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인범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황인범은 이제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성장하고 싶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11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이란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8년 만에 이란전 승리를 노렸던 한국은 다음 기회를 노리게 됐다.

황인범은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사이에 A매치 16경기에 나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 처음으로 A대표팀에 합류해 데뷔전을 치른 뒤 단 1경기도 빠지지 않았다. 시간의 측면에선 이제 대표 선수로 10개월을 보냈을 뿐이지만 경험이 쌓일 만도 하다. 아시안컵이란 굵직한 대회도 주전으로 치렀다.

벤투호에서 보낸 10개월을 돌아보며 황인범은 이제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말하자면 책임감이 아닐까. 황인범은 "경기 전날(10일)에 (이)청용이 형이 파주에 어제 놀러오셨다. 청용이 형한테 드린 말씀이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였다. 대표팀에 처음 왔을 땐 뭣도 모르고 자신 있게 했는데. 어느새 16경기째 뛰면서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더 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해 답답하고 아쉽다"고 말한다.

미드필더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사방에서 수비수들이 접근해온다. 빠른 판단력은 물론이고 기술과 다부진 신체 능력까지 갖춰야 지옥 같은 중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 와중에 동료의 움직임을 살리는 한 번의 킬러패스는 '꽃'과 같다. 황인범은 "공격진엔 흥민이 형, 의조 형, 상호, 희찬이까지 빠른 선수들이 있다. 바라는 게 그런 거(전진패스)다. 실패할 때도 많지만 한 번 들어가면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기성용과 구자철이란 두 대들보가 떠난 뒤 황인범은 중원을 책임질 선수로 꼽힌다. 벤투 감독 역시 모든 경기에 기용할 정도로 황인범의 기량을 믿고 있다. 그래서일까. 황인점은 "경기하면서 패스미스가 계속 나오면 스스로 위축될 수도 있다. 확실할 때 넣어주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 (전진 패스) 빈도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중원에서 나오는 실수는 팀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투호는 지난 3월 콜롬비아전과 이번 이란전에서 4-4-2 포메이션을 가동해 실험하고 있다. 집중 견제를 받는 손흥민을 활용하기 위해 또 다른 골잡이 황의조를 그 파트너로 내세워 효과를 보고 있다. 자연스레 2명이 배치되는 중원의 부담도 커지는 상황. 황인범은 자신의 장점인 패스 외에 팀이 필요한 것을 더 해야 한다고 느낀다. 황인범은 "분명히 팀에서 해줘야 할 몫이 있다. 골을 넣고 멋진 경기를 펼치는 게 아니라 헌신하고, 많이 뛰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기회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싶다. 자신감을 갖고 더 끌어낼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팀에 돌아가면 다시 한번 시작해서 9월까지 몸을 잘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제 '후배'도 생겼다. 멋진 데뷔전을 치른 백승호가 그 주인공. 황인범은 동료를 축하하며 팀을 위해 함께 뛰자고 말한다. 황인범은 "제일 먼저 축하해주고 싶다. 워낙 좋은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라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었다. 데뷔전인데도 불구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근육이 올라오는 상황에도 끝까지 하려고 했다. 동생이라서 기특하고, 동료로서 고맙다. 승호도 시작하는 단계고, 더 나가야 하는 선수라는 걸 잘 알고 만족하지 않을 선수라는 걸 아니까 앞으로 좋은 상황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난히 긴 시즌을 보낸 손흥민이 혹사 논란에 휘말렸지만, 황인범도 지난해 3월부터 쉼없이 경기에 나섰다. 아산 무궁화에서 18경기, 아시안게임을 위한 평가전과 본선에서 8경기, 전역한 뒤 대전 시티즌에서 7경기 그리고 메이저리그사커 벤쿠버 화이트캡스에 진출한 뒤 16경기를 뛰었다. 그리고 여기에 A매치 16경기를 더해야 한다. 아시안컵 일정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벤쿠버로 떠나면서 휴식기 없이 65경기를 뛰었다.

황인범은 "많이 힘들다. 팀에서도 걱정이 많으시다. 소속 팀 감독님이 '지난해 3월부터 몇 경기 뛰었는지 아냐'고 물으시더라. '50경기 정도'라고 대답했더니 '60경기 넘게 뛰고 있다'고 하시더라. 걱정이 된다고 하시고, 대표팀에서 또 경기를 뛸 수도 있는데 최대한 조절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스스로도 관리 잘하라고 하시더라. 휴식이 없이 계속해온 상태다. 많이 힘들긴 하다. 그렇지만 선수가 경기를 뛸 수 있는 것은 행복이다. 긍정적으로 이겨내야 할 것 같다"고 성숙한 대답을 했다.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2년 차' 징크스를 겪곤 한다. 겁없이 부딪히던 '처음'과 비교해 더 큰 시야에서 필요한 것들을 보자니 아무래도 더 신중해지기 마련. 1년 새 바쁘게 움직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황인범의 2018년과 2019년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황인범은 인터뷰 때마다 모범 답안에 가까운 대답을 풀어놓는다. 하지만 억지로, 기계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발언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그저 솔직한 감정을 풀어놓지만 그 내용이 정답에 가까운 것일 터. 황인범의 표정과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또박또박 이야기한다. 황인범은 "대표팀은 어려운 자리지만 계속 부딪혀보고 싶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믹스트존을 떠났다.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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