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초까지만 해도 소속팀을 찾지 못했던 헌터 펜스는 올 시즌 뛰어난 활약으로 올스타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보스턴과 텍사스의 경기가 열린 12일(한국시간) 펜웨이파크에서는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 나왔다. 주인공은 올해 만 36세의 베테랑 헌터 펜스(텍사스)였다.

6회 우익수 방면 뜬공이었다. 보스턴 우익수 브록 홀트가 펜스 플레이를 하며 잡으려고 했던 게 오히려 화가 됐다. 공은 튕겨져 나왔고, 펜스에 매달린 홀트는 공이 어디로 튄지 알 수 없었다. 중견수 무키 베츠가 뒤늦게 공으로 달려갔으나 펜스는 여유 있게 어느덧 홈까지 들어왔다. 

펜스는 “공이 그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것을 봤다. 달릴 시간이었다”고 웃었다. 하지만 이어 “그 지역에서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이를 잡을 것이라 확신하지는 않았고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베테랑다운 상황 판단 능력이었다.

다소 운이 따른 이 홈런은 펜스의 올 시즌 14번째 홈런이었다. 이 스타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여전히 타격에서 공헌할 수 있고, 여전히 열정적인 기운을 제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갈 곳이 없어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던 펜스는 올해 생존신고를 제대로 하고 있다.

펜스는 12일까지 시즌 51경기에서 타율 0.284, 14홈런, 4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0의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25인 로스터 합류조차 불투명했던 이 베테랑은, 자신의 건재를 메이저리그 무대에 알렸다. 

2007년 휴스턴에서 MLB에 데뷔한 펜스는 화려한 경력을 보냈다. 통산 1658경기에 뛰며 238홈런을 쳤다. 세 차례나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뽑혔고, 샌프란시스코 소속이었던 2012년과 2014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맛봤다. 부와 명예를 모두 갖춘 스타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17년과 2018년 급격한 하락세가 시작됐다. 2017년 OPS는 0.701, 2018년은 97경기에서 0.590에 그쳤다. 리빌딩을 꾀한 샌프란시스코는 그를 잡을 이유가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뿐만 아니라 그 어떤 구단도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제시할 곳이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시범경기 개막 전 소속팀을 찾지 못할 판이었다. 결국 2월에서야 텍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이 베테랑의 그 다음 이야기는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다. 비시즌 동안 충실하게 몸을 만든 펜스는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개막 25인 로스터에 들었고, 개막전 출전을 놓고 추신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펜스는 어디까지나 백업 선수였고, 언제든지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수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펜스 없는 텍사스 야수진을 구상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가 개막 25인 로스터에 들어가는 사례는 많지 않다. 성공하는 사례는 극히 희박하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이 있었던 펜스는 도전을 거듭한 끝에 건재를 과시할 기회를 얻었다. 펜스는 10일 발표된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투표에서 지명타자 부문 2위에 올라 여전한 인기도 과시했다. 생애 네 번째 올스타 출전도 마냥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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