. 회사로서는 손실이 예상되는 사안을 빠르게 파악한 뒤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눈여겨보는 선수나 준비 중인 그림이 있는지 떠봤다.

"모든 선수를 체크하고 있다. 체급별 챔피언은 물론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을 지녔거나 현재 연승 중인 선수는 다 챙긴다고 보면 된다. (회사가 권아솔 이후를 준비하는) '방향'을 물었는데 로드FC는 오는 9월쯤 대구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대전, 한 달 전 제주 등 우리가 계속 지방 도시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이유가 있다. 모든 프로 스포츠가 지역을 기반으로 생명력을 얻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반 성장을 입에 담았다. 스타 파이터 한 명에 의존하기보다 이인삼각 하듯 선수-지역-단체가 한 사람처럼 움직이고 번성하길 바랐다.

"로드FC가 (비수도권) 여러 도시와 '함께 성장하는' 그림을 꿈꾼다. 제주에서 열린 로드FC 053에서 제주 출신인 신지승(23, 팀 싸우쿠다)과 윤태영(23, 제주 팀더킹)을 출전시킨 것도 그래서다. 길고 넓게 보고 있다. 권아솔만큼 파급력이 큰 미래 스타를 찾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주변과 더불어 가는 여정에도 많은 공을 들이겠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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