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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이너 솔비 혹은 아티스트 권지안의 고백[인터뷰S]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2019년 06월 14일 금요일

▲ 아티스트 권지안(솔비). 제공|싸이더스 HQ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엔터테이너 솔비와 아티스트 권지안(35). 극과 극처럼 느껴졌던 둘의 간격은 그녀를 만난 뒤에야 자연스럽게 좁혀졌다.

"자아 자판기? 사실 두 가지만 있지 않고 더 많아요. 엄마 앞에선 딸이 되고, 남자 친구 앞에선 여자 친구가 되잖아요. 시청자의 솔비와 직접 본 솔비가 다르듯 모두 다른 모습을 갖고 살고요. 제 모습을 넒혀가다보면 하나씩 추가가 돼요. 그렇다고 전의 것을 버리고 싶거나 안하고 싶지 않아요. 다양하게 소통하고 싶어요."

2006년 그룹 타이푼 보컬로 데뷔한 솔비는 권지안이라는 본명으로 그림을 그려왔다. 그리고 아티스트 권지안으로서 1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 'Real Reality'을 개최했다.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에서는 2017년부터 3년간의 음악하는 솔비와 미술 하는 권지안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른바 '셀프 콜라보레이션' 작업의 결과를 만날 수 있다.

그녀는 캔버스 위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가수 겸 방송인 솔비가 아티스트 권지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 아티스트 권지안(솔비). 제공|싸이더스 HQ

출발은 이랬다. 2014년 영화 관련 모임에서 미술업계에 종사해 온 현 엠에이피크루 이정권 대표를 만난 그는 엄청난 질문을 쏟아냈다. 일일이 답하던 그는 '2년간 방송하지 않고 그림만 그릴 수 있겠냐'고 물었다. 솔비는 답했다. "저 할 수 있어요." 흥미가 생겼는지 이 대표는 '미술은 삶과 일치해야 한다, 그냥 그리는 건 의미가 없다'고 숙제를 냈고 한 달쯤 지나 솔비는 답을 찾았다.

"나는 가수고, 노래하고 무대하는 사람이니까. 캔버스에서 노래를 하면서 내가 춤추는 흔적을 그려보겠다고 이야기헸어요. 내 음악이 그림이 된다면, 어떻게 그려지고 어떤 그림이 나올지 궁금하다고요. 지금도 절실하지만, 그때 전 절실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야기한 게, 추상화를 볼 때 느끼는 불친절함이었어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미술을 좀 더 친절하게 영상으로 설명하고 싶다고."

그녀의 답은 현실이 됐다. 그녀는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캔버스 위에서 춤을 췄다. '공상'이란 첫 작업 땐 춤 연습만 6개월을 했다. 그런데 경험이 부족했다. 캔버스 아래가 시멘트였고, 솔비는 몸 곳곳이 쓸리는 가운데서 에너지를 쏟아냈다. 그리고 기절했다. 이 대표는 솔비를 아티스트로 만들겠다며 전 직장을 그만두고 "올인"했다. "저의 절실함과 진정성이 전달됐나봐요. 사실 저도 확신하지 못했어요. 이렇게 하면 되는 걸까."

▲ Hyperism Blue 64x80cm Mixed media on canvas 2018_back. 권지
'된다'는 걸 그녀는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2017년 하이퍼리즘 레드 '여자의 상처', 지난해 하이퍼리즘 블루 '계급사회', 그리고 올해 선보인 하이퍼리즘 바이올렛 '멍'에 이르는 그녀의 작품들은 직관적이고도 강렬하다. '여자의 상처'는 2009년 가짜 '솔비 동영상'과 관련 보도로 상처입었던 마음을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댄서들과 함께하는 블랙-레드-화이트의 강렬한 이미지로 그려냈다. 흰 물감을 아무리 들이부어도 지워지지 않는 검은 상처를 표현했다. 슈트를 계급을 표현하는 오브제로 쓴 '계급사회'는 관객들 사이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현장 경매를 거쳐 캔버스로 지은 슈트를 만들어 전달하되고서야 마무리됐다. '바이올렛'의 경우 프랑스 안무가와 보다 자유롭게 협업하며 사랑이 곧 죄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담았다. 
▲ Hyperism Red 153x211 Mixed media on Canvas 2017, 권지안
▲ Hyperism VIOLET 500x400cm Mixed midea on canvas 2019

개인적 관심을 사회로 확장해간 그녀는 "처음엔 일기 형태로 제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제 이야기로만 그리고 전시를 했다" 했다. 솔비는 "대표님을 비롯해 주변 분들이 이야기의 주제를 개인 너머로 확장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의를 해 주셨다. 2016년 'SNS월드'라는 작품을 하면서 SNS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여러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조금씩 사회에 대해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다보니까 소외된 이들이 얼마나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직접 느꼈고, 제가 느끼 것도 점점 넓어졌어요. 저 스스로도 몰래카메라 관련한 피해자였잖아요. 내가 이걸 작업으로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주관적 자아에서 출발했다면 충격을 통해서 객관적 자아로 바뀌어가는 것 같아요. 지금도 SNS에서 상처를 받았던 걸 떠올리며 자살예방의 날에 고민상담을 해줘요.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이었고, 저는 정면돌파했던 것 같다. 레드 역시 치유의 방법이었고요, 저는 피해가지 않으려고 하고 긍정적인 걸 찾으려고 했어요."

그녀의 작업, 퍼포먼스는 스스로의 치유이자 다른 이들에게도 응원이 됐다. 솔비는 "퍼포먼스를 하는 제가 당시의 제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끼를 건강하게 풀어내는 방법일 수도 있다"고 했다. '레드' 이후엔 후배 아이돌, 배우 등의 연락을 꽤 많이 받았다.

"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꺼내기가 힘들잖아요. 많은 연예인들이 응원해주시고 있고, 제가 잘 버텨주길 바라기도 하고요. 우리가 겪고 있는 상처를 솔직하게 꺼낸 걸 좋게 봐 주신 것 같아요."

▲ 아티스트 권지안(솔비). 제공|싸이더스 HQ
재미있는 솔비와 예술 하는 권지안의 거리감에 놀라는 이들이 왜 없을까. 하지만 솔비는 유쾌했다. "의외성이 항상 제일 재미있다"는 그녀는 "그게 저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다 안 것 같은데 자꾸 자꾸 뭔가가 나오는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로마공주'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2016년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불쑥 "나는 전생에 로마공주였다"고 주장(!)했던 솔비는 덕분에 '로마공주'라는 닉네임이 생겼다. 지금은 '로마공주 메이커'라는 타이틀로 유튜브 채널도 론칭했다. 진짜 전생에 로마공주였는지, 그 인연으로 솔비는 이탈리아 국적기 협찬을 받는 VIP가 됐고, 이탈리아 대사관에 초청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엔터테이너 솔비이자 아티스트 권지안인 동시에 '로마공주' 솔비로도 존재할 거다. "몇 년을 한 연작을 마무리해서 엄청 시원하고 후련하다. 빨리 다른 걸 하고 싶다"는 그녀에게 10년 뒤 어떤 모습을 꿈꾸냐고 물었다.

"조심스럽게 꿈을 꿔 봐요. 세계적인 작가가 되지 않을까?(웃음) 지금 K팝 가수가 엄청 우리나라의 명예를 올려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미술인이라 규정짓지 않더라도 음악과 미술을 결합한 새로운 장르로 한국에 이런 아티스트가 있다는 걸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아티스트 권지안(솔비). 제공|싸이더스 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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