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재현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우치(폴란드), 이종현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사상 첫 결승에 올랐다. 기쁨 마음을 주체하긴 어렵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아프다. 고재현(대구FC)은 이규혁(제주 유나이티드)을 지켜보며 든 감정이다. 

이규혁과 함께 경기에 좀처럼 나서지 못했던 수비수 김주성이 세네갈전, 에콰도르전 교체로 출전하면서 조별리그 3경기. 준결승까지 녹아웃 스테이지 3경기. 도합 6경기 동안 이규혁은 아직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유일한 필드 플레이어가 됐다. 

이규혁은 왼발잡이 왼쪽 풀백이다. 하지만 같은 자리엔 연세대 소속의 최준의 입지가 두텁다. 동료 정호진은 최준에 대해 "이번 대회 최고의 발견"이라고 평할 정도로 내부에서 바라본 최준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발전한 선수다. 최준은 에콰도르와 준결승에서 이강인의 도움을 받아 1-0 결승 골을 기록했다. 현대고 3학년까지 공격수로 뛴 공격본능이 결정적인 순간 발휘됐다.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는 불만을 품기 마련이다. 이러한 행동이 자칫 팀 분위기를 해할 수 있다. 하지만 '원팀' U-20 대표 팀이 순항하는 이유는 뛰지 못하는 선수들도 헌신하고 싫은 기색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규혁은 지난 16강 한일전을 앞두고 "경기 뛴 사람도 있을 거고 못 뛴 사람도 나올 건데, 못 뛴다고 뒤에서 표현하지 말고 다 같이 한 팀으로 응원하고 내일 잘해줬으면 좋겠다"며 소신발언했다. 이강인을 비롯한 동료들은 뛰지 못했지만,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이규혁의 헌신에 감사의 메시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 일본전 이후 '소신발언'에 답하던 이규혁이 눈물을 글썽였다. 뛰지 못한 서러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거 같다는 미안한 마음이 공존했기 때문일까.

고재현은 이규혁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 역시 조별리그 1차전 포르투갈전 선발 이후 3경기를 뛰지 못했다. 4강 에콰도르전이 돼 선발로 복귀할 수 있었다. 뛰지 못한 이규혁의 마음을 일정 부문 이해하고 있는 선수다. 

"항상 마음이 아프다. 첫 게임 선발로 나왔다가 세 경기 못 뛰었는데,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가지 못한다는 건 마음 아픈 일이다. 팀이 승리를 하니까 기쁘면서도 나는 못 뛰니까 이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든다. (이)규혁이는 우리를 더 생각해주는 선수다. 숙소에서 표정 같은 거 전혀 어둡게 하지 않고 수고했다고 말해준다. 밝은 모습 안에 어두움도 나는 잘 이해하기 때문에 더 잘 챙겨주고 싶다."(미드필더 고재현) 

이제 결승전 한경기 남았다. 이규혁을 뛰게 하기 위해선 동료들이 한 발 더 뛰어야 한다. 3위 결정전이었다면 이규혁이 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졌겠지만, 한국 축구의 역사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선 정정용 감독도 베스트11을 가동해야 한다. 조기에 승기를 확정 지어야 이규혁이 뛸 수 있는 시간이 생길 수 있다. 고재현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생긴 동기부여다.  

스포티비뉴스=우치(폴란드), 이종현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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